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완초장 보유자 이상재 선생이 세상을 떴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완초장은 논 또는 습지에서 자라는 1, 2년생 풀인 왕골로 살림살이에 쓰는 도구들을 만드는 장인을 말합니다. ‘왕골’은 키가 60~200cm에 이르는 풀로 용수초(龍鬚草), 현완(懸莞), 석룡초(石龍草)라고도 부릅니다. 왕골제품으로는 자리, 돗자리, 방석, 송동이(손바구니), 합(밥그릇) 따위가 있지요.
▲ 왕골로 만든 합, 국립무형유산원 제공
《태종실록》에 보면 관청에서 수요를 빙자하여 민간에게 공납을 강요하는 몇 가지 품목 가운데 왕골도 포함된 것으로 미루어 조선시대에도 왕골은 매우 귀한 물건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만화석(滿花席), 만화방석(滿花方席), 만화각색석(滿花各色席), 용문석(龍文席), 화문석(花文席), 잡채화문석(雜彩花文席), 채화석(彩花席) 등 여러 이름의 왕골제품이 있어 궁중과 상류계층에서 썼고 또 외국과의 중요한 교역품으로도 쓰였음을 알 수 있지요.
1991년 12월 31일 조사에 따르면 609호가 왕골 생산에 종사하여 20,624매의 꽃방석을 생산하였고, 206호가 종사하는 꽃삼합은 연간 30,371매를 생산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왕골제품은 그 역사가 오랜 생활 문화유산으로서 한때 전승이 끊어질 위기도 있었으나 1970년 이후 그 제작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졌습니다. 지금까지의 왕골제품은 깔개와 그릇에 불과하였지만, 왕골은 염색과 굵기의 조절이 쉬우며, 특별한 도구 없이도 다양한 기물을 창작할 수 있는 좋은 소재여서 전통적인 제작기법을 이용해 실내장식용품, 신변용품, 꾸미개(장신구) 등 여려 쓰임새로 개발의 여지가 풍부한 공예분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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