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단칸방에는 다락이 하나 있었다. 겨우 한 사람이 들어가 허리를 굽혀 앉을 수 있는 작은 다락이었다. 엄마에게 혼나거나 우울한 일이 있을 때 나는 다락으로 숨었다. 사춘기에 막 들어선 시점이었다.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도망갈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가족의 변화와 함께 버림받은 세계문학전집과 백과사전이 거기 있었다.
- 봉달호의 《셔터를 올리며》 중에서 -
* 나이 든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아마도 다락방의 추억이 있을 듯합니다. 뭔지 모르게 평안하고 비밀스러운 숨은 공간에서 묘한 해방감과 자유를 느껴본 그런 기억 말입니다. 때마침 그곳에 낡은 책이라도 몇 권 있었다면, 그리고 그 책을 펼쳐보다가 번쩍하는 구절을 하나라도 발견했다면, 인생을 바꾸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