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드라마에 한글 자막이 도입되며 67년 관행이 바뀌었다. 1956년, 한국에서 최초의 드라마 제작을 시작하고 난 뒤 한글 자막이 나온 것은 2023년이 처음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지상파 드라마의 한글 자막 도입
그동안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아닌 지상파 드라마에서는 한글 자막을 찾기 어려웠다. 한국방송공사(KBS), 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는 청각장애인에게만 따로 자막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그런데 에스비에스가 ‘악귀’, ‘법쩐’ 등의 드라마를 재방송할 때 한글 자막을 사용하면서부터 본방송에서도 한글 자막을 도입했다. 처음 본방송에서 한글 자막을 사용한 것은 문화방송 드라마 ‘수사반장 1958’이다. ‘수사반장 1958’은 1971년부터 1989년까지 방영되었던 ‘수사반장’의 전사편(영화 따위에서 기존의 작품 속 이야기보다 앞선 시기의 이야기를 다루는 속편) 드라마로 40~80대가 주 시청자로 기대됐다. 주 시청자가 중장년층이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더 편리한 시청을 위해 원래는 재방송에서만 사용하던 한글 자막을 본방송에도 도입했다고 한다. 이후로 에스비에스도 드라마 ‘7인 부활’ 본방송 때 한글 자막을 사용했고, 최근에 방영한 ‘굿파트너’, ‘지옥에서 온 판사’에서도 꾸준히 한글 자막을 사용하고 있다.
▶한글 자막에 긍정적인 반응
이에 시청자들은 대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코로나 이후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이용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의 자막 의존도가 높아졌다. 바쁜 현대에 영상을 2배속으로 보며 자막을 통해 대사를 이해하고 이동 중 영상을 볼 때 소음 속에서 자막의 도움을 받았다.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지상파 드라마에서도 자막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었다. 중장년층에 대한 배려가 돋보여 좋다는 반응도 있었다. 한 드라마에서는 여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다르게 ‘새끼’라는 욕설을 ‘자식’으로 순화하며 다양한 연령층에 대한 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신조어, 은어가 난무해 논란이 제기되는 요즘 방송에서 시청자들을 배려하는 면모가 돋보인 것이다.
▶도입에 우려를 나타내는 반응
그렇지만 한글 자막을 도입함으로써 제작진들의 고민이 늘어나고 몰입이 방해된다는 우려도 나타났다. 앞선 비속어 같은 경우나 사투리를 자막으로 어떻게 풀어낼지 제작진들은 고민이 깊어진다. 몰입에 있어서는 시청자가 화면을 바라볼 때 자막으로 시선이 쏠리는 경우가 있어 드라마 연출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같은 경우에는 자막 설정을 시청자가 직접 할 수 있지만 지상파는 자기의 취향에 따라 설정하기 어려워 자막 도입에 있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었다.
▶국내 콘텐츠 한글 자막에 대한 선호도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 OTT 이용행태조사(213쪽)’에 따르면, 최근 1년 유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2,784명 이용자 중 국내 콘텐츠 한글 자막 선호도에 대해 35.8%가 선호하고, 32%가 선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선호하는 사람 중 ‘약간 선호한다’는 28.4%, ‘매우 선호한다’는 7.4%였다. 선호하지 않는 사람 중에서는 ‘전혀 선호하지 않는다’가 12.3%, ‘다소 선호하지 않는다’가 19.7%로 나타났다. 선호하는 이용자와 그렇지 않은 이용자가 비등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도 지상파 방송사의 드라마에서 한글 자막이 꾸준히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