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씩이 2022. 6. 24. 07:49

6. 세자의 혼례


세자의 혼례(婚禮)는 가례(嘉禮)에 포함된다. 가례(嘉禮)는 원래 왕실의 큰 경사를 뜻하는 말로서 왕실의 혼인이나 책봉 등의 의식 예법을 모두 뜻했다. 《주례(周禮)》에서도 ʻ이가례친만민(以嘉禮親萬民)ʼ이라 하여, 가례(嘉禮)가 만민(萬民)이 참여하여 행할 수 있는 의식임을 설명했다. 그만큼 가례는 상하 모두가 함께 행할 수 있는 의례였다.


가례의 분류에는 본래 조정의 통상적인 예제 등이 폭넓게 포함되지만, 현존하는 《가례도감의궤(嘉禮都監儀軌)》등에서 사용되는 가례(嘉禮)는 왕실의 혼례에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다만 본래 가례에 책례와 관례가 모두 포함되는 만큼 여기서는 ʻ왕세자의 혼례ʼ로 구분하였다.


조선시대 궁중의 혼례는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 《국조오례의서례(國朝五禮儀序例)》, 《국조속오례의(國朝續五禮儀)》, 《국조속오례의서례》, 《국조속오례의보》등을 준용하여 거행되었다. 이들 책에는 자세한 의식절차의 설명이 실려있다. 관련 의주(儀註)로는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가 상세한데, <책왕세자빈의(冊王世子嬪儀)>, <왕세자납빈의(王世子納嬪儀)> 등 두 가지의 의주가 실려있다. 전자는 종묘에 새로 왕세자빈을 책봉하였음을 고유하는 절차를 상세히 기술하였으며, 후자는 왕세자의 혼례절차 전과정[六禮]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놓았다. 왕세자빈의 책봉 자체가 혼례절차에 포함되는 까닭에 전자는 순서상 종묘에 고하는 절차가 후자의 전체순서에 포함되어있다. 아울러 매번 행사때마다 고유한 여러 사항들을 기록하기 위해서 각종 《가례도감의궤(嘉禮都監儀軌)》가 제작되어, 의궤 중에서 가장 화려하면서도 체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왕실의 혼례는 예비절차인 간택(揀擇)과 본절차인 육례(六禮)로 나누어지며, 아울러 고종묘(告宗廟), 임헌초계(臨軒醮戒), 빈조현(嬪朝見), 전하백관조현(殿下百官朝見) 등의 절차도 함께 이루어졌다. 간택은 연대기 및 의궤에서만 확인이 가능한 반면에, 후자는 《국조오례의》등 각종 예서를 위시하여 일반 기록 전반에 등재되었다. 이는 많은 처녀를 모아놓고 그 중에서 세자빈을 뽑는 간택절차가 유교적인 의식과는 다소 상이하다고 판단되었기에 정식 의례서에는 실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례의 정식절차는 육례(六禮)만 일컬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실무적으로 간택절차가 가장 먼저 행해져, 사실상 예비절차로서 치루어졌다. 먼저 금혼령(禁婚令)이 내려졌으며 이에 따라 조선 팔도의 혼인이 금지되고, 각기 처녀단자를 왕실에 제출하도록 명해졌다. 초간택, 재간택, 삼간택을 거쳐, 뽑힌 예비 왕세자빈(王世子嬪)은 이미 보통사람의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사가(私家)로 돌아갈 수 없고 별궁으로 직행하게 된다. 별궁(別宮)은 가례기간 동안 왕세자빈의 집 역할을 하는 궁으로서 삼간택(三揀擇)에서 뽑힌 예비 왕비를 별궁으로 모셔 놓고 왕비가 된 후에 지켜야 할 여러 가지 궁중 법도를 익히게 하고 가례의식이 거행되는 순서와 행사를 미리 연습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