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한글문화연대
“뭘 배우는 학과에요?”, 영어로 가득한 대학교 학과명
튼씩이
2024. 10. 19. 21:04
요즘 대학에서는 영어로 된 학과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어가 직접적으로 쓰이지 않더라도 영어 단어를 한글로 표기한 학과명 역시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공계의 경우 첨단 융합 학문을 우리말로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나타나기도 하지만 글로벌 시대 흐름을 따라가려는 대학의 움직임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어로 표기된 학과명은 학생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수험생 김 씨는 영어가 포함된 학과명은 이름을 보고 어떤 학과인지 바로 이해하기가 어려워 불편함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의 ‘ELLT학과’와 ‘EICC학과’가 있다. 두 학과는 모두 영어 약자가 학과명이 된 사례이다. ELLT는 English Linguistics & Language Technology의 약자로 ELLT학과는 영어학과 공학을 접목한 영어영문학과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나갈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학과이다. EICC는 English for International Conferences and Communication의 약자로 EICC학과는 영어와 한국어 통번역학과라고 이해할 수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는 2025학년도 신입생부터 EICC학과의 국문명을 ‘영어통번역학과’로 변경해 신입생을 모집한다. 학과 국문명 변경 이유에 대해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변경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한글로 표기된 학과명은 직관적이며 해당 학과에서 어떤 과목을 배우는지 알기 쉽다. 이처럼 영어로 된 학과명의 문제가 바로 학과명만 봐서는 해당 학과에서 어떤 학문을 배우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이공계의 경우 한글로 표기된 영어 단어를 학과명에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이 외에도 비교적 최근 신설되는 학과에서 영어를 포함한 학과명이 많이 나타난다. 신설 학과는 대부분 기존 학문과 첨단 기술을 융합한 학과이기에 국어로 학과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학과명을 영어로 사용한다. 2011년에 신설된 서강대의 ‘아트&테크놀로지 전공’에서는 인문학, 문화예술, 공학 등 크게 3가지 영역으로 구성된 융합형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영어로 표기된 학과명은 글로벌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겠지만 오히려 학생들의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다. 첨단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를 배우는 학과에서는 학과명을 한국어로 표기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학생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과명을 우리말로 표기하려는 노력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