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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DP: 개의 날 - 김보통

튼씩이 2025. 2. 12. 22:02

 

출판사 리뷰


1년간 몇 명의 탈영병이 발생하는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나와는 상관없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탈영병은 외계인이나 유령과 같은 존재다. 얘기만 들었지, 아무도 본 적은 없거든.

『DP-개의 날』은 군 시절 헌병대에서 차출되어 DP로 활동했던 김보통 작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작가의 모습이 투영된 안준호라는 캐릭터는 처음에는 내무생활을 하기 싫어 DP 제안을 달갑게 받아들이지만 탈영병을 쫓고 잡는 과정 속에서 점차 자신이 속해 있는 세계의 부조리에 눈뜬다.

작품 속에서 이야기하듯 대부분의 탈영은 “게임 한 판 더 하고 싶어서, 술 한잔 더 하고 싶어서” 휴가 복귀를 미루다 발생한다. 군번줄까지 차고 찜질방에서 자다가 잡히고, 피시방 접속 기록으로 추적을 당하는 등 ‘탈영’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와 어울리지 않게 어이없이 덜미를 잡히는 과정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문제는 다른 탈영의 경우다. “내가 특별히 선해서 탈영병을 쫓는 것이 아닌 것처럼 탈영병도 특별히 악해서 탈영을 한 것은 아니다. 그가 탈영을 결심하게 된 그 상황이, 사건이 나에게는 찾아오지 않았을 뿐이다.”

선임병들의 상습적 폭행에 시달리다 끝내 숨을 거둔 윤 일병과 GOP에서 총기를 난사해 5명을 살해한 임 병장 등 군 관련 사건 사고는 끊임없이 반복된다. 이런 군 환경에서 ‘연평균 약 700명’이 탈영을 하는데도 탈영병은 여전히 ‘외계인이나 유령 같은 존재’로 취급된다. 탈영병이 발생했다는 뉴스는 그저 우리의 안온한 일상에 대한 위협일 뿐이다. 『DP-개의 날』은 범죄 아닌 범죄인 탈영의 실상을 도망친 탈영병의 시선과 그를 쫓는 DP의 시선, 두 가지 관점으로 그려낸다. 구타와 언어폭력, 코를 곤다는 이유로 방독면을 씌우고 이유 없이 벌레를 잡아 먹이는 가혹행위가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가운데 탈영병은 어쩔 수 없이 도망친다. 같은 사병 신분인 DP 또한 선임병의 폭력과 상관의 책망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탈영병을 잡으러 동분서주한다. 탈영병을 찾는 과정은 탈영의 이유를 찾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안준호는 이 모든 것에 깊은 회의를 느낀다. 그는 “누군가를 죽이지 않기 위해 도망친” 탈영병을 체포해 돌아가며 말한다. 가혹행위를 한 자들은 처벌받겠지만 그뿐, 누군가는 다시 탈영을 할 거라고.


가상의 부대 103사단을 배경으로 한 실감나는 연출과 현실적인 인물 묘사 또한 발군이다. 군인답지 않게 머리를 기르고 사복을 입고 민간인처럼 활동하는 DP이기 때문에, 그 자신도 선임병에게 ‘갈굼’을 당하며 어떻게든 내무실 밖으로 나가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안준호는 군인과 민간인, 탈영을 한 자와 탈영을 하지 않은 자 사이의 경계에 놓여 있다. 처음에는 그저 성과와 실적을 위해 탈영병 체포에 열을 올리던 그는 탈영병의 행적을 쫓으며 그의 고통에 공감하고 어찌할 수 없는 현실에 분노하기도 한다.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서 ‘왜 잡아야 하는가’로, ‘제정신이 아니니까 탈영하지’에서 ‘탈영하지 않고는 제정신으로 견딜 수 없다’로 안준호라는 인물이 변모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뿐만 아니라 장난기가 많지만 빠른 눈치와 행동력으로 DP를 수행하는 박성준 일병, 탈영이나 군대 내 문제를 성가시게 생각하며 오직 진급만이 목표인 군무이탈담당관 박범구 중사 등 살아 숨 쉬는 등장인물들 또한 작품을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무엇보다 실제 작가 자신의 DP생활을 토대로 한 헌병대의 내무생활과 탈영병 추적 과정의 살아 있는 디테일은, 『DP-개의 날』이 여타 군대물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