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책을 읽자

나의 장례식에 어서 오세요 - 보선

튼씩이 2025. 2. 3. 21:12

 

출판사 리뷰


2만이 넘는 독자를 ‘비거니즘’veganism의 세계로 안내한 보선의 신작 그림에세이가 돌베개에서 출간되었다. 『나의 비거니즘 만화』, 『적적한 공룡 만화』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이다.

‘죽음’이란 어쩌면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또 모호하기 그지없는 개념이다. 태어난 이상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의학적으로, 생물학적으로, 제도적으로, 개인적으로, 철학적으로, 인간적(?)으로… 바라보는 죽음의 양상은 다양하다. 그게 죽음(과 삶)에 대한 사유를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만든다. 누구나 그렇듯, 작가인 보선도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죽음에 대해 고민했다. 우울증을 앓기도 했던 탓일까, 그는 “태어난 이상 계속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버겁다”고 느꼈고, “나 자신이 뜬구름 같다”고 여기기도 했다. 그에게는 “삶과 죽음의 선택지 앞에서 계속 삶을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이 당연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살아있다’는 것은 지극히 소극적인 행위 아닐까? 숨을 쉬려 애쓰지 않아도, 심장이 뛰게 노력하지 않아도 우리는 살아있으니 말이다. 오히려 죽으려 시도한다는 것이 더 적극적인 행위로 느껴질 정도다. ‘살아있다는 것’은 보선과 같은 건강한 젊은이에게는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을 텐데도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또는 ‘살아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문제는 한동안 그를 사로잡았다.

2021년 4월 12일, 보선은 ‘장례식’을 올렸다.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확실한 미래는 죽음이니, 우리가 서로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약속 또한 아마 장례식일 것”이라는, 마치 어느 철학자의 아포리즘 같은 친구의 말이 이끌어낸 결과물이었다. 장례식을 올리기에 앞서 보선은 사랑하는 이들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초대장을 받은 이들은 기꺼이 보선이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하는 온라인 장례식에 함께했다. 그리고 ‘안녕’을 보내며 ‘축하의 말’을 남겼다. (이날 진행한 장례식 라이브 영상은 아직 유튜브에 남아 있으며, ‘하객’들이 남긴 축하의 말은 책 속의 「방명록」에 옮겨두었다.)

보선은 이런 ‘별스러운 이별 의식’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 싶었을까? 그리고 무엇을 얻었을까? 삶에 대한 빛나는 통찰? 한번 죽어보았다는 경험적 경험? 죽음을 잘 준비하고 있다는 자신감? 잘 사는 것이 잘 죽는 것이라는 해답? 『나의 장례식에 어서 오세요』라는, 그림과 글이 교차되는, 또는 어우러지는 그림에세이 한 권을 얻은 것은 확실하다.

 

철학자 셸리 케이건은 『죽음이란 무엇인가』에서 죽음의 특징을 다섯 가지로 서술한다.

첫 번째, 죽음의 필연성.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 없으며 반드시 죽는다.

두 번째, 죽음의 가변성.  죽음에 이르기 전 수명은 천차만별이다.

세 번째, 죽음의 예측불가능성. 우리가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다.

네 번째, 죽음의 편재성.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죽을 수 있다.

다섯 번째, 삶과 죽음의 상호효과. 죽음은 삶을 영위한 다음에 따라온다. 그러므로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대상은 삶 자체 또는 죽음 자체가 아니라, 삶과 죽음이 조합함으로써 만들어내는 가치다.  - 45~46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