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123(성제훈)

우리말) 첫째와 첫 번째

튼씩이 2017. 8. 30. 15:09

아름다운 우리말

2017. 8. 28.(월)

.

안녕하세요.

지난 주 금요일에 보내드린
자주 틀리는 맞춤법이 꽤 인기가 있네요.
그렇게 많이 옮겨질줄 몰랐습니다. ^^*

오늘은 한글문화연대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보겠습니다.

첫째와 첫 번째 - 성기지 운영위원
나날살이에서 ‘첫째’와 ‘첫 번째’라는 말이 거의 같은 말처럼 쓰이고 있지만, 이 두 말은 쓰임이 다른 말이다. ‘첫째’는 사물의 차례나 등급을 나타낼 때 쓴다. 한자말로 바꾸었을 때 ‘제일, 제이, 제삼, …’처럼 ‘제’ 자를 붙일 수 있는 경우가 되겠다. 그리고 나란히 있는 사람이나 물건의 차례를 나타내기 때문에, ‘둘째 줄의 셋째 학생, 첫째 줄의 둘째 책상’처럼 쓰는 말이다. 또, 반에서의 석차라든가, 태어난 형제나 일의 순서, 책의 차례 등을 모두 ‘첫째’, ‘둘째’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첫 번째’라는 표현은 연이어 계속해서 반복되는 일의 횟수를 나타내는 말이다. 대학 입시에 두 번 연속 실패하고 다시 도전한다면, 세 번째 도전이 된다. 야구처럼 횟수를 정해 놓고 하는 운동경기에서 ‘첫 번째 경기’라고 한다든지, 여러 번 묻게 되는 질문에서 ‘첫 번째 물음’ 등과 같이 쓸 수 있다.

우리 나날살이에서는 주로, ‘첫째’나 ‘둘째’라고 써야 할 자리에 ‘첫 번째’, ‘두 번째’로 잘못 쓰고 있는 경우가 매우 많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올림픽 대회 입장식 중계방송에서 “우리나라 선수단은 아흔세 번째로 당당하게 들어오고 있습니다.”라고 하면, 우리나라 팀이 아흔세 번이나 반복해서 입장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입장식만 하다가 지쳐 버릴 노릇이다. 입장식에는 어느 나라 선수단이나 한 번씩만 들어오므로 여기에서는 들어오는 차례를 나타내는 ‘아흔셋째’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 ‘몇 번째’에서 ‘번째’라는 말은 “반복되는 일의 횟수”라는 것만 기억하면, ‘째’와 ‘번째’를 헷갈리지 않을 수 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지난 2011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뉴스 자막 몇 개]
안녕하세요.

어제는 오랜만에 9시 뉴스를 봤습니다. 그것도 제 일터에서 봤습니다.

1.
프랑스가 훔쳐간 외규장각 도서를 돌려받기로 했다는 뉴스가 KBS9시 뉴스 첫 꼭지였습니다.
'지리한 20년의 협상...'이라고 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같은 상태가 오래 계속되어 따분하고 싫증이 난다는 뜻의 그림씨(형용사)는 '지리하다'가 아니라 '지루하다'입니다.

2.
요즘 중고등학생들 졸업식 때 요란한 뒤풀이를 막고자 경찰까지 나섰다는 뉴스도 있었습니다.
'뒤풀이'는 '뒤'와 '풀이'가 합쳐진 낱말로 사이시옷이 들어가야 맞을 것처럼 보입니다.
한글 맞춤법 제30항에 따르면 뒷말의 첫소리가 본디 된소리나 거센소리이면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갈비찜이 맞고 갈빗찜이 틀린 겁니다.
뒤풀이도 뒷풀이가 아니라 뒤풀이입니다.
뉴스 자막에 뒤풀이라고 바르게 나왔습니다. ^^*

3.
곧 밸런타인데이인가 봅니다. 불량 초콜릿에 속으면 안 된다는 뉴스였습니다.
발렌티누스의 축일인 2월 14일을 이르는 말은 발렌타인데이가 아니라 밸런타인데이가 맞습니다.
자막은 밸런타인데이로 나왔고, 기자는 [발렌타인데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4.
돌고래 떼죽음 이야기를 하면서
'고래목 물돼지과 상괭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물돼지'와 '과'가 합쳐진 낱말이므로 '물돼짓과'가 맞습니다.
농사짓는 벼도 벼과가 아니라 볏과가 바릅니다.

5.
유도선수 구타 이야기를 하면서 한 학생이 '맞을때와 맞지 않을때 기분이 틀리다.'고 이야기했고 자막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그때는 틀리다가 아니라 다르다를  써야 바를 것 같습니다.
틀린 것은 맞지 않는 것이고,
다른 것은 같지 않은 것이므로,
맞을때와 맞지 않을 때의 기분이 같지 않음을 나타낼 때는 틀리다가 아니라 다르다를 써야 바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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