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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천문과학 기념우표

튼씩이 2021. 4. 20. 13:03

우리의 전통 과학은 천문학과 함께 발전해왔습니다. ‘천문(天文)’이란 ‘하늘에 드리워진 무늬’로서 우주와 천체의 다양한 모습을 의미합니다. 우리 민족은 문헌 기록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하늘을 관측해 다양한 기록을 남겨 왔으며 삼국 시대와 고려를 거쳐 조선 시대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을 발전시켰습니다. 우정사업본부는 4월 21일 제54회 과학의 날을 맞아 조선의 우수한 천문과학을 되돌아보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조선의 천문과학” 기념우표를 발행합니다.

농업 중심의 과학기술은 조선 개국 이후 천문학을 토대로 한 단계 발전하여 세종 때에 절정을 맞이했습니다. 고려부터 이어진 서운관은 조선 시대에도 천문·지리·기상 관측 등을 담당하였고, 세종 16년(1434)에 ‘관상감’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역법 연구와 천문의기 제작이 활발해지고 여러 관련 서적을 발행하며, 조선의 천문학은 황금기를 맞이합니다.

 

세종 16년, 자동으로 시각을 알리는 기계를 만들라는 어명에 따라 당대의 과학자 장영실과 김빈은 스스로 시각을 알려주는 자동시보 물시계인 ‘자격루(自擊漏)’를 만들었습니다. 경복궁 경회루 남쪽 보루각에 설치된 자격루는 조선의 표준시계로 사용되었습니다. 2007년에 문화재청에서 물통 부분만 남아 있던 자격루의 원형을 구현해 새롭게 만들었으며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습니다.


 

 

세종 시대에는 물시계에 이어 해의 그림자로 시간을 재는 ‘앙부일구’도 제작하였습니다. 서울 혜정교와 종묘 남쪽 거리에 설치된 앙부일구는 우리나라 최초의 공중(公衆) 해시계입니다. 앙부일구는 ‘하늘을 우러러보는(仰) 가마솥(釜) 모양의 해시계(日晷)’라는 뜻입니다. 오목한 솥 모양의 앙부일구 안쪽에는 시각과 계절을 표시하는 눈금과 바늘이 있으며 햇빛이 비치면 바늘에 생긴 그림자가 눈금을 가리키는데, 그 눈금을 읽어 시간과 절기를 알 수 있습니다.

 

 

 

‘일성정시의’는 낮에는 해를 관측하고 밤에는 별을 관측하여 시각을 알 수 있게 한 주야 겸용 시계로, 세종 시대에 발명한 독창적인 천문의기입니다. 북극으로 위치를 맞추고 연결된 실선에 천체가 오도록 회전시켜 천체의 위치를 확인하면 시각을 알 수 있습니다. 세종 19년에 일성정시의를 처음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궁궐과 서운관뿐만 아니라 지방에까지 두고 천체를 이용해 낮과 밤의 시각을 모두 알 수 있게 하였습니다.

 

 

 

1441년(세종 23)에는 가뭄과 홍수로 인한 농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측우기를 발명하였습니다. 측우기는 청동으로 만들어졌으며, 세 단의 분리형 원통 모양으로 아랫단은 막혀 있어 빗물이 담기도록 하였습니다. 원통의 전체 높이는 1척 5촌(31.86cm)이며 직경은 7촌(15.3cm)입니다. 측우기는 원통 안에 빗물이 고이면 막대를 이용해 깊이를 재서 강수량을 측정하였는데 이는 유럽에서 만든 측우기보다 200년이나 앞선 것이기도 합니다. 조선에서는 여러 차례 측우기를 제작했으나 오늘날에는 1837년(헌종 3)에 제작한 충청도 공주 감영 측우기만 전해지고 있습니다. 국보 제329호로 지정된 공주 충청감영 측우기는 서울시 동작구 국립기상박물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우표에 구성된 조선 시대 천문의기 4종은 중국의 천문지식을 계승하면서도 독자적인 역법과 천문 기상 관측을 꾀했던 조선의 의지를 반영한 것입니다. “조선의 천문과학” 기념우표를 통해 각각의 의기가 어떤 기능을 발휘했는지 관심을 가지고 실제로 찾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