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쉼표,마침표(국립국어원 온라인소식지)

한글 맞춤법 차례차례 알아보기 - '쓰여, 씌어'는 맞지만 '씌여'는 틀리다

튼씩이 2022. 4. 19. 07:57

 

이번 호에서는 제36항부터 제38항까지 살펴보겠습니다.

 

 

이 규정은 지난 호에서 다룬 모음 충돌 회피 현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국어에서는 모음 ‘ㅣ’(i)와 ‘ㅓ’(ə)가 연이어 나오면 ‘ㅣ’가 반모음(j)으로 바뀌어 두 음절이 하나의 음절로 줄어드는 경우(i+ə→jə)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줄어든 대로 적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ㅣ’는 그대로 둔 채 ‘ㅓ’만 ‘ㅕ’로 바꾸어 적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대체로 잘못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이었다’로 적어야 할 것을 ‘*사람이였다’로 적거나, ‘(꽃이) 피었다’를 ‘*피였다’로 적는 것은 잘못입니다. ‘사람이었다’는 더 이상 줄여 쓸 수가 없고, ‘피었다’는 ‘폈다’로 줄여 쓸 수는 있습니다. ‘(반지를) 끼다’는 ‘끼어→껴, 끼었다→꼈다’와 같이 줄여 쓸 수가 있고, ‘(손가락이) 끼이다’는 ‘끼이어→끼여, 끼이었다→끼였다’와 같이 줄여 쓸 수가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점은, ‘ㅈ, ㅊ’ 뒤에서 반모음 ‘ㅣ’(j)는 발음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던지어, 마치어’를 각각 ‘던져, 마쳐’로 적기는 하지만 발음은 [던저, 마처]로 실현된다는 것입니다. 입천장소리인 ‘ㅈ, ㅊ’과 반모음 ‘ㅣ’의 조음 위치가 서로 겹치면서 반모음 ‘ㅣ’가 탈락하기 때문입니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ㅈ, ㅊ’ 뒤에 ‘ㅛ, ㅑ, ㅠ, ㅕ’ 등을 적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쥬’로 적으나 ‘주’로 적으나 소리는 [주]로 같기 때문에 ‘*쥬스’가 아닌 ‘주스’로 적는 것입니다. ‘텔레비전, 초콜릿, 벤처, 아마추어’가 바른 표기이고, ‘*텔레비젼, *쵸콜릿, *벤쳐, *아마츄어’는 잘못된 표기인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ㅏ, ㅕ, ㅗ, ㅜ, ㅡ’ 등과 ‘ㅣ’가 이어지면 두 모음의 중간쯤 되는 ‘ㅐ, ㅖ, ㅚ, ㅟ, ㅢ’ 등으로 축약이 되기도 하는데, 이렇게 줄어들면 줄어든 대로 적으면 된다는 것이 제37항의 취지입니다. 여기에 덧붙여 ‘(마음이) 놓이다’도 ‘뇌다’로 줄여 쓸 수 있습니다.

 

 

제38항은 제36항이나 제37항이 적용될 수 있는 경우를 다룬 조항입니다. 즉, ‘싸이어’를 ‘싸여’로 줄여 쓴 것은 제36항(ㅣ+ㅓ→ㅕ)을 적용한 것이고, ‘쌔어’로 줄여 쓴 것은 제37항(ㅏ+ㅣ→ㅐ)을 적용한 것이지요. ‘보이어, 누이어, 쓰이어’도 뒤의 두 음절을 축약하면, 즉 제36항을 적용하면, 각각 ‘보여, 누여, 쓰여’가 되고, 앞의 두 음절을 축약하면, 즉 제37항을 적용하면, ‘뵈어, 뉘어, 씌어’가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제36항과 제37항을 동시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보이어, 싸이어, 쓰이어’를 ‘*뵈여, *쌔여, *씌여’로 적을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뵈어, 쐬어’는 제35항을 적용하면 ‘봬, 쐐’와 같이 한 번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겠네요.

 

제38항의 예를 보면, ‘뜨이어’는 ‘띄어’로만 줄어들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논리적으로는 ‘*뜨여’도 가능해 보이지만 실제로 이런 활용형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뜨여’로 쓰는 것은 잘못이라는 점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제38항에는 제37항에 나오는 ‘펴이다’의 활용형 ‘펴이어’의 준말 표기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이 되지 않았으나, ‘펴이어’ 역시 ‘폐어’ 또는 ‘펴여’로 줄여 쓸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글_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