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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 제5051호) 조선시대 외국어 학습서, 노걸대⋅첩해신어

예조에서 아뢰기를, "중국어를 배우는 것은 큰 나라를 대하는 데 있어 먼저 처리해야 할 요긴한 일이지만 책이 드물어 학자가 쉽게 얻어 보지 못하니, 청컨대 우선 《박통사(朴通事)》와 《노걸대(老乞大)》를 각각 1벌씩 황해도와 강원도에 나누어 보내어 판각하게 하고, 교서관(校書館)에 보내어 찍어서 널리 반포하게 하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 이는 《세조실록》 세조 4년(1458년) 1월 19일 기록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외교관의 한 사람인 역관이 있어서 외국과 교역하고 소통했습니다. 그리고 외국어 전문 교육기관인 사역원(司譯院)에서는 4대 외국어인 중국어, 몽골어, 만주어, 일본어를 가르쳤고 외국어 학습교재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조 4년 당시 외국어를 가르치는 책이 드물어 이에 대한 대책을 낸 모양입니..

우리 토박이말의 속살 11 - ‘먹거리’

'먹거리'라는 낱말이 한때 제법 쓰였으나 요즘은 거의 자취를 감춘 듯하다. 한때 제법 쓰인 데에도 어느 한 분의 애태움이 있었고, 자취를 감춘 말미에도 어느 한 분의 걱정이 있었음을 나는 안다. 나처럼 이런 속내를 아는 사람은, 말이라는 것이 저절로 생겨났다가 저절로 죽어 버린다는 통설을 곧이 믿기가 어려워진다. 말이라는 것이 더불어 쓰는 사람들의 소리 없는 약속으로 살아나기도 하고 죽어 버리기도 하지만, 알고 보면 반드시 맨 처음에는 누군가가 씨앗을 뿌려야 하고 마침내 누군가가 싹을 자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나는 '먹거리'를 살리려 애태우던 분을 만나지는 못했으나, 그 분이 '먹거리'라는 낱말을 살리려고 애를 태우던 시절의 한 고비를 잘 알고 있다. 내가 대학에 있..

“아라리 빛나는 새벽녘, 온새미로 흐르는 가람 소리”

“아라리 빛나는 새벽녘, 온새미로 흐르는 가람 소리를 들으며 사르르 잠이 들었다.”이 문장은 어떤 뜻일까? 아라리, 온새미로, 가람, 사르르는 순우리말이다. 알기 쉽게 해석하면, "밝고 환하게 빛나는 새벽 무렵, 자연 그대로 흐르는 강물 소리를 들으며 부드럽게 잠이 들었다."는 뜻이다. ‘아라리’는 밝고 환하게 빛나는 상태를 뜻하고, ‘온새미로’는 '자연 그대로', '변함없이'라는 의미이다. ‘가람’은 강을 뜻하는 옛말이고, ‘사르르’는 부드럽고 가볍게 녹아들거나 스며드는 상태를 표현한다. 전체적으로 새벽의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과 하나 되어 잠드는 모습을 담고 있다.  우리말의 어휘는 크게 순우리말, 한자어, 외래어로 분류된다. 각각의 어휘는 우리말의 다양한 표현을 풍부하게 하고, 언어의 정체성과 ..

광복 80돌 맞아 환수 문화유산 4종, 기념우표로

국가유산청(청장 최응천)은 우정사업본부(본부장 조해근)와 협업하여 오는 24일, 광복 80돌을 기념하고 자주독립의 값어치를 되새길 수 있는 환수 문화유산 4종을 「다시 찾은 소중한 문화유산」 기념우표로 발행한다.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은 환수 문화유산 기념우표 발행은 지난 2021년 두 기관이 추진하고 있는 부처 사이 협업 사업이다. 이번에 기념우표로 발행되는 환수 문화유산은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을 비롯하여 ‘한말 의병 관련 문서’, ‘대한제국 고종황제어새’, ‘척암선생문집책판’까지 모두 4종이다. 이 유산들은 대한민국의 자주독립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우리 역사의 산물이라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고종이 하사한 내탕금으로 사들였던 미국 워싱턴 D.C. 소재의 건물로..

(얼레빗 제5050호) 처음 화약을 개발한 고려 후기 최무선

"적을 막는 도구는 염초(焰硝)보다 절실한 것이 없는데 성절사(조선시대 중국의 황제나 황후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보내던 사절)나 천추사(조선시대 중국에 파견되는 사신)가 모두 무역하여 오지 못하였으니 매우 염려스럽다. 이번에 무역해 오는 사람들이 마음을 다해 주선하여 많이 무역하여 오면 그 정성을 가상하게 여겨 각별히 상을 주어 타인에게 권면이 되게 할 것이다. 이언광(李彦光)은 본 아문의 정직을 제수하고 최의홍(崔毅弘)은 알맞은 직위를 내려서 모두 예외로 우선 중국에 가서 염초를 사오게 하라.“ 이는 《광해군일기[정초본]》 24권, 광해 2년(1610년) 1월 16일 기록입니다. ‘염초’는 고려ㆍ조선시대에 사용하던 화약의 핵심 원료로 고려 말 왜구의 침입이 심해지자, 나라에서는 이들의 배를 불태울 수 ..

‘한류’ 이해를 위한 종합해설서 《한류문화사전》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장상훈)은 한국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한류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돕기 위해 《한류문화사전》을 펴냈다. 이 사전은 한국의 의식주 생활부터 주요 K-콘텐츠의 형성 배경과 주목 요인을 담아 한류의 원형을 확인할 수 있도록 453개의 올림말과 800장의 사진으로 구성한 첫 한류 전문 백과사전이다. 한류문화 이해를 위한 종합해설서《한류문화사전》은 한류의 근원인 민속문화를 기반으로 전 세계가 열광하는 K-팝ㆍ드라마ㆍ영화ㆍ웹툰에서부터 음식ㆍ패션ㆍ장소ㆍ정서ㆍ호칭까지 한류의 다양한 주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또한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이탈리아에서 온 요리전문가 파브리(Fabrizio Ferrari), 네덜란드 출신 한국 여행 전문가 바트(Van Genugtenbart) 등 나라 안팎 ..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 수능 필적 확인 문구의 역사와 의미는?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 지난 14일에 치러진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필적 확인 문구이다. 해당 문구는 곽의영 시인의 시 ‘하나뿐인 예쁜 딸아’에 나오는 한 구절로 수험생들은 이 문구를 매 교시 답안지에 써넣어야 한다.    필적 확인 문구는 수험생들이 답안지의 필적 확인란에 컴퓨터 사인펜으로 직접 써야 하는 글귀이다. 필적 확인 제도는 2004년에 치러진 2005학년도 수능에서 대리 시험 등 대규모 부정행위가 발생하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듬해부터 도입됐다. 필적 확인 문구는 수능 출제 위원들이 국내 작가의 문학작품 가운데 적절한 문구를 골라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주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리고 수험생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문구가 쓰였다. 문구는 수험생들의 필적을 가려내기 위한 ..

(얼레빗 제5049호) ‘~임에도 불구하고’라고 쓰면 안돼

요즈음 기사나 글을 보면 기자나 교수, 작가 같은 지식인들이 국어를 배웠나? 싶을 정도로 엉터리로 쓰는 사람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 국민임에도” 하면 될 것을 “대한민국 국민임에도 불구하고”라고 씁니다. 여기서 ‘불구하고’는 일본말에서 가져온 것으로, 없으면 더 명확한 글이 되는데도 쓸데없이 붙이고 있습니다. 또 어떤 이들은 “~에 위치하고 있다.”라고 씁니다. 하지만 여기서 ‘위치’는 뱀을 그리고서 있지도 않은 발을 그려 넣는 ‘사족(蛇足)’이 됩니다. 그저 “~에 있다.”라고 하면 되지요. ▲ 일본에서 건너온 ‘불구하고’는 필요없는 말이다.(그림 이무성 작가) 한 기관이 보내온 보도자료를 보면 “이외에도, 거주하다, 개최하다, 외부, 전했다, 게시한다, 휴관한다”와 같이 버릇처럼 한자말을 ..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 이나가키 히데히로

01. 초강대국 미국을 만든 ‘악마의 식물’, 감자02. 인류의 식탁을 바꾼 새빨간 열매, 토마토03. 대항해시대를 연 ‘검은 욕망’, 후추04. 콜럼버스의 고뇌와 아시아의 열광, 고추05. 거대한 피라미드를 떠받친 약효, 양파06. 세계사를 바꾼 ‘두 전쟁’의 촉매제, 차07. 인류의 재앙 노예무역을 부른 달콤하고 위험한 맛, 사탕수수08. 산업혁명을 일으킨 식물, 목화09. 씨앗 한 톨에서 문명을 탄생시킨 인큐베이터, 볏과 식물. 밀10. 고대 국가의 탄생 기반이 된 작물, 벼11. 대공황의 위기를 극복하게 해준 식물, 콩12.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작물, 옥수수13. 인류 역사상 최초로 거품경제를 일으킨 욕망의 알뿌리, 튤립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위대한 식물 ..

우리 토박이말의 속살 10 - ‘말씀’

《표준국어대사전》은 '말씀'에다 "남의 말을 높여 이르는 말"이라는 풀이와 "자기의 말을 낮추어 이르는 말”이라는 풀이를 함께 달아 놓았다. 그러면서 뒤쪽 풀이의 보기로 "말씀을 올리다."와 "말씀을 드리다."를 들었다. 《우리말큰사전》과 《조선말대사전》도 두 가지 풀이를 함께 달아 놓았지만, 뒤쪽 풀이를 《표준국어대사전》과는 달리 "상대방을 높이어 자기의 말을 이르는 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풀이의 보기는 역시 "말씀을 올리다."와 "말씀을 드리다."를 들어 놓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말씀'이란 '남의 말'일 적에는 높여 이르는 것이 되고, '자기 말'일 적에는 낮추어 이르는 것이 된다. 같은 '말씀'이라도 남이 쓰면 '높임말'이 되지만, 자기가 쓰면 '낮춤말'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