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제4988호) 민족 언론의 자존심, 1936년 일장기 말살사건
튼씩이
2024. 8. 28. 16:01
1936년 8월 9일 열린 베를린 올림픽 본선 마라톤 경기에서 손기정 선수와 남승룡 선수는 금메달과 동메달을 땄습니다. 일제는 당시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 이 두 선수의 출전을 막으려고 온갖 술수를 썼지만, 기록에서 현저히 뒤지는 일본 선수를 뽑을 수 없어 마지못해 조선인 선수를 뽑은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때 일제와 일본어 발행 신문들은 일본인으로서 ’손 기테이‘를 일제히 칭송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동아일보와 조선중앙일보는 “가슴에 나라 잃은 한을 품고 혼을 불살라 이룬 조선인 손기정의 우승마저 일본에 빼앗겨서는 안 된다.”라며 민족지 언론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여운형 사장의 조선중앙일보는 1936년 8월 13일 자 신문에 일장기를 지운 사진을 실은 뒤 자진 휴간을 선언했고, 이후 총독부가 속간을 허락하지 않아 결국 조선중앙일보는 복간하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 1936년 8월 25일 자 동아일보에 일장기를 지운 손기정 선수의 사진이 실렸다.(국가보훈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