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왕실문화 인문강좌(국립고궁박물관)
세자의 교육 (2) - 최초의 교육, 태교
튼씩이
2022. 6. 29. 12:53
2. 최초의 교육, 태교
국왕과 왕비가 어렵게 만나 합궁을 하고 왕비가 임신을 한 것이 확인되면, 태아를 위한 태교(胎敎)가 시작되었다. 이이가 작성한 『성학집요(聖學輯要)』의 「교자(敎子, 자식을 가르침)」편을 보면 태교에 관한 구절이 있다.
옛날에는 부인이 아이를 임신하면
옆으로 누워 자지 않고,
비스듬히 앉지 않으며,
한쪽 발로 서지 않고,
맛이 야릇한 음식을 먹지 않았다.
사특한 색깔을 보지 않고,
음란한 소리를 듣지 않으며,
밤이 되면 장님에게 시를 외우고 바른 일을 말하게 하였다.
이는 사대부의 부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태교를 중시하는 것은 왕실이든 민간이든 마찬가지였다. 말하자면 태교는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받는 최초의 교육이라고 하겠다. 태교는 태아가 성장하는 환경을 중시하는 교육인데, 산모인 왕비는 매일 아침 자리에서 일어나면 성현의 교훈이 새겨진 옥판을 보고 그 말씀을 소리 내어 읽었다. 이때 옥판을 사용하는 이유는 옥 자체의 성질이 몸에 이로운데다 옥의 빛깔이 정서적으로 편하게 해주기 때문이었다. 성현의 말씀을 소리 내어 외우는 것은 글 외우는 소리가 태아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산모는 색깔이 고운 홍수정이나 자수정으로 만든 반지, 팔지, 목걸이를 만지고 바라보았으며, 조용하고 정결한 곳에 있으면서 궁중 악사가 들려주는 태교 음악을 들었다. 태아가 성장함에 따라 산모의 음식을 조절했는데, 칼슘이 풍부하거나 태아의 두뇌 발달에 좋은 음식을 섭취했다. 출산일이 다가 오면 산모는 아이에게 입힐 누비옷을 만들거나 자수를 놓았는데, 이는 산모가 정신을 집중할 수 있는데다 장차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을 기울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왕비의 출산은 산실청이란 기관이 담당했고, 이는 출산하기 한 달 내지 석 달 전에 궁중에 설치되었다. 궁중에 산실청이 설치되면 그때부터 출산할 때까지는 전국에서 형벌의 집행을 중지했다.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기를 기다리면서 다른 생명을 죽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왕자가 탄생하면 국왕은 산모 거처에 매달아 놓았던 구리종을 쳐서 아기의 탄생을 알렸다. 뒤이어 종묘에 왕자의 탄생을 알리는 고유제(告由祭)를 올렸고, 관리들은 국왕에게 왕자의 탄생을 축하하는 의식을 거행했다. 국왕은 산모를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했던 산모와 산실청의 관리들에게 말이나 쌀, 베를 상품으로 주었고, 중죄인을 제외한 전국의 죄수들을 석방했으며, 경과(慶科)라는 이름의 과거 시험을 보았다. 이는 모두 왕실의 기쁨을 백성들과 함께 하겠다는 의미를 가진 행사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