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한글문화연대
외국어 번역에서 온 잘못된 습관, '번역 투'
튼씩이
2023. 9. 26. 09:27
좋은 문장, 좋은 글은 읽기 쉽고 간단한 글이다. 그런데 누구나 문법적 오류 외에 위화감이나 어색함을 느끼는 글을 읽은 경험이 많을 것이다. 또 직접 글을 쓰다보면 자연스럽지 않고 불편함을 주는 작문 습관이 나타나곤 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번역 투가 있다. 한 언어가 다른 언어에 영향을 받을 때는 하나의 큰 관용 표현이 통째로 들어오기도 하고 문형 구조가 바뀌기도 한다. 특히 외국어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외국어의 문장 구조에 우리말을 끼워 넣게 되면 부자연스러운 표현이 생겨난다. 오랜 시간 익숙해진 탓에 우리말인 척 숨은 이 번역 투를 알아보자.
① 피동형
능동형을 주로 사용하는 우리 한국어와 다르게 영어와 일본어에서는 피동 표현이 많다. 주어와 목적어의 자리를 바꿔보자.
예시 1) 그 아이들은 보육원에 의해 보호되었다. → 보육원은 그 아이들을 보호했다.
예시 2) 시위는 경찰에 의해 진압되었다. → 경찰은 시위를 진압했다.
피동형 문장을 능동형으로 바꾸면 훨씬 더 자연스럽다. 주어와 목적어 관계의 꼬인 의미가 풀리면서, 직관적인 의미 전달이 가능하다.
예시 3) 새로운 정책팀에는 유연한 자세가 요구된다. → 새로운 정책팀에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이 요구되다’의 표현은 영어의 ‘be needed to’, ‘be required of’ 등에서 왔다. 피동 문장을 자주 사용하면, 글의 힘이 떨어져 소극적으로 느껴진다. ‘~가 필요하다’로 바꿔 쓰는 것이 알맞다.
② ~로 인하여, ~에 의하여
예시 1)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결정한다. →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로 결정한다.
이들은 모두 영어의 ‘by~’나 일본어의 ‘~によって’를 직역한 경우다. 일본어에서는 이를 ‘후치사 표현’이라 부른다. 조사와 동사의 활용형이 결합하여 하나의 문법 단위처럼 쓰인다. 한국어에서 자주 보이긴 하지만 일본어에서 넘어온 표현으로, 꼭 필요한 문법적 요소는 아니다. 문장이 쓸데없이 길어지고 형태도 피동으로 바뀌었다.
③ ~에 대하여, ~에 관하여
영어의 'about', 일본어의 '~について', '~に対して' 등의 표현이다. 다음과 같이 줄여 쓰면 문장 길이가 짧아지고 간단해 진다.
예시 1) 다음 물음에 대해 답하시오. → 다음 물음에 답하시오.
예시 2) 이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가지다. → 이 사안에 관심을 가졌다.
④ 가지다
예시 1) 고모는 두 명을 아들을 가지고 있다. → 고모에게는 두 명을 아들이 있다.
예시 2) 우리는 하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 우리는 하나라는 의미다.
유독 빈번히 사용하는 표현으로, 영어의 ‘have’나 ‘take’를 그대로 직역했다.
⑤ ~를 위하여
예시 1) 나는 미국 여행을 가기 위해 영어를 공부했다. → 나는 미국 여행 가려고 영어를 공부했다.
예시 2)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양국의 신뢰가 중요하다. → 경제를 회복하려면 양국의 신뢰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