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책을 읽자
조선상고사 - 단재 신채호
튼씩이
2024. 2. 21. 09:49
『조선상고사』는 독립운동으로 10년 실형을 받고 뤼순감옥에서 투옥 중인 신채호가 1931년 6월부터 10월까지 『조선일보』에 〈조선사〉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글을 엮은 것으로, 신채호가 순국한 지 12년이 지난 1948년에 출간되었다. 단군시대부터 백제부흥운동까지를 다루고 있으며, 제1편 총론, 제2편 수두시대, 제3편 삼조선 분립시대, 제4편 열국쟁웅시대(중국과의 격전시대), 제5편(一) 고구려의 전성시대, 제5편(二) 고구려 중쇠와 북부여의 멸망, 제6편 고구려·백제 충돌, 제7편 남방 제국의 대(對)고구려 공수동맹, 제8편 삼국 혈전의 개시, 제9편 고구려의 대(對)수나라 전쟁, 제10편 고구려의 대(對)당나라 전쟁, 제11편 백제의 강성과 신라의 음모 등 모두 11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선상고사』 원문은 지금의 우리말과 큰 차이가 있어 내용을 이해하며 읽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신채호의 기억력에 의지한 부분이 많아 연도나 명칭 등에 오류가 다소 있다. 이 책은 『조선상고사』 원문을 현대어로 바꾸고, 명백한 오류를 바로잡는 한편, 원문에 없는 해설과 주석을 별도로 추가함으로써 독자들이 보다 쉽고 정확하게 신채호의 글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 책소개에서 -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 시간적으로 전개되고 공간적으로 펼쳐지는 정신적[心的] 활동 상태에 관한 기록이다. 세계사는 세계 인류가 그렇게 되어온 상태에 관한 기록이고, 조선사는 조선 민족이 그렇게 되어온 상태에 관한 기록이다. 무엇을 ‘아’라 하고 무엇을 ‘비아’라 하는가? 깊이 파고들 것 없이 쉽게 말하면, 주관적 입장에 선 쪽이 ‘아’이고 그 이외는 ‘비아’다. - 21쪽 -
점 하나로 전모를 논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노예적인 사대주의 역사가들은 좁쌀과 팥알처럼 작은 자기 눈알에 보이는 대로 연개소문을 수백 년간 혹평해 왔다. 그들은 '신하는 충성으로써 군주를 섬겨야 한다'는 불완전한 도덕률로 그의 행위를 탄핵하고 '대국을 섬기는 소국은 하늘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노예적 심리로 그의 공적을 부인했다. 이런 식으로 역사적 인물의 시체를 한 점 살도 남지 않도록 씹어버린 것에 대해 나는 통한한다. - 466쪽 -
그래서 김춘추는 바다를 건너 당나라에 들어가 당태종에게 신라의 위급한 형세를 하소연했다. 그는 힘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비굴한 언사와 예법을 보이며 구원을 요청했다. 그는 당나라 군주와 신하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아들 법민.인문 등을 당나라에 인질로 남겨두었다. 또 자기 나라의 의관을 버리고 당나라의 의관을 쓰고, 진흥왕 이래의 자기 나라 연호를 버리고 당나라의 연호를 쓰며, 당태종이 편찬한 ≪진서≫와 당태종이 가감한 ≪사기≫.≪한서≫.≪삼국지≫ 등을 가져가 자기 나라에 그대로 전파했다. 이 책들 속에는 조선에 대한 모욕적 언사가 많이 들어 있었다. 이렇게 그는 사대주의의 병균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 482쪽 -
고구려.백제가 망한 뒤에 신라 역사가들은 연개소문과 부여성충에 관한 자료를 말살하고 오직 김유신만을 찬양했다. 그래서 ≪삼국사기≫ 열전에서는 김유신 한 사람의 전기가 을지문덕 이하 수십 명의 전기보다도 훨씬 더 길다. 부여성충 같은 이는 열전에 실리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김유신 열전> 속에 과장된 이야기가 많이 들어갔을 것이라는 점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 483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