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 7

(얼레빗 제5159호) 오늘은 입동, 노인들을 위한 잔치, ‘도랑탕’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열아홉째 ‘입동(立冬)’으로 겨울에 들어가는 날입니다. 예로부터 우리 겨레는 이날 '치계미(雉鷄)' 잔치를 벌였습니다. 치계미는, 입동(立冬)ㆍ동지(冬至)ㆍ섣달그믐날 같은 때에 마을에서 양로 잔치를 벌였던 것을 말합니다. 본래 치계미는 사또의 밥상에 올릴 반찬값으로 받는 뇌물을 뜻하였는데, 마치 마을의 노인들을 사또처럼 대접하려는 데서 온 풍속입니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한해에 한 차례 이상은 치계미를 위해 금품을 내놓았다고 하지요. 그러나 그마저도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도랑탕 잔치’로 대신했습니다. 입동 무렵 미꾸라지들이 겨울잠을 자기 위해 도랑에 숨는데 이때 도랑을 파면 누렇게 살이 오른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었고, 이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여 노인들을 대접했는데 이..

(얼레빗 제5153호) 상강, 노루 꼬리처럼 뭉텅 짧아진 하루해

"한밤중에 된서리가 팔방에 두루 내리니, 숙연히 천지가 한번 깨끗해지네. 바라보는 가운데 점점 산 모양이 파리해 보이고, 구름 끝에 처음 놀란 기러기가 나란히 가로질러 가네. 시냇가의 쇠잔한 버들은 잎에 병이 들어 시드는데, 울타리 아래에 이슬이 내려 찬 꽃부리가 빛나네. 도리어 근심이 되는 것은 노포(老圃)가 가을이 다 가면, 때로 서풍을 향해 깨진 술잔을 씻는 것이라네” ▲ 상강 무렵, 하늘엔 기러기 날아가고(그림 이무성 작가) 위는 조선 중기의 학자이자 문신 권문해(權文海, 1534~1591)의 《초간선생문집(草澗先生文集)》에 나오는 글인데 상강에 대한 묘사가 잘 되어있습니다. 내일은 24절기의 18째 “상강(霜降)”인데 상강은 말 그대로 서리가 내리는 날이란 뜻으로 날씨가 추워져 첫얼음이 얼기도 ..

북한산, 도롱뇽 산란과 함께 찾아온 봄

국립공원공단 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소장 김철수)는 겨울잠에 들었던 동물들이 깨어나고 새싹이 돋기 시작하는 시점인 경칩(3월 6일)을 앞뒤로 동면을 끝낸 도룡뇽이 본격적인 산란을 시작했다고 알렸다. 양서류인 도롱뇽(Hynobius leechii)은 일반적으로 3~5월 산지나 하천 습지에 알을 낳으며, 한 쌍의 알주머니에는 100∼150개 정도의 알이 들어 있다. 투명한 한천질로 싸여 있는 바나나 모양의 알은 보통 3주가 지나면 부화한다. ▲ 도롱뇽과 알집(‘23.3.10.) ▲ 생강나무꽃 개화(‘23.3.10.) 또한, 봄이 왔음을 알리는 노란색 생강나무꽃도 북한산국립공원을 탐방하는 상춘객들을 따뜻하게 반겼다. 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 김도웅 자원보전과장은 “생강나무꽃을 시작으로 3월 이후에는 미선나무, ..

경칩, 은행 씨앗 선물로 주고받는 토종 연인의 날

오늘은 24절기의 셋째 '경칩(驚蟄)'이다. 경칩은 놀란다는 ‘경(驚)’과 겨울잠 자는 벌레라는 뜻의 ‘칩(蟄)’이 어울린 말로 겨울잠 자는 벌레나 동물이 깨어나 꿈틀거린다는 뜻이다. 원래 ‘계칩(啓蟄)’으로 불렀으나 기원전 2세기 중국 전한의 6대 황제였던 경제(景帝)의 이름이 유계(劉啓)여서, 황제 이름에 쓰인 글자를 피해서 계'자를 '경(驚)'자로 바꾸어 '경칩'이 되었다. 중국의 전통의학서인 《황제내경(黃帝內經, 기원전 475~221)》에 계절의 변화와 인간의 삶에 대해 언급된 이래, 당나라의 역사서인 《구당서(舊唐書)》(945), 원나라의 《수시력(授時曆)》(1281) 등 여러 문헌에 경칩 기간을 5일 단위로 3후로 나누고 있다. ▲ 겨울잠 자던 개구리 깨어나는 경칩, 봄맞이 채비를 할까? 이들..

(얼레빗 4549호) 오늘 24절기 경칩, 토종 연인의 날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셋째 경칩(驚蟄)입니다. 봄이 되어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깨어난다고 하여 계칩(啓蟄)이라고도 하는데, 풀과 나무에 물이 오르고, 겨울잠을 자던 동물, 벌레들도 잠에서 깨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뜻에서 이러한 이름이 붙었지요. 경칩 무렵의 봄 천둥소리에 따라 북을 치거나 연기를 집 안팎에 내어 잠에서 깨어난 벌레와 뱀들을 집 밖으로 몰아내었는데, 이는 점차 경칩에 불운을 쫓아내는 풍습으로 발전했습니다. 경칩에는 개구리 알을 먹으면 허리 아픈 데 좋고 몸에 좋다고 해서 이날 개구리알 찾기가 혈안이 되는데 지방에 따라선 도룡뇽 알을 건져 먹기도 합니다. 단풍나무나 고로쇠나무에서 나오는 즙을 마시면 위병이나 성병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약으로 먹는 지방도 있지요. 또 이때 흙일을 하면 ..

봄이다

내일(5일)이 경칩이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꿈틀거리는, 새봄의 문턱이다. 그러나 도시는 아직 을씨년스럽고, 사람들은 입마개를 한 채 종종걸음을 치고 있으며, 일터와 집 외에는 어디에도 발걸음을 멈추고 싶어 하지 않는다. 코로나19는 새봄의 다사로운 기운이 우리 사회의 문턱을 넘어올 수 없도록 가로막고 있다. 경칩이 되었지만, 개구리도 코로나19의 서슬에 잠에서 깨어날 생각이 없는 듯하다. 그럼에도 봄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우리말 ‘봄’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학자들이 각자 다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어떤 학자는 따뜻한 온기가 다가온다는 뜻으로, ‘불(火)’과 ‘오다’의 명사형인 ‘옴(來)’이 결합된 뒤에 이 ‘불옴’이 ‘봄’으로 변천해 왔다고 하고, 또 어떤 학자는 활기찬 자연의 모습을 ..

(얼레빗 4289호) 오늘은 경칩, 기지개 켜는 때

개구리가 칩거 생활에서 풀려나며 파안대소하네 반기룡 시인의 “경칩”이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셋째 ‘경칩(驚蟄)’이지요. 원래 이름은 중국 역사서 《한서(漢書)》에 열 계(啓) 자와 겨울잠을 자는 벌레 칩(蟄) 자를 써서 ‘계칩(啓蟄)’이라고 했었는데 뒤에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