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쉼표,마침표(국립국어원 온라인소식지)

한글 맞춤법 차례차례 알아보기 - 제40항

튼씩이 2022. 4. 12. 07:59

 

이번 호에서는 제40항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로써 준말과 관련된 표기법은 모두 다룬 것이 됩니다.

 

 

 

우리말에는 ‘하다’로 끝나는 말이 많은데, ‘하-’ 앞에 모음이나 ㄴ, ㅁ, ㅇ, ㄹ 따위의 울림소리가 올 때는 ‘하’의 ‘ㅏ’가 떨어지고 ‘ㅎ’이 뒤에 오는 예사소리와 어울려 거센소리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연구하도록’을 예로 들면, ‘하-’ 앞이 모음이고 ‘하-’ 뒤는 예사소리 ‘ㄷ’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연구토록(←연구ㅎ도록)’과 같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지요. 공고문 같은 데서 ‘~을 시행코자 하오니’와 같은 표현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시행하고자’에서 ‘하-’ 앞은 울림소리 ‘ㅇ’이고 뒤는 예사소리 ‘ㄱ’이기 때문에 ‘시행코자’와 같이 줄여 쓸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말을 ‘*시행코저’ 또는 ‘*시행코져’와 같이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입니다.

 

‘연구토록’으로 적지 않고 ‘*연궇도록’과 같이 적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ㅎ’을 일종의 사잇소리 글자처럼 활용하는 것인데, 이는 전통적인 표기 의식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또한 뒤에서 설명할 ‘하-’가 통째로 줄어드는 경우를 고려하면 일반인들이 적용하는 데에 애를 먹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일부 용언에서는 ‘ㅏ’가 떨어지면서 남은 ‘ㅎ’이 앞 음절의 받침으로 굳어져서 쓰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문 규정에 따르면 ‘그러하지’는 ‘*그러치’로, ‘어떠하게’는 ‘*어떠케’로 줄여 쓸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이런 말들은 ‘ㅎ’이 앞 음절의 받침으로 굳어져서 ‘그렇지, 어떻게’와 같이 쓰고 있습니다. [붙임 1]은 이런 예외적인 부류들을 따로 모아 놓은 것입니다.

 

 

‘하-’ 앞이 ‘ㄱ, ㅅ, ㅂ’과 같은 안울림소리(무성음)일 때는 ‘하-’가 통째로 떨어져 나갑니다. 즉, ‘생각하건대’를 줄여 쓸 때는 ‘생각건대’로 써야지, ‘ㅏ’만 떨어뜨려서 ‘*생각컨대’로 쓰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넉넉하지 않다’를 줄여 쓸 때도 ‘하’를 통째로 떨어뜨려 ‘넉넉지 않다(→넉넉잖다)’로 써야 합니다. ‘*넉넉치 않다’로 쓰면 잘못입니다. 이런 현상도 본문 규정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붙임 2]에서 따로 다룬 것입니다.

 

 

[붙임 3]에 제시된 말들은 어원적으로는 관련성이 있지만 현대 국어의 관점에서 보면 본말 용언의 활용형으로 볼 수가 없는 말들입니다. 예를 들어, ‘결단코’는 어원적으로는 ‘결단하고’가 줄어든 말인 것은 분명하지만, 의미나 쓰임에서 ‘결단하다’와는 멀어졌다는 것입니다. 부사로 굳어진 것이지요. 그래서 이들은 원형이 무엇이냐를 일일이 따지지 않고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적도록 한 것입니다.

 

글_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