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제4763호) 임금 행차 때 연주하던 곡 <대취타>
튼씩이
2022. 11. 11. 17:53
“명금일하대취타(鳴金一下大吹打) 하랍신다.” 이는 <대취타>를 시작할 때 철릭(무관이 입던 공복으로 허리에 주름이 잡힌 옷)을 입고 전립(戰笠, 무관이 쓰던 벙거지)을 쓴 집사(執事)가 지휘봉이라 할 수 있는 등채를 들고 호령하는 소리입니다. 이는 징을 한번 크게 울려서 관악기를 크게 불고, 타악기를 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는 뜻입니다. <대취타>는 국가무형문화재 제46호로 지정된 임금의 행차나 군대의 행진 그리고 개선 등에 사용한 대규모 연주입니다. 악기는 징ㆍ장구ㆍ북ㆍ나발ㆍ소라ㆍ태평소 등으로 편성되지요.

▲ <대취타> 행진, 2006, 서울 창덕궁, 국립무형유산원 제공
<대취타>는 ‘무령지곡(武寧之曲)’, ‘구군악(舊軍樂)’이라고도 부릅니다. 여기서 ‘무령지곡’은 씩씩하고 편안하다는 뜻으로 조선시대의 공식 이름입니다. 그리고 ‘구군악’은 구한말에 신식군대가 생겨난 이후 붙여진 이름으로 보입니다. <대취타>는 군대에서 군사 훈련 때 사용한 것 말고도 외국의 사신들과 관련된 의전용으로 쓴 것으로 보아 요즘 외국 대통령이 오면 군악대가 나가서 연주하고 사열하던 것과 비슷합니다. 또 김세렴(金世濂, 1593~1646)이 쓴 《해사록(海槎錄)》에도 일본으로 가는 사신이 탄 배가 출항할 때도 <대취타>를 연주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