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책을 읽자

미친 국어사전 - 박일환

튼씩이 2025. 5. 19. 20:39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 비판'이라는 부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국어교사가  [표준국어대사전]에 대해 쓴소리와 함께 사전으로서의 제기능을 다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쓴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안타까운 마음을 어찌할 수 없어 작가가 느낀 '절망감'에 공감하며, [표준국어대사전]이 좀 더 친절한 국어사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우리나라에도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바친 분들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일본 경찰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다가 끝내 숨진 이윤재, 한징 같은 분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고유 언어는 민족의식을 양성하는 것이므로 조선어학회의 사전 편찬은 조선민족정신을 유지하는 민족운동의 형태다." 이들에 대한 내란죄를 적용한 당시 함흠지방재판소의 예심종결 결정문에 담긴 내용이다. 지금 사전을 편찬하는 이들에게 우리말로 된 사전 하나 만드는 데 목숨까지 걸어야 했던 그 시절을 돌아보라고 하는 건 무리한 요구일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말을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겼던 그분들의 정신만큼은 되새길 필요가 있겠다.  - 10쪽 -

 

국어사전은  그 나라 언어의 보물 창고가 되어야 마땅하다. 그 나라말이 얼마나 다양하고 풍요로우며 아름다운지를 알려주는 길잡이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어야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이 거듭나서 우리말을 사용하는 모든 이들의 숨결 속에 살아 있는 국어사전이 되기를 바란다.  - 11쪽 -

 

 

국립국어원이 편찬한 [표준국어대사전]에 대한 비판은 하루 이틀된 이야기가 아니다. 1999년에 인쇄물로 출판된 이후 지금까지 오류와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고, 이를 의식한 국립국어원 역시 분기별로 수정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이 매년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밝히고 있는 수정 항목 수를 보면 [표준국어대사전]의 오류와 문제점을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예컨대 2014년도에 밝힌 수정 항목 수는 총 72개에 불과하다). 이런 식의 임시방편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앞으로 10년, 20년을 내다보면서 완전히 새롭게 편찬한다는 각오를 다지지 않으면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게 이 책 [미친 국어사전]의 핵심 주장이다.

현직 국어교사이자 시인인 저자가 상식을 기준 삼아 살펴본 [표준국어대사전]의 문제는 한마디로 심각하다. 국립기관에서 펴낸 국어사전이라면 당연히 그 나라의 언어 정책과 연구 성과가 고스란히 반영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표준국어대사전]이 그런 성과를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저자에 따르면, [표준국어대사전]은 편찬 원칙과 기준에서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으며, 한자어와 외래어에 밀려 우리말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고, 뜻풀이도 불친절하기 짝이 없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한편, 보통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쓰고 있는 수많은 낱말들을 사전의 품안으로 끌어들이는 일에는 소홀하다. [표준국어대사전]이 지닌 이런 문제들을 두루 살펴본 독자라면 저자가 느낀 ‘절망감’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총 13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짚은 문제들은 저자의 말에 따르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사전에 실린 50만 개가 넘는 낱말들을 한 권의 책에서 모두 다룰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 책에서 살펴본 문제들을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표준국어대사전]의 허술함이 눈에 보일 만큼 뚜렷하게 드러난다. 우리말보다 한자어와 외래어를 더 사랑하며, 이상한 뜻풀이로도 모자라 사전에 없는 말이 수두룩하고, 신어(新語)의 수집과 정리에 있어 제대로 된 기준이나 체계를 갖고 있지 못하며, 차별과 편견을 부추기는 동시에 어설프게 백과사전을 흉내 내는 것이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의 ‘부끄럽고 창피한’ 모습이다.  - YES24에서 -

 

목   차

제1장 한자어를 사랑하는 국어사전
제2장 외래어를 사랑하는 국어사전
제3장 이상한 뜻풀이
제4장 사전에 없는 말
제5장 신어(新語)의 문제
제6장 차별과 편견을 부추기는 국어사전
제7장 어설픈 백과사전 흉내 내기
제8장 낱말 분류 항목에 대해
제9장 방언의 문제
제10장 순화어의 문제
제11장 북한말의 문제
제12장 용례와 출처에 대해
제13장 그 밖의 문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