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81

(얼레빗 제5008호) ‘해외’가 아니라 ‘나라 밖’이라고 써야 해

미국, 중국, 프랑스같이 다른 나라를 말할 때 흔히 사람들은 ‘해외’라고 합니다.그러나 이는 일본말을 들여다 쓴 것입니다. 일본은 섬나라기 때문에 일본 밖은 무조건 바다 밖 곧 해외(海外)라고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노녘(북녘)이 큰 뭍(대륙)과 붙어 있어서 나라 밖으로 나가는데 무조건 바다로만 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해외가 아니고 ‘나라 밖’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잘못 쓰는 말로는 노랫말에 ‘동해바다’라고 돼 있는데 이는 ‘동쪽에 있는 바다 바다’라고 겹말을 쓰는 것입니다. 온 세상 으뜸글자라고 하는 한글을 창제한 한글날 578돌이 눈앞에 있지만 이렇게 버릇이 되어 잘못된 말인 줄 모르고 쓰는 대한민국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 일본은 ‘해외(海外)’여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나..

(얼레빗 제4972호) 언문을 ‘한글’이라고 부르게 한 주시경 선생

“말은 사람과 사람의 뜻을 통하는 것이라. 한 말을 쓰는 사람끼리는 그 뜻을 통하여 살기를 서로 도와주므로 그 사람들이 절로 한 덩이가 지고, 그 덩이가 점점 늘어 큰 덩이를 이루나니, 사람의 제일 큰 덩이는 나라라. 그러하므로 말은 나라를 이루는 것인데,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리나니라. 이러하므로 나라마다 그 말을 힘쓰지 아니할 수 없는 바니라.” 이 말은 말이 겨레의 정체성이요, 독립 번영의 연장이라는 뜻으로 110년 전인 1914년 오늘(7월 27일) 세상을 뜨신 한힌샘 주시경 선생(1876~1914)이 하신 말씀입니다. 평생 배달말(우리말)을 올곧게 사랑하고 실천하고 가르치신 주시경 선생은 우리 말글을 갈고 닦아 가르치는 일이야말로 암울한 시대에 국권을 회복하고 겨레의 ..

10월 9일 한글날, 태극기 달아야 할까?

세계 문자 가운데 유일하게 문자를 만든 사람과 글자의 원리까지 밝혀진 문자는 바로 우리나라의 ‘한글’이다. 10월 9일 한글날은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문자로 인정받는 우리 글자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정되었다. 한글은 독창성, 창의성과 우수성뿐만 아니라 옛 조선들의 삶과 정신이 깃들어 있어 후손들에게 더욱 의미가 있다.    훈민정음이 반포된 후 480년이 되던 1926년에 조선연구회가 매년 음력 9월 29일을 ‘가갸날’로 정해 기념한 것이 시초가 됐다. 당시에는 한국이 일제에 국권을 빼앗기고 억압에 눌려 위축됐던 시기라 민족정신을 되살리고 북돋우기 위해 한글날을 제정했다고 알려졌다. 1928년에 주시경 박사가 ‘한글’이라는 이름을 제안하며 가갸날에서 한글날로 이름을 바꿨고, 1945년부터 1..

(얼레빗 제4950호) 광화문 현판, 한글이어야 한다

며칠 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말 "세종대왕 동상이 앞에 있는데 그 뒤편에 보이는 한자로 쓰인 현판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한 말에 누리꾼 가운데는 “수도 서울 한복판 광화문 현판 한글로 바꿉시다.“라고 댓글을 단 사람이 있는가 하면 ”힘들게 복원한 거 그냥 둬라, 한자로 쓰여있다 해서 한국 역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부정적인 댓글을 쓴 사람도 있었습니다. ▲ 현재의 광화문 한자(복제품) 현판 여기서 반대 댓글을 단 누리꾼들을 보면 유 장관의 뜻을 제대로 헤아려 볼 생각 없이 무조건 반대만 한 것도 있어 보여서 안타까웠습니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지금 달려있는 광화문 한자 현판은 세종 때의 원형도 아니고 고종 때 훈련대장 임태영이 세종 때 ’원형‘을 모른 채 썼는데 그것도 훈련..

(얼레빗 제4945호) ‘세종탄신일 하례연’, 꽁꽁 문 닫고 해야하나

오늘은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임금으로 꼽히는 세종임금의 627돌 탄신일입니다. 세종임금은 한문에 뛰어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백성을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고 을 창제해 우리 겨레가 뛰어난 문화를 영위할 수 있도록 한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세종임금이 태어난 준수방에는 그 흔한 기념관 하나도 없고, 길가에 초라하게 “세종대왕 나신 곳”이라는 작은 표지석 하나만이 달랑 서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세종임금 탄신일에는 늘 문화재청이 여주 세종대왕 무덤(영릉)에서 숭모제를 열고 있어서 저는 이때만 되면 그에 대해 탄식을 해오곤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5월 14~15일 경복궁과 세종문화회관에서 ‘세종 이도(李祹) 탄신 하례연’을 연다고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따라서 이를 취재하기 위해 14..

(얼레빗 제4935호) 임금이 백성에게 시간을 나눠준 오목해시계

“무지한 남녀들이 시각에 어두우므로 앙부일구 둘을 만들고 안에는 시신(時神)을 그렸으니, 대저 무지한 자가 이를 보고 시각을 알게 하고자 함이다. 하나는 혜정교(惠政橋) 가에 놓고, 하나는 종묘 남쪽 거리에 놓았다.” 이는 《세종실록》 77권, 세종 19년(1437) 4월 15일 기사로 ‘앙부일영(仰釜日影)’으로도 불리는 ‘앙부일구(仰釜日晷)’는 솥이 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모습을 한 해시계라는 뜻인데 우리말로는 ‘오목해시계’라고 합니다. ▲ 12지신 그림을 넣은 오목해시계 복원가상도(김슬옹 교수) 그런데 이 내용을 보면 글자를 모르는 백성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오목해시계 안에 12지신 그림을 새겨 넣어 시간을 잘 알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그때 양반들만 알던 한자로 써놓으면 한자를 모르던 백..

‘플로깅 챌린지’, 누구를 위한 펼침막인가?

지난 9월 22일, 나는 평창군 용평면 장평리를 운전하면서 지나다가 평창군청에서 내건 커다란 펼침막을 보았다. 제목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어서 차를 주차하고 내려서 사진을 찍어왔다. ▲ 평창군 용평면 장평리에 있는 펼침막 ‘플로깅 챌린지’? 해석이 되지 않는다. 챌린지는 도전(challenge)을 뜻하는 것 같은데 플로깅은 무슨 말인가? 사진을 확대하여 자세히 보니 현수막 오른쪽 위에 플로깅에 대한 설명이 작은 글씨로 쓰여 있다. “Plogging [plocka up + jogging], 운동하며 쓰레기 줍는 일석이조 운동법”라고 말이다. 그런데 궁금증은 여전하다. plocka는 또 무슨 뜻인가? 손말틀로 다음사전에서 찾아보니 pooka, plucky, plica 등의 단어는 있어도 plocka라는 ..

공학박사의 한글 이야기 29, ‘한글20’을 다시 생각해 본다

‘한글20’의 탄생 ‘공학박사의 한글이야기’는 지금까지 훈민정음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경위와 어떻게 한글로 변신하였는지를 살펴보고 천신만고 끝에 태어난 한글은 어떤 가능성을 갖고 있으며 이를 실현 시키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를 돌아봤습니다. 1890년대 말 나라의 운명이 다해갈 때 한힌샘 주시경 선생은 나라는 망해도 우리 말과 글을 살려서 겨레의 혼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표로 당시 쓰이고 있던 언문을 정리하여 한글이라 이름 붙이고 이를 널리 가르쳤습니다. 당연히 훈민정음을 모태로 하였지만 빨리 보급해야 했기 때문에 당시 우리말을 표기하기에 필요한 24글자만을 추려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서둘러 만들었기 때문에 훈민정음처럼 세상 모든 소리를 표기하려는 야심은 부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국 일본이 망하여 대한민국..

공학박사의 한글 이야기 23, 시각장애인 55분 만에 한글을 깨우치다

“시각장애인이 쓰면 세계가 쓴다” 전번 이야기에서 ‘한글20’을 전 세계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글자로 만들자고 했습니다. 모든 나라에서 자기네 점자 대신 ‘한글20’을 사용하게 되면 당연히 그 나라 일반인도 따라 배우게 될 것이며 ‘한글20’은 전 세계 공통의 보조적인 문자로 발전할 것입니다. 이는 놀랄 일도 아닙니다. 인간의 말은 모두 소리로 표현되는데 세종대왕은 그 소리를 표기할 수 있는 글자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녹음기처럼 어떤 소리나 표현하므로 언어에 상관없이 그 발음을 한글로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글쓴이가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이들은 자기 언어의 문자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몰라 한글을 선입견 없이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공학박사의 한글 이야기 20, 몽골의 문자 변화와 ‘한글20’의 가능성

몽골은 우리에게 매우 특별한 나라입니다. 길거리에서 몽골인을 만나면 마치 고향 사람이라도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됩니다. 우리를 정복했던 역사가 있지만 피차 불편한 마음이 없는 것이 이상할 정도입니다. 몽골이 우리에게 특별하듯 우리 역시 그들에게 특별한 나라일 것입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몽골을 방문한 한국인이 10만 명을 넘어 러시아, 중국 다음으로 많았으며 현재 국내 체류 몽골인이 4만 명에 달해 그들 인구의 1%가 넘습니다. 이미 한국을 다녀가 우리와 친숙해 있는 인구의 비율은 이보다 더 많을 것입니다. 몽골은 땅이 넓고 사람이 귀한 대신 우리는 그 반대라 서로 바꿀 일이 많을 것입니다. 앞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 러시아와 중국이 좀 더 개방된다면 아래 그림처럼 몽골과 카자흐스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