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왕실문화 인문강좌(국립고궁박물관)
세자의 교육 (3) - 환경을 중시하는 교육
튼씩이
2022. 6. 30. 07:56
3. 환경을 중시하는 교육
왕실 교육에서는 특히 환경을 중시했다. 산모의 태교가 환경을 중시하는 교육이었지만, 왕자의 유모를 선발하는 데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왕자의 유모는 아이가 어린 시절에 가장 가까이에서 영향을 주는 사람이기에 매우 특별한 존재였다. 유모는 민간인 중에서 후덕하고 건실한 성품을 가진 사람을 뽑았으며, 만약 천인 출신이라면 면천(免賤)이라 하여 양인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키운 아이가 국왕이 되면 유모는 봉보부인으로 봉해졌다. 이는 종1품에 해당하는 관직으로 육조의 판서보다 높은 직급의 자리였다. 어릴 때부터 가까이에서 지낸 국왕과 유모의 사이는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국왕이 목욕할 때 수발을 드는 사람이 유모였고, 왕비가 난산(難産)을 하면 국왕은 자기 유모를 보내는 것으로 관심을 표현했다.
1809년(순조 9)에 효명세자가 태어나자, 이시수는 유모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옛말에 ‘유모는 반드시 너그럽고 인자하며, 따뜻하고 공손하며, 예의를 차리고 말을 적게 하는 이를 골라서 자식의 스승으로 삼는다.’고 했습니다. 이는 덕을 이룬 군자의 일이므로 이런 여자를 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만, 일에 따라 올바르게 가르침에 있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임을 알 수 있습니다.
유모는 반드시 외모가 단정하고 품성과 행실이 양순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지금부터 원자와 가까이 지내는 사람은 단정하고 양순한 사람을 신중히 가려 뽑아, 아이가 습관을 익혀서 점차 함양되게 하는 방도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신의 구구한 소망입니다.
왕자 가까이에는 내관도 있었다. ʻ환관(宦官)ʼ이라 불리는 내관은 비록 고위직은 아니지만 왕자의 음식 습관이나 생활 태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므로 선발에 각별한 관심을 두었다. 왕자의 어릴 적 습관은 내관의 언행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왕자의 스승이나 동료를 선발하는 데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왕자를 교육시키는 스승은 학문과 덕망을 겸비한 관리여야 했는데, 스승이 학생에게 가르치는 것은 학문적 지식만이 아니라 몸가짐이나 말씨, 마음 씀씀이까지도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어린 왕자가 혼자서 공부하는 것을 힘들어하면 또래 아이인 배동(陪童)을 붙여주었는데, 이는 종친이나 대신의 자제 가운데 총명한 아이를 선발했다. 배동은 왕자와 어울려 놀기도 하고 함께 공부하기도 했는데, 왕자에게 모범을 보일 수 있는 아이를 선발했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