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한글문화연대 1004

“아라리 빛나는 새벽녘, 온새미로 흐르는 가람 소리”

“아라리 빛나는 새벽녘, 온새미로 흐르는 가람 소리를 들으며 사르르 잠이 들었다.”이 문장은 어떤 뜻일까? 아라리, 온새미로, 가람, 사르르는 순우리말이다. 알기 쉽게 해석하면, "밝고 환하게 빛나는 새벽 무렵, 자연 그대로 흐르는 강물 소리를 들으며 부드럽게 잠이 들었다."는 뜻이다. ‘아라리’는 밝고 환하게 빛나는 상태를 뜻하고, ‘온새미로’는 '자연 그대로', '변함없이'라는 의미이다. ‘가람’은 강을 뜻하는 옛말이고, ‘사르르’는 부드럽고 가볍게 녹아들거나 스며드는 상태를 표현한다. 전체적으로 새벽의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과 하나 되어 잠드는 모습을 담고 있다.  우리말의 어휘는 크게 순우리말, 한자어, 외래어로 분류된다. 각각의 어휘는 우리말의 다양한 표현을 풍부하게 하고, 언어의 정체성과 ..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 수능 필적 확인 문구의 역사와 의미는?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 지난 14일에 치러진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필적 확인 문구이다. 해당 문구는 곽의영 시인의 시 ‘하나뿐인 예쁜 딸아’에 나오는 한 구절로 수험생들은 이 문구를 매 교시 답안지에 써넣어야 한다.    필적 확인 문구는 수험생들이 답안지의 필적 확인란에 컴퓨터 사인펜으로 직접 써야 하는 글귀이다. 필적 확인 제도는 2004년에 치러진 2005학년도 수능에서 대리 시험 등 대규모 부정행위가 발생하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듬해부터 도입됐다. 필적 확인 문구는 수능 출제 위원들이 국내 작가의 문학작품 가운데 적절한 문구를 골라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주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리고 수험생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문구가 쓰였다. 문구는 수험생들의 필적을 가려내기 위한 ..

제2회 쉬운 우리말글 기자상, 12명 선정

제2회 쉬운 우리말글 기자상, 12명 선정- 으뜸상에 세계일보 이강은, 와이티엔 이상곤 기자 - 기자들이 쉬운 우리말과 한글 사용에 앞장서는 계기 되길  오는 12월 3일(화) 낮 3시 한국언론진흥재단(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실에서 제2회 쉬운 우리말글 기자상 시상식이 열린다. 신문 부문에서 세계일보 이강은 기자가, 방송 부문에서는 와이티엔(YTN) 이상곤 기자가 최고상인 으뜸상을 받게 되었다.  ‘쉬운 우리말글 기자상’은 기사나 뉴스를 작성할 때 어려운 외국어 표현 대신 쉬운 우리말을, 외국 글자 대신 한글을 적극적이고 모범적으로 사용하여 일반 시민들이 기사나 뉴스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 기자를 선정해 수여하는 상으로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현), 방송기자연합회(회장 박성호), 한글문화연대(대표 ..

단어에 대한 화자의 인식이 담긴 그릇, 현실 발음

[실라], [철리], [물랄리], [생산냥]. 한눈에 봐도 이상한 이 글자들은 한국어 단어인 ‘신라’, ‘천리’, ‘물난리’, ‘생산량’의 표준발음이다. 이렇게 한국어는 ‘표준 발음법’에 의해 올바른 발음이 정해져 있다. 안 그래도 외울 것이 많은 한국어 문법인데 발음까지 외워야 한다니. 누군가에게는 막막하게만 느껴지는 소식일 것이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표준 발음법에 규칙이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규칙이 있지만, 이번 기사에서 다룰 것은 표준 발음법 제5장 제20항의 내용이다. 표준 발음법 제5장 제20항은 ‘ㄴ’은 ‘ㄹ’의 앞이나 뒤에서 [ㄹ]로 발음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신라’, ‘천리’, ‘물난리’의 ‘ㄴ’이 앞, 뒤의 ‘ㄹ’의 영향으로 ‘ㄹ’로 바뀌어 [실라], [철리], [..

우리나라 공공기관 누리집에 멘토링, 팝업존..변화가 필요한 때

공공기관 누리집에 우리말 사용도 현황이 어떤지 궁금증을 안고 접속해 보면 실제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외국어가 쓰이고 있다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누리집에는 멘토링, 팝업존 같은 용어가 아무렇지 않게 쓰이고 있다. 정보를 얻고자 접속한 국민들이 온전하게 누리집을 이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공공기관의 역할 공공기관은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국가의 감독 아래 일반 사회의 여러 사람과 관계있는 일들을 처리하는 기관’이다. 여러 사람과 관계있는 일들을 처리하는 기관, 즉 공익을 목적에 둔다. 그렇기에 국민의 이해를 위해서는 보다 쉬운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누리집을 들어가 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공공기관 누리집에서 보이는 어려운 용어들    위 사진은 공공기관 한국장학재단의 누리집..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578돌 한글날을 지내며 훈민정음 해례본과 언해본에 관해 막연히 알던 부분을 자세히 살펴본다.《훈민정음 해례본》이란?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의 창제 과정과 원리를 설명한 책으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의 옛 이름인 "훈민정음"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한글의 창제 과정과 사용법, 창제 배경을 기록한 이 책은 문자와 책을 구분하기 위한 한글의 해설서 역할을 한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로는 예의(例義)다. 세종대왕이 직접 작성한 부분으로, 한글을 만든 이유와 기본적인 사용법을 간략하게 설명한다. 여기에는 한글을 창제한 배경과 목적, 그리고 모든 글자가 어떻게 음을 이루는지를 서술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해례(解例)다. 세종대왕을 보좌했던 집현전 학자 8명..

주시경 서거 110주년과 그 의미

지난 7월 27일은 주시경 선생이 세상을 뜬 지 11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한힌샘 주시경은 우리 민족의 정신이 담긴 우리말과 글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데 평생을 바친 국어학자이다. 우리 말과 글을 체계화해 ‘오늘의 한글’을 있게 한 선구자의 역할을 하였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 맞춤법의 뼈대는 모두 그의 연구로부터 체계화되었다.  ‘한글’이라는 이름 역시 주시경이 조직한 ‘국어연구학회’의 우리말 명칭인 ‘배달말글몯음’이 ‘한글모’로 바뀐 데에서 비롯되었다. 주시경의 가장 대표적인 업적인 ‘말모이’는 1910년대 조선광문회에서 전국 각지의 말을 모아 사전을 편찬하려던 작업이지만 주시경의 이른 서거로 중단되고 만다. 관련 내용은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또한 최초의 순우리말 신문이었던 독립신문을 발..

외래어의 개념, 어떻게 정립해야 할까 <2024 한글문화 토론회>

2024년 9월 20일 서울시청의 시민청에서 한글문화연대가 주최한 한글문화토론회가 열렸다. 주제는 외래어 개념의 혼란과 극복 방안으로 크게 세 가지의 세부 주제로 나뉘었다. 첫 번째 주제는 ‘외래어 개념의 혼란이 공공언어 개선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으로 발표는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가 진행했다. 부산 강서구청 신도시의 법정동 이름을 에코델타동으로 짓겠다는 논란이 있어 국어 단체들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논란의 화두를 ‘외래어’로 보도해서 문제를 느꼈다고 한다. 이에 외래어가 아닌 외국어로 정정해야 함과 개념을 확립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토론회를 개최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첫 번째 주제에 대한 토론문은 황용주 국립국어원 공공언어과장이 진행했다. 크게 외래어와 외국어의 개념 정립, 표준국어대사..

지상파 드라마의 한글 자막, 어떻게 볼 것인가?

지상파 드라마에 한글 자막이 도입되며 67년 관행이 바뀌었다. 1956년, 한국에서 최초의 드라마 제작을 시작하고 난 뒤 한글 자막이 나온 것은 2023년이 처음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지상파 드라마의 한글 자막 도입 그동안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아닌 지상파 드라마에서는 한글 자막을 찾기 어려웠다. 한국방송공사(KBS), 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는 청각장애인에게만 따로 자막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그런데 에스비에스가 ‘악귀’, ‘법쩐’ 등의 드라마를 재방송할 때 한글 자막을 사용하면서부터 본방송에서도 한글 자막을 도입했다. 처음 본방송에서 한글 자막을 사용한 것은 문화방송 드라마 ‘수사반장 1958’이다. ‘수사반장 1958’은 1971년부터 1989년까지 방..

세종시 ‘복합 커뮤니티 센터’가 ‘행복누림터’로 바뀝니다.

4년 전, 공공기관이나 언론이 사용하는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다듬기 위해 꾸려진 한글문화연대 말모이 모임이 '커뮤니티센터'의 쉬운 우리말을 논의하였고 그 결과, 커뮤니티센터'라는 외국어를 대신할 우리말로 '행복누림터'가 뽑혔습니다. 이후 한글문화연대에서 거세게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 결과, 최민호 세종시장이 개선을 결정하였습니다. 이러한 즐거운 소식을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 보기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016145400056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