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7

찰나의 우리말 - '외국인'은 누구인가?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는 제프리 홀리데이라는 미국 국적을 가진 교수님이 계신다. 서로 바쁘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학기에 한두 번 정도는 시간을 내서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그간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눈다. 연구 얘기부터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야말로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한번은 한국어의 ‘외국인’이라는 단어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홀리데이 교수는 한국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이 ‘외국인’이라는 단어가 흥미롭다고 했다. 한국 사람들이 사용하는 ‘외국인’이라는 단어는 세 가지 뜻을 가지고 있는 듯하기 때문이란다. 첫째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사람, 둘째는 한민족이 아닌 사람, 셋째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

파친코, 여자의 일생

파친코, 여자의 일생 "선자야, 여자의 일생은 일이 끊이지 않는 고통스러운 삶이데이. 고통스럽고 또 고통스러운 게 여자의 인생 아니겠나. 니도 각오하는 게 좋을 끼다. 인자 니도 여자가 되었으니까네 이건 꼭 알아둬야 한데이. 항상 일을 해야 한데이. 가난한 여자를 돌봐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이가. 기댈 건 우리 자신뿐이다 이기라." - 이민진의《파친코》중에서 - * '파친코'의 주인공 선자는 K 디아스포라의 산증인입니다. 선자가 겪은 '여자의 일생'은 굴곡으로 점철된 우리 한민족의 역사 그 자체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민진 작가가 어느 인터뷰에서 한 말이 가슴을 울립니다. "나는 우리가 영웅적이고, 비극적이고, 로맨틱하고, 많은 고통을 겪으며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강해졌다고 생각한다." 한..

쿠바의 '영웅', 헤로니모 임

쿠바의 '영웅', 헤로니모 임 "할아버지는 언제 여기에 왔어요?" "100년도 더 전에 왔네요." "쿠바에 한인들이 많이 사나요?" "한 1,000여 명 정도 있어요." "한국에 가 본 적은 있나요?" "아뇨, 없어요. 나라를 떠나는 게 힘드니까요." "En coreano 임은조, en espanol 헤로니모 임! (한국어로는 임은조, 스페인어로는 헤로니모 임!)" 그녀는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이어 갔다. - 전후석의 《당신의 수식어, 더 큰 세상을 위한 디아스포라 이야기》 중에서 - * 세계에 흩어진 한민족 디아스포라. 이역만리 이국에서 영웅적인 삶을 산 사람이 많습니다. 그중에 한 사람이 쿠바에서 '영웅'(헤로니모)으로 불리는 임은조 선생이십니다. 한국계 미국 변호사인 전후석 감독이 우연한 기..

연하우표

2022년은 60갑자 중 39번째인 임인년 검은 호랑이의 해입니다. 호랑이는 그 모습이 한반도의 형상과 비슷하고, 용맹스러운 기백이 한민족의 기질과 흡사하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우정사업본부는 용맹함과 강인함의 표상인 호랑이의 해를 맞아 2022년 연하우표를 발행합니다. 단군신화에서부터 1988년 서울 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까지, 역사적으로 호랑이는 한국과 한국인을 상징하는 영물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호랑이가 많이 서식하여 ‘호랑이의 나라’로 불렸습니다. 민담, 신화 등에서도 호랑이는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존재로 등장합니다. 에서는 호랑이가 후백제를 세운 견훤에게 젖을 먹인 영웅의 수호자이자 조력자로 그려졌으며, 에서는 태조 왕건의 6대조인 호경(虎景)이 ..

(얼레빗 4238호) ‘한민족’ 대신 우리말 ‘배달겨레’란 말을 쓰자

《표준국어대사전》은 ‘겨레’를 “같은 핏줄을 이어받은 민족”이라고 풀이해 놓았습니다. 그렇게 국어사전이 ‘겨레’를 한자말 ‘민족’으로 바꾸어놓으니까 사람들이 우리말 ‘겨레’는 버리고 남의 말 ‘민족’만 쓰면서, 남녘 한국에서는 ‘한민족’이라 하고 북녘 조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