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쉼표,마침표(국립국어원 온라인소식지)

일상 속 오늘의 다듬은 말 - 자동계단, 승강기, 안전 손잡이, 자동길

튼씩이 2022. 4. 27. 12:54

궁금한 우리말

다듬은 말 알아보기

‘자동계단’을 이용할 때는 ‘안전손잡이’를 꼭 잡으세요

서울 등 대도시에는 지하철이나 전철이 발달해 있어서 차가 밀리는 도로를 이용하는 대신 전철을 이용하면 제때에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어서 참 편리합니다.

지하철 역에는 계단이 많아서 노약자가 이용하기에는 불편하기도 합니다. 다행히 역 대부분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고, 다리가 불편하거나 나이 드신 분들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에스컬레이터에서는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핸드레일을 잡아야 합니다. 계단을 이용할 때도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우측 보행을 해야 합니다. 이동 거리가 꽤 먼 역에는 무빙워크가 설치되어 있는 곳도 있습니다.

 

| 승강기, 오른쪽 걷기, 자동길(왼쪽부터)

 

여기에 외국어, 외래어, 어려운 말이 많이 쓰였습니다.

‘에스컬레이터’는 사람이나 화물이 자동으로 위아래 층으로 오르내릴 수 있도록 만든 계단 모양의 장치이므로 ‘자동계단’으로 바꿔 쓰면 됩니다. ‘엘리베이터’는 동력을 사용하여 사람이나 화물을 아래위로 나르는 장치이므로 ‘승강기’로 쓰면 됩니다. 영어 elevator는 위로 올라간다는 일방향의 뜻인데 우리말의 승강기(昇降機)는 오르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는 쌍방향의 뜻이어서 대조적입니다. ‘핸드레일’은 계단 등에 손으로 잡을 수 있게 만든 시설이므로 ‘안전손잡이’입니다. ‘우측 보행’이라는 한자말보다는 ‘오른쪽 걷기’라고 표현하는 것이 훨씬 우리말답고 이해하기도 쉽습니다. ‘무빙워크’는 평지나 약간 비탈진 곳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사람이 이동할 수 있게끔 자동으로 움직이는 길 모양의 기계 장치이므로 ‘자동길’로 바꿔 쓰면 됩니다.

 

• 에스컬레이터(escalator) → 자동계단
• 엘리베이터(elevator) → 승강기
• 핸드레일(handrail) → 안전손잡이
• 우측 보행(右側步行) → 오른쪽 걷기
• 무빙워크(moving walk) → 자동길

 
 


| 자동심장충격기

 

지하 통로를 걷다 보면 ‘자동제세동기’, 그 아래에는 ‘AED’라고 써 있는 물건이 서 있습니다.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궁금하지만 그냥 또 지나쳐 갑니다. 조금 더 걷다 보면 이번에는 벽 쪽에 ‘SOS’라고 써 있고 그 아래에는 ‘INFORMATION’이라고 써 있는 물건을 만납니다.

여기에서 ‘자동제세동기’ 또는 ‘AED’는 심정지 등 응급 상황에서 심장에 충격을 주어 심장이 다시 뛰게 하는 기계라고 합니다. ‘자동제세동기’나 ‘AED’라고 써 있어서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해 사용하지 못한다면 큰일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자동) 심장 충격기’라고 쓰면 훨씬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최근에는 그렇게 고쳐서 표기한 기계도 눈에 띄어서 다행입니다. ‘SOS’는 국제적인 표기라고는 하지만 못 읽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한글로 ‘구조 요청’이라고 써 놓아야 급할 때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INFORMATION’은 외국인을 위한 표기인가 봅니다. 외국인을 배려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 국민을 위해서 한글로 ‘안내’라고 표기해야 마땅합니다.

 

• 자동제세동기(自動除細動器, A. E. D. / AED: 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 → (자동) 심장 충격기
• SOS → 구조 요청, 조난 신호
• INFORMATION → 안내

 

열차 도착 시간을 기다리며 행인수인 구경하기도 하고 핸드폰으로 웹진 형식의 뉴스레터를 열어 보기도 합니다. 전동차가 도착하면 스크린도어가 열린다고 방송이 나옵니다. 전철을 타서는 환승역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기울입니다. 마음은 바쁜데 어떤 때는 선행열차와 간격 조정을 위해 열차가
서행한다는 안내 방송도 나옵니다. 이렇게 우리는 바쁜 하루를 시작합니다.

 


| 안전문

 

‘행인’은 길을 가는 사람이라는 뜻이므로 ‘길 가는 사람’이나 ‘지나는 사람’으로 바꿔 쓸 수 있고, ‘수인’은 다른 뜻으로 오해할 수 있으므로 ‘여러 사람’으로 바꿔 쓰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핸드폰’은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말이라고 합니다. ‘휴대 전화’나 ‘손전화’라는 말이 훨씬 우리말답습니다. ‘웹진’은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과 ‘잡지(magazine)’의 합성어로 ‘종이책으로 출판하지 않고 인터넷상으로만 발간하는 잡지’를 뜻하므로 ‘누리잡지’라고 하면 되고, ‘뉴스레터’는 ‘소식지’라는 말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습니다. ‘스크린도어’는 기차나 지하철을 타는 사람이 찻길에 떨어지거나, 열차와 타는 곳 사이에 발이 끼는 따위의 사고를 막으려고 설치한 문이므로 ‘안전문’으로 바꿔 쓰면 됩니다. 지하철 일부 노선에서는 ‘안전문’으로 바꿔 쓰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안전문’이라는 말이 빨리 정착되면 좋겠습니다. ‘환승역’은 ‘갈아타는 역’이고, ‘선행열차’는 착한 열차가 아니라 앞서가는 열차 곧 ‘앞차’입니다. ‘서행하다’는 ‘천천히 가다’입니다.

 

• 행인(行人) → 길 가는 사람 / 지나는 사람
• 수인(數人) → 여러 사람
• 핸드폰 → 휴대 전화 / 손전화
• 웹진 → 누리잡지
• 뉴스레터 → 소식지
• 스크린도어(screen door) → 안전문
• 환승역(換乘驛) → 갈아타는 역
• 선행열차(先行列車) → 앞차 / 앞 열차
• 서행하다(徐行--) → 천천히 가다

 

이제 위 상황은 다음과 같은 말로 바꿔 써 봅시다.

지하철 역에는 계단이 많아서 노약자가 이용하기에는 불편하기도 합니다. 다행히 역 대부분에는 자동계단(←에스컬레이터)이 설치되어 있고, 다리가 불편하거나 나이 드신 분들은 승강기(←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자동계단에서는 안전을 위해 반드시 안전손잡이(←핸드레일)를 잡아야 합니다. 계단을 이용할 때도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오른쪽 걷기(←우측 보행)를 해야 합니다. 이동 거리가 꽤 먼 역에는 자동길(←무빙워크)이 설치되어 있는 곳도 있습니다.

지하 통로를 걷다 보면 심장 충격기(←자동제세동기AED)라고 써 있는 물건이 서 있습니다. 조금 더 걷다 보면 이번에는 벽 쪽에 구조 요청(←SOS)이라고 써 있고 그 아래에는 안내(←INFORMATION)라고 써 있는 물건을 만납니다.

열차 도착 시간을 기다리며 지나는 사람(←행인)을 여러 사람(←수인) 구경하기도 하고 손전화(←핸드폰)로 누리잡지(←웹진) 형식의 소식지(←뉴스레터)를 열어 보기도 합니다. 전동차가 도착하면 안전문(←스크린도어)이 열린다고 방송이 나옵니다. 전철을 타서는 갈아타는 역(←환승역)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기울입니다. 마음은 바쁜데 어떤 때는 앞차(←선행열차)와 간격 조정을 위해 열차가 천천히 간다(←서행한다)는 안내 방송도 나옵니다.

우리는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면서부터 수없이 많은 외국어, 외래어, 낯설고 어려운 말 속에 묻혀 살고 있습니다. 깨끗하고 쉬운 우리말 속에서 우리가 우리의 생각을 온전하고 자유롭게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물론 각자의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글_김형배(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