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시작!... 경고!” 올해 여름에 열렸던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경기에서 실제 심판의 말이다. 세계적인 스포츠 대회인 올림픽에서 우리말이 들리다니, 처음 보는 사람들은 다들 신기하다는 반응이 많다. 스포츠 용어는 대부분 종목이 유래하게 된 국가의 언어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펜싱은 프랑스어를, 야구는 영어를, 유도는 일본어를 쓴다. 현재 태권도는 대한민국이 종주국이므로 실제 경기에 사용하는 모든 구령을 우리말로 진행한다.
태권도에 한국어를 사용하게 된 배경
초창기 태권도인들의 노력이 굉장히 큰 몫을 하였다. 김운용 전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최홍희 전 국제태권도연맹 총재가 태권도의 세계화를 위해 1960~70년대부터 태권도 사범을 많은 나라에 파견하는 것에 노력을 기울이며 태권도 용어 한국화에 크게 이바지했다. 2000년부터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이 된 태권도는 한국어를 통해 세계화에 성공했다. 세계태권도연맹, 국제태권도연맹에서 모든 준비 동작에서부터 자세, 경기 용어까지 한국어를 사용한다. ‘경례’, ‘준비’, ‘국기에 대하여 경례’에서부터 ‘하나’, ‘둘’ 등 숫자와 점수도 한국어를 쓴다. 더불어 국기원은 2010년 태권도의 국어사전이라고 할 수 있는 ‘WTF 태권도 용어 정보 사전’을 출간했다. 사전에는 태권도 동작이 ‘ㄱ’에서 ‘ㅎ’까지 표제어 배열순으로 정리되어 있다. 외국인을 위한 영문판도 있다. 또 2019년에는 태권도 기술 체계도 중심 용어 정리, 사진 수록, 정보무늬 등을 통해 사전을 구성했다. 기술의 용어와 뜻풀이, 용어가 활용되는 예시도 담은 ‘태권도 용어 사전’도 있다.
품새? 품세? 자세히 보는 태권도 속 우리말
2009년 9월 국기원은 표준어를 품새로 결정하고 이후 국립국어원이 뒤늦게 품새와 품세를 함께 표준어로 인정했다. 하지만 그 후로도 두 단어 중에 어떤 것을 태권도 경기에 사용해야 할지 끊임없이 논란이 일고 있다. ‘품새’보다 ‘품세’가 온당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에 국기원 이종우 원로위원과 양진방 세계태권도연맹 사무국장이 있다. 이종우 원로위원은 “모양새를 뜻하는 ‘새’는 생명감이 없고 고착된 형태를 나타낸다. ‘품세’의 ‘세’에는 기품과 기세 등 형태적 변용과 생명력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라며 ‘품새’를 ‘품세’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단어 모두 표준어인 만큼, 무슨 단어를 사용할지는 크게 상관없고 각자의 취향과 소신의 문제이다. 태권도 용어는 기술에 따라 여러 동작이 있는 경우 시간순으로 용어를 조합하기로 정했다. 예를 들어 ‘뒤돌아 뛰어 돌려차기’, ‘뛰어서 이어 앞차기’ 등이 있다. 간결한 용어 사용을 위해 사용 부위나 목표를 생략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바깥팔목 막기’에서 ‘팔목’을 빼 ‘바깥막기’로 사용한다.
태권도 속 우리말 지켜나가기
많은 사람의 노력에도 태권도의 기본 및 기술 용어에 일본식 표기, 한자와 영어 등의 외국어가 무분별하게 혼용되고 있다. 국기원(세계태권도본부)은 태권도 용어를 우리말 표현으로 바꾸는 작업을 주도했다. 예전 태권도 용어는 대부분 어렵거나 낯선 한자어로 구성돼 있었다. 족기(足技)를 ‘발기술’이라고 바꾸고 회축(回軸)을 ‘뒤돌려차기’로 바꿔 불렀다. 태권도 용어 표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용어의 문제는 단순히 어떤 용어를 선택하느냐의 문제만이 아니라 기술에 대한 인식과 이해의 근본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태권도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스포츠인 만큼 우리가 더 관심을 기울이고 다듬어 발전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