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난설헌 3

(얼레빗 제4750호) 매창 시의 아름다움에 취하는 ‘매창공원’

몇 해 동안이나 비바람 소리를 내었던가 여태껏 지녀온 작은 거문고 외로운 난새의 노랠랑 뜯지도 말자더니, 끝내 백두음 가락을 스스로 지어서 읊었거니 위 시는 황진이, 허난설헌과 함께 조선 3대 여류시인의 하나로 불리는 매창(李梅窓, 1573-1610)이 지은 시 입니다. 매창은 천민 출신으로 뛰어난 시인이었던 유희경과 가슴 시린 사랑을 나눈 걸로 유명하지요. 매창은 지녀오던 거문고로 와 사이 고민하다가 을 지어서 노랠 부릅니다. 여기서 ‘난새의 노래’란 새장에 갇힌 새의 외로움을 노래하는 것이고, 백두음은 늙어가는 여인이 자신의 흰머리를 슬퍼하는 노래입니다. 매창은 희경을 그리워하다가 그렇게 슬픔을 노래했습니다. ▲ 부안 매창공원에 있는 시비 매창은 열 살 되던 해 부안의 내로라하는 시인 묵객이 모두 모..

명기 매창의 아름다운 한시 – 매창, 「청계」

명기 매창의 아름다운 한시 – 매창, 「청계」 아름다운 뜰에 배꽃은 피고 두견새 우는 밤이어라 瓊苑梨花杜鵑啼 뜰에 가득 쏟아지는 달빛은 처량하기만 하구나 滿庭蟾影更凄凄 그리운 님 꿈에서나 만나볼까 했지만 잠마저 오지 않고 想思欲夢還無寢 매화 핀 창가에 기대서니 새벽 닭 우는 소리만 들리누나 起倚梅窓聽五鷄 황진이, 허난설헌과 함께 조선 3대 여류시인의 하나로도 불리는 매창(梅窓)이 지은 「청계(聽鷄)」 곧 ‘닭 울음소리를 들으며’라는 시입니다. 달빛이 가득 쏟아지는 봄밤, 꿈속에서나마 님을 만나보려 했지만 잠은 안 오고 매화 핀 창가에 기대서니 새벽 닭 울음소리만 처량합니다. 시인 유희경과의 가슴 시린 사랑이 매창의 시 한 편에 잘 표현되고 있습니다. 매창은 전라북도 부안의 명기(名妓)로 시와 가무에 능했..

여종 신분으로 한시 166수를 남기다 – 설죽, 「낭군거후」

여종 신분으로 한시 166수를 남기다 – 설죽, 「낭군거후」 낭군님 떠난 뒤에 소식마저 끊겼는데 郎君去後音塵絶 봄날 청루에서 홀로 잠들어요 獨宿靑樓芳草節 촛불 꺼진 창가에서 끝없이 눈물을 흘리는 밤 燭盡紗窓無限啼 두견새 울고 배꽃도 떨어지네요 杜鵑叫落梨花月 조선시대 천한 신분의 여종 설죽(雪竹)이 남긴 「낭군거후(郎君去後)」라는 한시입니다. 선비들이 설죽의 실력을 알아보려고 ‘만일 자신의 낭군이 죽었다고 치고 시를 한 수 지어 보라’는 말에 지은 시라고 전해집니다. 한다하던 선비들이 모두 설죽의 시를 듣고 감탄했다는 후일담이 있을 만큼, 설죽은 명시를 지어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지요. 이렇게 설죽이 지은 시는 조신 중기의 시인 권상원(權尙遠) 시집 『백운자시고(白雲子詩稿)』 끝 부분에 모두 166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