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조림복원과 자연복원, 산불 피해지엔 뭐가 좋을까?

튼씩이 2026. 7. 4. 20:47

산림청에서는 1996년 강원도 고성 산불과 2000년 동해안 산불의 피해지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산불피해지 복원 지침’을 2010년에 제작하였다. 산불 피해지를 복원하는 방법에는 조림복원(인공 복원)과 자연복원(생태적 복원) 두 가지가 있다.

 

조림복원은 사람이 개입하여 계획적으로 나무를 심어 숲 기능을 빠르게 회복하는 방법을 말한다. 산주와 산림청에서 선호하는 방법으로서 목재 생산, 송이 생산 등 숲의 경제적 값어치를 중요시한다. 조림복원은 초기 투입 비용이 많이 들고 토사 유출 위험이 있으며 생물다양성을 저하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자연복원은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산이 스스로 회복하도록 내버려 두는 방법이다. 자연복원의 장점은 대규모로 나무를 심지 않기 때문에 초기 투입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이다. 그밖에도 땅을 갈아엎지 않기 때문에 토양보호 측면에서 유리하며, 생물다양성 유지, 산불과 병충해에 대한 강한 저항성 등이 장점으로 지적된다. 단점으로서는 목재생산과 경제성에서 불리하다는 점이다.

 

2025년 3월 22일 경상북도 의성에서 성묘객의 실화로 시작된 산불은 안동, 청송, 영양, 영덕까지 번지며 7일 동안 약 10만ha(대한민국 면적의 약 1%)를 태웠다. 산림청은 의성 산불이 진화된 뒤인 2025년 6월 현장 토론회에서 피해 양상과 생태 조건을 고려해서 조림복원과 자연복원을 병행하기로 결정하였다.

 

구체적으로 경상북도에서는 산림의 상태에 따라 전체 피해지의 약 84%는 자연복원을 추진하고, 토양 유실 우려가 있거나 생활권 주변 등 신속한 복구가 필요한 나머지 16% 지역은 나무를 직접 심는 조림복원을 실시한다는 이원화 방침을 선택하였다.

 

2026년 5월 현재 산림청에서는 본격적인 봄철 조림복원을 시작하여 227ha에 자작나무와 산벚나무 등을 심었다. 가을에는 추가로 188ha에 조림을 할 계획이다. 올해에 의성군에서 조림복원에 투입하는 총사업비는 약 53억 원이다.

 

의성군에 있는 천년 고찰 고운사는 산불로 인해 건물 45동 가운데 26동, 사찰림 249ha의 97.6%가 피해를 보았다. 고운사 주지 등운 스님은 2025년 8월 한국 불교계 처음으로 사찰림 자연 복원을 공식 선언했다. 등운 스님의 주장을 들어보자.

 

“산불이 지나고 며칠 뒤 산을 올라보니 땅에서 싹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불교에는 무상(無常)의 개념이 있는데 모든 것은 고정된 상태에 머물지 않고 생멸 변화한다는 것이죠. 자연에 맡겨야 환경에 가장 적합한 식생들로 사찰림을 복원할 수 있습니다. 소나무가 많았지만 냉대 기후 대표적인 수종이고 우리나라는 아열대가 진행 중이니 자연스럽게 변해야죠.”

 

2026년 5월 22일은 유엔이 지정한 ‘국제 생물 다양성의 날’이다. 이 날 안동환경운동연합, 불교환경연대, 그린피스, 생명 다양성재단 등 환경단체와 이규송 강원대 교수 연구팀이 공개한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사찰림 피해지의 77%에서 자연복원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이 손대지 않고 자연에 맡겨두니 숲의 조성이 달라지고 있었다. 산불 직전 사찰림의 84%가 숲가꾸기 사업으로 인공 식재한 소나무가 우점종(일정한 범위 안의 생물 무리 가운데서 가장 수가 많거나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생물의 종류)이었는데, 소나무는 불에 잘 타는 특성으로 수관화(樹冠火: 불길이 숲과 나무 상층부로 번지는 현상)에 취약하였다. 사찰림 피해의 50%가 수관화로 인한 피해였다.

 

산불이 난 뒤 1년이 지나 고운사 사찰림을 조사한 결과 소나무의 비중은 기존 58.5%에서 0.58%로 100분의 1로 줄어들었다. 침엽수인 소나무가 차지했던 자리에서 활엽수인 신갈나무, 굴참나무 등의 참나무류가 자라기 시작했다. 다양한 곤충과 동물들도 발견되었다. 고운사 사찰림은 산불에 강한 숲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고운사 사찰림 연구를 수행한 강원대 이규송 교수는 “산불 대응을 명분으로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자연복원의 회복탄력성을 약화할 수 있다. 산불 직후 진단을 통해 자연복원 가능성이 확인된 지역이라면 인위적 개입보다 자연의 회복력에 맡기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1년의 데이터가 보여 준다”라고 평가했다.

 

▲ 고운사 화재 직후(왼쪽)와 자연복원 1년 뒤의 모습 (출처: 그린피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생물다양성을 연구하는 최태영 활동가는 이렇게 말했다.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의 결과는 나라 밖 학계에서 나온 결론과도 일치한다. 나라 밖 많은 연구들이 자연복원이 비용을 덜 쓰면서도 효과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2020년 산림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산림의 약 37%가 소나무, 잣나무, 낙엽송 등 침엽수이다.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등 참나무류가 대표적인 활엽수인데, 우리나라의 활엽수림은 약 32%에 달한다. 나머지 31%는 침엽수와 활엽수가 섞여 있는 숲이다.

 

우리나라 산림에는 어떤 나무가 좋을까? 목재시장에서는 곧고 빠르게 자라는 침엽수를 선호한다. 산림 소유주 역시 단기간에 수익이 나는 침엽수를 선호한다. 그러나 환경단체에서는 환경보호와 산불 예방을 위해서는 침엽수림을 줄이고 활엽수림을 확대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기후위기를 대처하기 위해서는 어떤 나무가 좋을까?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활엽수는 잎이 넓고 얇아 더 많을 빛을 받아들이며 광합성 활동이 왕성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침엽수보다 우수하다.

 

그러므로 산불 피해 감소와 기후 위기 대처 측면에서 보면 침엽수림보다 활엽수림이 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산불이 난 뒤에 단기적 경제성을 우선시하는 인공조림보다는 자연 스스로 산림을 회복하도록 놔두는 자연복원이 장기적으로는 현명한 선택일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