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소금산을 다녀와서
일요일 아침 일찍 원주 소금산에 있다는 출렁다리를 구경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이 7시 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산책 겸 등반(?)이 이렇게 힘들게 끝날 줄 상상도 못했다.
매표소에 도착하니 9시부터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그냥 들어갈 수도 있었는데, 착한 사람 코스프레 한다고 등반로로 방향을 바꿔 소금산 정상으로 향했다.
400개가 넘는 철계단이 있다고 해서 그저 그런 철계단이겠지 하고 출발했는데,
아뿔싸, 이건 처음부터 경사가 장난이 아니었다.
철계단 중간중간에는 바위로 이루어진 경사가 심한 길이 이어졌고, 마지막에 만난 철계단은 보기에도 아찔한 거의 직각에 가까운 경사로 이루어져 올라가는 내내 위는 커녕 옆도 못 쳐다보고 오직 계단과 내 발만 보며 올라가기에 바빴다.
이른 시각이어서였는지 안개가 낀 아래쪽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으나, 다행히도 중간에 나무에 걸친 거미줄과 고목을 촬영하며 갈 수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드디어 올라선 소금산 정상.
해발 343m.
마음은 8,000m가 넘는 산을 올라온 거 같은 기분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출렁다리를 보기 위해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출렁다리 입구에 도착했는데, 입장료가 3,000원, 그 중에 2,000원은 상품권으로 주는데 입구에 있는 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산을 내려오는 도중에 조금씩 다리에 신호가 오기 시작하더니, 집에 돌아온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아파오기 시작했다.
월요일 아침부터는 걷기도 힘들 정도로 장딴지 쪽이 아파와 파스도 붙이고 저녁에는 찜찔까지 했는데, 글을 쓰고 있는 수요일 아침인 지금까지도 통증이 전해온다.
일요일 아침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여행치고는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많은 듯하다. 진짜 개고생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