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왕실문화 인문강좌(국립고궁박물관) 57

궁중장식화, 언제 쓰였을까 – 의례

4. 궁중장식화, 언제 쓰였을까 – 의례 국가 오례와 궁중장식화의 사용 궁중장식화는 기본적으로 고정된 건축 공간에 설치하여 공간을 꾸미는 역할을 하였지만 때로는 특별한 의례를 위해 이동시키기도 하였다. 특히 이동이 가능한 병풍은 의례가 벌어지는 장소를 일상적 공간에서 의례적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매체였다. 물론 종묘와 같이 제사 의례에 특화되거나 정전과 같이 대규모 연회나 군신 조회를 위해 만들어진 장소도 있다. 그러나 궁중 내 궁궐은 대부분 평소에는 일상적인 업무와 휴식을 위한 거처이다가 특정한 경우에 의례의 무대가 된다. 병풍은 국가의 행사 때마다 그에 적합한 특별한 의례적 공간을 연출하였다.20) 조선의 국가 의례-즉 길례, 가례, 군례, 빈례, 흉례 모두에서 병풍은 의례적 환경을..

궁중장식화 - 어디에 놓였을까, 침전

3) 침전 침전(寢殿)은 궐내에서 왕이 휴식, 수면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생활을 향유하는 내전(內殿) 영역으로 전조후침(前朝後寢)의 원리에 따라 정전과 편전의 후방에 배치되었다. 외부로 개방된 대청마루에서는 소규모의 연회가 이루어졌고, 대청 좌우에 위치하는 온돌방에는 칸막이 역할을 하는 장지[障子]를 설치하여 다중의 실(室)을 만들고, 그 정중앙(正中央)의 방에서 왕과 왕비가 수면을 취했다. 침전은 내전 영역이기 때문에 기물의 배설과 관련한 공식 기록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궁궐 침전의 수리를 맡은 한 선비의 기록을 통해 우리는 실록에서 찾을 수 없었던 화려한 실내 장식을 엿볼 수 있다. 1802년 순조(純祖)는 김조순(金祖淳)의 딸 순원왕후(純元王后)를 왕비로 맞이하기 위해 창덕궁 대조전을 침전으로 수리하..

궁중장식화 - 어디에 놓였을까, 편전

2) 편전 편전은 의식의 공간인 정전과 국왕의 일상생활공간인 내전을 연결하는 곳이며 국왕의 일상적인 사무공간이다. 편전의 실내에는 남향하여 어좌가 설치되고 신하들은 동서로 나뉘어 서 있게 된다. 어좌 뒤에는 정전과 마찬가지로 일월오봉병이 설치되었으나 전각의 규모나 어좌의 형식에 따라 크기가 작은 오봉병이나 오봉 장지가 설치되었다. 편전은 정전과 다르게 오봉병 이외에도 다양한 주제의 병풍이 설치된 것이 특징이다. 주로 감계적인 내용의 병풍이 사용되었는데, 그 내용을 그대로 옮겨 쓴 서예 작품(서병, 서축)이나 그림으로 옮긴 고사도 병풍이 주를 이루었다. 서축과 서병의 주제로는 「대보잠(大寶箴)」, 「대루원기(待漏院記)」, 「무일편(無逸篇)」과 「억계(抑戒)」등이 임금과 신하가 새겨야할 글들이 주종을 이루며..

궁중장식화 - 어디에 놓였을까, 정전

3. 궁중장식화, 어디에 놓였을까 – 공간 궁궐은 관료집단이 왕과 함께 국가를 경영하는 정치적, 공적 공간이면서 동시에 왕실 가족이 일상생활을 영위해나가는 사적 공간이기도 했다. 궁궐은 크게 외전(外殿)영역과 내전(內殿) 영역으로 나뉘는데, 외전 영역은 의례가 거행되며 국가 행사가 이루어지는 정전(正殿)과 편전(便殿)을, 내전 영역은 침전(寢殿)을 지칭한다.16) 16) 궁궐 공간에 따른 궁중 회화의 장엄 분석은 다음 참조. 홍선표, 「조선시대 궁궐의 그림 치장」, 『동아시아의 궁중미술』(CAS, 2013), pp.208-227. 1) 정전 정전은 왕의 즉위식, 가례(嘉禮), 조하례(朝賀禮), 외국 사신 접견과 같은 국가와 왕실의 주요 의식을 거행하는 중심 전각으로, 국가 권위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공간..

궁중장식화 - 궁중장식화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5)

(2) 장지화 조선 궁궐의 전각은 기둥으로 칸을 나누고, 기둥 사이를 벽과 창호로 메워 방[室]을 만드는 가변적 공간이다. 방을 만들 때 벽과 천장에 문틀을 고정시킨 다음 칸막이처럼 다는 문을 장지[障子]라고 한다.14) 장지문은 설치, 분리가 가능하긴 하나 병풍과 달리 벽체에 고정되어 이동이 어렵다.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의 〈일월오봉도 창호>와 같이 4조가 한 세트로 미닫이 형태를 띤 창호 장지문은 아마도 국왕의 침전에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침전은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아홉 칸으로 나뉘어 정중앙 부분을 왕이나 왕비의 침실로 삼고, 그 주변 여덟 칸에서는 침전에서 일을 하는 나인들이 잠을 청했다. 아홉 칸의 정중앙부에 방을 만들기 위해서는 4면에 세워질 칸막이가 필요하다. 그 때문인지 현존하는 ..

궁중장식화 - 궁중장식화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4)

2) 궁중 장식화의 형식 (1) 병풍 병풍은 18세기 이후 가장 일반적인 궁중 장식화의 매체 형태이다.12) 병풍은 이동이 가능한 가구이자 고정시키면 건축의 일부가 되었으며, 펼치면 그림과 글씨를 담을 수 있는 화면이 되었다. 병풍이 일상적으로 사용되었던 데에는 실용적인 이유도 크다. 궁궐 건축은 칸 마다 장지(障子)와 창호(窓戶)로 개폐가 가능한 유동적인 공간이었다. 병풍은 장지와 창호 앞에 세워져 한기를 막아 주는 훌륭한 방한 기구였다. 또한 가변적인 공간을 장식하기 위해서는 벽화보다 이동 가능한 병풍이 적합하였을 것이다. 병풍은 형식상 1폭짜리 삽병에서, 2폭 가리개, ‘ㄷ’자형 3폭 병풍, 짝수의 다폭 병풍까지 다양하다. 은 일월오봉도를 한 폭에 대형으로 그려 액자 형태의 나무틀을 두르고 별도의 ..

궁중장식화 - 궁중장식화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3)

(3) 길상적 이야기: 곽분양행락도, 요지연도, 한궁도 궁중장식화 중에는 기복적인 이야기를 담은 인물화도 포함되어 있다. 곽분양행락도는 당나라 현종대 안사의 난을 평정하였던 장군, 곽자의의 고사를 주제로 하였다.9) 그는 황제로부터 분양 군왕에 봉해졌을 뿐 아니라, 15명의 자녀를 두고 그들이 고관에 봉직하거나 황실의 가족이 되는 등의 복락을 누렸다. 화면 중앙에 곽자의가 가족에게 둘러싸여 연회를 즐기는 장면이 그려졌고, 화면 좌우에는 가택의 후원과 내실이 펼쳐져 있다. 요지연도는 서왕모가 주나라 목왕을 비롯해 각종 신선들을 초대한 연회 장면을 그렸다.10) 삼천년마다 열리는 장수의 과일, 반도(蟠桃)를 기념한 연회인 만큼 축수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육지의 서왕모와 목왕의 연회장면과 신선들의 바다 장면..

궁중장식화 - 궁중장식화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2)

(2) 길상적 상징물: 십장생도, 해학반도도, 책거리 길상적인 의미를 가진 동식물이 하나의 세트를 이루어 화제로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대표적인 것이 십장생도이다. 십장생도는 장수하는 자연물을 그린 축수용 그림이다.6) 실상 장생물은 고정되었던 것은 아니고 13가지 장생물 중에 선택되었다. 해, 달, 구름, 산, 물, 돌, 학, 사슴, 거북, 소나무, 대나무, 영지, 천도복숭아 등이다. 이들을 장생물이라 인식하는 것은 중국 고대의 의장에서 자주 발견되지만 ‘십장생’이란 용어는 조선에서 고안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학반도도는 바다, 학, 반도가 중심이 되는 장생도의 하나이다.7) 십장생도 중에 주로 바다 주변의 풍경이 넓게 확장된 구성을 띠고 있다. 19세기말 이후 크고 화려한 병풍으로 그려져 대한제국기..

궁중장식화 - 궁중장식화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1)

2. 궁중장식화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 도상과 형식 1) 궁중장식화의 도상 (1) 권위의 상징: 일월오봉도, 모란병 일월오봉도는 해와 달, 그리고 다섯 개의 산봉우리로 이루어진 그림으로 조선에서 왕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사용되었다.4) 이 도상의 연원에 대해서는 오악 신앙(五嶽信仰)과 음양오행(陰陽五行) 사상, 『시경(詩經)』의 구절에 의거하였다는 연구가 있다. 조선에만 존재하는 도상으로 조선 초기에 도상이 성립된 후 왕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오봉도는 어좌 뿐 아니라 임금을 상징하는 어진, 신주 등에도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모란병은 꽃 중의 왕(백화왕)이라 불린 모란의 상징 때문에 특히 왕실에서 애호된 병풍이다.5) 궁중에서는 단지 장식용으로서만이 아니라 각종 의례 공간에 특별한 주술성을 부여하기 위해..

궁중장식화 - 궁중장식화란 무엇인가

궁중장식화, 상징과 염원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유재빈 (홍익대학교) 1. 궁중장식화란 무엇인가 – 개념 궁중장식화는 궁궐 공간을 장식하기 위해 사용된 그림을 의미한다. 내용상 길상적인 소재가 많고 표현이 관습적으로 반복되었기 때문에 민화와 유사한 점이 많다. 이러한 이유로 궁중장식화는 오랫동안 민화의 범주에서 연구되거나 전시되었다.1) 그러나 왕실에서 사용되던 궁중 회화를 민화로 분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식이 일면서 1990년대부터 궁중에서 사용된 것이 분명한 유물, 특히 일월오봉도와 모란도 등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었다.2) 궁중 회화가 독립적인 연구 분야로 인식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궁중장식화 가 민화의 일환으로 다루어졌듯이 궁중 행사도는 풍속화의 범주에서, 궁궐도는 산수화의 범주에서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