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한글문화연대
문해력이 문제인가, 어휘력이 문제인가?
튼씩이
2023. 10. 2. 13:47
사회 관계망 서비스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청소년과 성인들의 문해력 문제가 제기되었다. 지난 2020년 8월 광복절이 토요일이었던 바람에 월요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이후, ‘사흘’이라는 단어가 실검 1위를 기록한 바가 있고, ‘금일까지 과제 제출’을 ‘금요일’까지 제출로 오해한 사연도 있었다. 또, ‘심심한 사과’의 ‘심심’을 ‘하는 일 없이 지루하고 재미없음‘으로 이해한 사례도 있다. 사실 이런 논란은 문해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어휘를 모르는 것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문해력으로 잘못 표현되고 있다.
그렇다면 문해력은 무슨 의미일까? 윤준채 교수는 ‘문해력의 개념과 국내외 연구 경향’에서 “문해력은 단순히 글자의 해독 능력과 기초적인 수준에서의 읽기 능력을 말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글을 비판적으로 읽고 창의적으로 생산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 성인 문해 능력 조사’에서는 문해력을 “가정, 일터 등 일상생활에서 문서화된 정보를 이해 및 활용하고, 지식과 잠재력을 넓힐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두 견해를 종합해 보면,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성인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이해 및 활용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앞서 언급한 사례들이 과연 ‘문해력 저하’의 사례로 적합할까? ‘문해력’의 정의를 잘 살펴보면, 이는 문해력보다는 어휘력의 예시로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서영아 국가문해교육센터장은 이를 ‘소통력 저하’의 문제로 본다. 단순히 어떤 특정한 단어를 알고 모르는 것으로 문해력을 판단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단어를 알게 되는 시기가 다르므로 단어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가 문해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2023 6월, 케이비에스(KBS)에서는 ‘아나운서와 함께 배우는 KBS 한국어 2023년 6월 - 구하자! 위기의 어휘력’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인이 자주 틀리는 단어를 정리해 주는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은 먼저 참과 거짓을 판단하는 퀴즈 형식으로 ‘금일’, ‘심심한’, ‘사흘’을 다루고, 이어서 예시 대화 상황을 상정해 ‘중식’, ‘미정’, ‘고지식’ 등의 의미를 해석한다.
이비에스(EBS)에서는 우리나라 성인들의 문해력을 조사하기 위해 <당신의 문해력+>라는 테스트를 만들었는데, 검사지는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글과 자료를 파악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묻는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동산, 주식, 휴대전화 요금제, 근로수당, 쓰레기 분리배출 등 실생활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주제들을 중심으로 15문항이 만들어졌다. 아래는 실제 테스트 문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