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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다듬은 말 - 길도우미, 노면살얼음, 노면홈, 함몰구멍

튼씩이 2022. 5. 11. 07:57
 

궁금한우리말

다듬은 말 알아보기

‘길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나들목’을 빠져나가 보자

바쁜 일상이지만, 맑고 화창한 날도 길지 않으니 밖으로 한번 나가 볼까요?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이동하다 보면 원치 않게 외래어나 외국어를 많이 만나게 됩니다.

 

 

차를 가지고 길을 나서면 요즘에는 거의 대부분 ‘내비게이션’을 이용합니다. 일일이 지도를 보고 찾아다니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새로운 도구가 나와서 참 편리해졌습니다. 최근에 똑똑한 기기도 많이 나왔지만 너무 기계에만 의존하니 자꾸만 길치가 되어 가는 느낌입니다.


‘내비게이션’은 주로 길을 안내해 주는 기능을 하므로 ‘길도우미’나 ‘길안내기’로 바꿔 쓰면 됩니다.

 

• 내비게이션(navigation) → 길도우미/길안내기

 

겨울철에는 길 위에 있는 눈이나 얼음이 녹았다가 다시 얼기를 반복합니다. 노면 위에 얇고 투명하게 살얼음이 얼어 있기도 해서 매우 위험합니다. 이렇게 생긴 살얼음을 ‘블랙 아이스’라고 하는데요, 말뜻 그대로 ‘노면살얼음’이나 ‘살얼음’이라고 하면 됩니다.

 

• 블랙 아이스(black ice) → 노면살얼음/살얼음

 

 

아무리 운전 경력이 많다고 해도 이런 길에서 사고를 피하려면 방심하지 말고 급제동이나 급가속은 피해야 하며 차간 거리를 충분히 유지해야 한다고 합니다.


겨울철에 이렇게 도로가 얼었다 녹았다 하고 제설을 위해 염화 칼슘을 뿌리다 보면 아스팔트 길 표면 일부가 떨어져 나가 마치 그릇처럼 구멍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것을 ‘포트홀’이라고 합니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노면살얼음은 사라졌지만 최근에 가끔씩 이런 구멍을 발견하면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포트홀’은 도로 위에 구멍이 나 있는 것이니 ‘노면홈’으로 바꿔 쓰면 됩니다.

 

• 포트홀(pot hole) → 노면홈

 

갑자기 나타난 ‘노면홈’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통과하는 경우에는 타이어가 찢어지는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 조심 운전 해야겠습니다. 조그맣게 파인 홈이야 살짝 피해가거나 천천히 지나가면 되지만 멀쩡하던 도로가 움푹 꺼지는 이른바 ‘싱크홀’은 어떻게 피할 수도 없으니 더 큰 걱정입니다. ‘싱크홀’은 멀쩡하던 땅이 움푹 꺼져서 생긴 구멍 또는 그렇게 땅이 갑자기 꺼지는 현상을 뜻하므로, ‘함몰 구멍’이나 ‘땅꺼짐’으로 바꿔 쓰면 됩니다. 즉, 그런 구멍은 ‘함몰 구멍’이라고 하면 되고 그런 현상은 ‘땅꺼짐’이라고 하면 됩니다.

 

• 싱크홀(sinkhole) → 함몰 구멍/땅꺼짐

 

낮에 운전할 때는 환해서 도로 상황이 잘 보이지만 밤에는 차선조차 잘 안 보이는 구간도 있습니다. 이때 자동차 전조등의 불빛에 반사되어 차선이 잘 보이도록 하는 도로 위 안전시설을 ‘도로표지병’이라고 하는데 언뜻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 말은 ‘길반짝이’로 다듬었습니다.

 

• 도로표지병(道路標識鋲) → 길반짝이

 

야간 운전자들이 차선을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도로에 ‘길반짝이’를 설치해 두면 훨씬 안전 운전에 도움이 됩니다.



입체 도로에서는 램프를 잘 찾아 이용해야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습니다. 램프를 놓치게 되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가기도 하지요. ‘램프’는 ‘입체 도로에서 서로 교차하는 도로를 연결하거나 서로 높이가 다른 도로를 연결하여 주는 도로’를 이르는 말이므로 ‘연결로’라고 하면 됩니다.

 

• 램프(ramp) → 연결로

 

| 신갈분기점, 기흥나들목 (왼쪽부터)

 

서로 다른 고속도로가 맞닿는 지점을 이를 때 ‘제이시(JC)’ 또는 ‘제이시티(JCT)’라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영어 단어 ‘Junction’을 줄여서 쓰는 말인데, 길이 갈라지는 곳이기도 하니까 ‘분기점’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 JC/JCT(Junction) → 분기점

 

또한, 교통량이 많은 도로 교차 지점이나 차량이 들고 나는 곳에는 ‘인터체인지’가 있는데 ‘아이시(IC)’라고들 많이 합니다.

 

• 인터체인지/IC(interchange) → 나들목

: 도로나 철도 따위에서, 사고가 일어나거나 교통이 지체되는 것을 막으려고 교차 지점에 입체적으로 만들어서 신호 없이 다닐 수 있도록 한 시설

 

‘인터체인지’를 ‘입체 교차로’라고도 하지만, 입체 교차로에서 대체로 차들이 나가기도 하고 들어가기도 하므로 ‘나들목’이라고 하면 좋겠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나들목을 빠져나오면 ‘톨게이트’ 시설이 있는 곳이 많은데 고속도로 통행료를 내는 곳이니 ‘요금소’라고 하면 됩니다. 어떤 사람은 ‘톨게이트요금소’라고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냥 ‘돈내는곳’이라고 하면 더 쉬울 것 같습니다.

 

• 톨게이트(tollgate) → 요금소

 

날씨가 맑과 화창하니 바쁜 일상은 뒤로하고 길을 나서 봅니다. 겨울철에 보이던 길 위의 ‘살얼음(←블랙 아이스)’은 보이지 않지만 갑자기 나타나는 ‘노면홈(←포트홀)’은 천천히 지나갑니다. 만약에 내 앞에서 갑자기 ‘함몰 구멍(←싱크홀)’이나 ‘땅꺼짐(←싱크홀)’이 나타난다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은 떨쳐 버립니다. 밤에도 ‘길반짝이(←도로표지병)’가 있어서 차선을 잘 구별해 주고 ‘연결로(←램프)’나 ‘분기점(←제이시)’이 나와도 ‘길도우미(←내비게이션)’는 똑똑하게 잘 챙겨 줍니다. ‘나들목(←인터체인지)’을 나와서 ‘요금소(←톨게이트)’를 통과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립니다. 맘껏 치유(←힐링)하고 오겠습니다.

 

 

글_김형배(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사진 출처: 한국도로공사 공식 블로그, 네이버 지도,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