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책을 읽자 454

미친 국어사전 - 박일환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 비판'이라는 부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국어교사가 [표준국어대사전]에 대해 쓴소리와 함께 사전으로서의 제기능을 다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쓴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안타까운 마음을 어찌할 수 없어 작가가 느낀 '절망감'에 공감하며, [표준국어대사전]이 좀 더 친절한 국어사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우리나라에도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바친 분들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일본 경찰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다가 끝내 숨진 이윤재, 한징 같은 분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고유 언어는 민족의식을 양성하는 것이므로 조선어학회의 사전 편찬은 조선민족정신을 유지하는 민족운동의 형태다." 이들에 대한 내란죄를 적용한 당시 함흠지..

미키7 - 에드워드 애슈턴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차기 SF 영화의 원작!복제인간으로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한 사내를 주인공으로,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과 계급간의 모순을 파고든 SF 장편소설. 죽더라도 끊임없이 전임자의 기억을 갖고 복제인간으로 되살아나게 되는 미키의 일곱 번째 삶을 소재로 SF의 재미와 철학적 주제를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먼 미래, 끊임없이 전 우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던 인류가 새로운 행성 '니플하임'을 개척하려 하지만, 공격적인 성향의 토착 생명체인 크리퍼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 개척단에서 가장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익스펜더블(소모인력)인 미키7이 탐사 도중 발을 헛디뎌 얼음 구덩이 아래로 추락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상처를 입긴 했지만, 아직 살아있던 미키는 ..

그대의 차가운 손 - 한강

나(H)는 연극을 보러 갔다가 알게 된 조각가 장운형의 조각 작품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연극 뒤풀이 자리에서 우연히 조각가와 합석하게 되고, 인체를 떠서 만든 그의 작품에 의문을 품게 된다. 그후 그가 사라지면서 남긴 노트를 읽게 된다. 이 노트의 내용이 소설의 전체 내용이다.장운형은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의 이중적인 웃음이 서린 얼굴, 빗나간 인생을 사는 삼촌의 마디 잘린 손가락 등을 예민하게 감지하며, 사람들이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속모습의 차이에 대해서 성찰하게 된다. 이러한 그의 섬세한 감수성은 자연스럽게 그를 조각가의 길로 이끈다.조각가가 된 장운형은 L이라는 비만의 여대생에게서 아름다움을 느껴 그녀를 석고로 뜬다.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못하고 뚱뚱하다고 놀림받던 L은 조각가의 관심에 마음을 열기..

소년이 온다 - 한강

출판사 리뷰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바탕으로 한강 특유의 정교하고도 밀도 있는 문장으로 그려낸다. 5·18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소년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것을 계기로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된다. 매일같이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무관으로 들어오는 시신들을 수습하면서 열다섯 어린 소년은 '어린 새' 한마리가 빠져나간 것 같은 주검들의 말 없는 혼을 위로하기 위해 초를 밝히고, ‘시취를 뿜어내는 것으로 또다른 시위를 하는 것 같은’ 시신들 사이에서 친구 정대의 처참한 죽음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정대는 동호와 함께 시위대의 행진 도중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

스파이 코스트 - 테스 게리첸

『스파이 코스트』는 의학박사 출신으로 TV 시리즈로 유명한『리졸리 & 아일스』라는 메디컬 스릴러를 주로 집필했던 테스 게리첸이 처음으로 쓴 스파이 소설이다. 메디컬 스릴러에서 보여주었던 몰입감을 스파이 소설에서도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또다른 기대감을 갖게하는 첫 작품이다. 출판사 리뷰 전직 CIA 요원 매기 버드는 비극적으로 끝나버린 임무를 뒤로 하고 메인주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닭을 키우며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어느날 그녀의 집 앞에 시체 한 구가 놓이고, 이것은 그녀를 잊지 않고 있는 전적들로부터 온 메시지라는 것을 깨닫는다.매기는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지극히 평범한 은퇴자로 조용한 삶을 살아가는 옛 CIA 동료들과 함께 ‘마티니 클럽’을 결성하고, 다시는 ..

채식주의자 - 한강

출판사 리뷰 『채식주의자』의 1부 「채식주의자」는 영혜 남편인 ‘나’의 시선으로 서술된다. 어린 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죽이는 장면이 뇌리에 박힌 영혜는 어느 날 꿈에 나타난 끔찍한 영상에 사로잡혀 육식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영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나’는 처가 사람들을 동원해 영혜를 말리고자 한다. 영혜의 언니 인혜의 집들이에서 영혜는 또 육식을 거부하고, 이에 못마땅한 장인이 강제로 영혜의 입에 고기를 넣으려 하자, 영혜는 그 자리에서 손목을 긋는다. 2부 「몽고반점」은 인혜의 남편이자 영혜의 형부인 비디오아티스트 ‘나’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아내 인혜에게서 영혜의 엉덩이에 아직도 몽고반점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나’는 영혜의 몸을 욕망하게 된다. ‘나’는 영혜를 찾아가 비디오작품..

바람을 뿌리는 자 - 넬레 노이하우스

'바람을 뿌리는 자'는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으로, 보덴슈타인과 피아가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중심 인물로 등장한다.  줄거리풍력에너지 개발회사 윈드프로의 경비원이 계단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달콤한 휴가를 보내고 복귀하자마자 사건과 마주친 피아는 윈드프로의 사장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눈치챈다. 경찰은 윈드프로의 풍력발전소 건립을 반대하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수사에 착수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풍력발전소 건립의 핵심이 되는 땅을 소유한 채 반대 운동을 이끌던 히르트라이터까지 잔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다. 풍력발전소 건립을 둘러싼 은밀한 거래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사건은 점점 복잡해지고, 용의자의 수는 늘어만 간다.한편 부인과 헤어지고 혼자가 ..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넬레 노이하우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 네 번째 작품으로, 보덴슈타인과 피아가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중심 인물로 등장한다. 2024년에는 우리나라에서 14부작 드라마로 만들어져 TV에서 방영되었었다.  줄거리 - YES24에서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못하는 것 하나 없는 전도유망한 청년 토비아스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여자친구 둘을 살해하고 그 시체를 은닉했다는 죄목으로 감옥에 들어간다. 10년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그는 자신 때문에 쇠락한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과 마을 사람들의 냉대로 하루하루가 힘들기만 하다. 그런 그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죽은 여자친구와 닮은 소녀 아멜리뿐이다. 아멜리 역시 잘생기고 매너 좋은 그에게 이끌리면서 홀로 11년 전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

만화 조명가게(3권) - 강풀

출판사 리뷰 어둡고 외진 골목 끝에 위치한 조명 가게. 불이 꺼지지 않는 그곳에 언제부턴가 매일 밤 낯선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들은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계속 가게 주위를 서성이지만, 결국은 아무 말 없이 돌아선다. 하지만 무언가를 아는 듯한 조명 가게의 주인은 그저 묵묵히 전구를 닦으며 가게를 찾아온 소녀에게 낮은 목소리로 읊조린다. “낯선 사람들을 조심해라. 만나게 되더라도 절대로 모른 척해야 한다.”귀에서 흙이 나오는 남자, 손톱이 안쪽에 나 있는 여자, 몸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남자…. 우리와는 어딘가 다른 그들을 골목, 엘리베이터와 같은 일상적 공간에서 마주하는 장면이 밀도 높은 공포로 독자를 밀어 넣으면서, 이들의 사연이 미스터리하게 얽혀간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이야기가 하나의 시공간에 모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