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제4895호) 오늘(12.22.)은 애동지, 팥죽 대신 팥시루떡 해 먹기

튼씩이 2023. 12. 23. 14:39

오늘은 24절기의 스물두째이며 명절로 지내기도 했던 ‘동지(冬至)’입니다. 민간에서는 동지를 흔히 ‘아세(亞歲)’ 곧 ‘작은설’이라 하였는데 ‘해’의 부활이라는 큰 뜻을 지니고 있어서 설 다음가는 작은설로 대접하는 것이지요. 이런 생각은 오늘날에도 여전해서 ‘동지첨치(冬至添齒)’ 곧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동지는 날씨가 춥고 밤이 길어 호랑이가 교미한다고 하여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도 부릅니다.

 

동지의 특별한 풍속을 보면 다가오는 새해를 잘 계획하라는 뜻으로 달력을 선물하는데 더위를 잘 견디라는 뜻으로 부채를 선물하는 단오 풍속과 함께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동지의 또 다른 풍속에는 며느리들이 시어머니나 시할머니에게 버선을 지어 선물하는 “동지헌말(冬至獻襪)”이란 아름다운 풍속도 있었습니다. 이날 새 버선을 신고 길어지는 해그림자를 밟으면 수명이 길어진다고도 믿었지요.

 

▲ 오늘은 ‘애동지’, 팥죽 대신 팥시루떡을 해 먹는다.

 

그런데 이날 가장 보편적으로 지내는 풍속은 팥죽을 쑤어 먹는 일일 것입니다. 특히 지방에 따라서는 동지에 팥죽을 쑤어 솔가지에 적셔 집안 대문을 비롯하여 담벼락이나 마당은 물론 마을 입구 큰 고목에도 뿌려 잡귀들의 침입을 막지요. 다만, 동지가 동짓달 초승(올해 음력 11월 9일)에 들면 ‘애동지(애기동지)’라 하여 팥죽 대신 시루떡을 해 먹습니다. 애동지에 팥죽을 쑤어 먹으면 아이들을 보호하는 삼신할머니를 볼 수 없는 것은 물론 삼신할머니가 아이를 돌보지 못해 아이들이 병에 걸리거나 나쁜 일이 생긴다고 믿었지요. 하지만 요즘은 애동지에도 그저 팥죽을 쑤어 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