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름 내가 하늘 위에 쓴 이름들은 바다가 읽고 바다 위에 쓴 이름들은 하늘이 읽고 참 많은 이름들이 구름으로 파도로 꽃으로 피어납니다 사랑하는 이들의 이름들을 항상 새롭게 부르며 나의 일생이 지나갑니다 오늘의 나를 키워준 사랑의 이름 앞에 고맙다는 말 외엔 할 말이 없습니다 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2019.07.18
시든 꽃 시들었다고 쉽게 버리지 못합니다 시든 꽃잎 위에 얹혀 있는 오래된 시간의 말 추억의 말 할 말은 많지만 참고 있는 꽃들이 가엾어 보입니다 시든 꽃 버리기 전에 아주 잠시라도 이별의 시간을 가지세요 그리고 조금은 울어도 좋습니다 이별 앞에서는 늘 슬픔이 먼저이므로 보내는 마음.. 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2019.07.17
문 살아 있음은 문을 열고 닫는 것 세상에 수많은 문이 있지만 내가 열기 전에는 문이 아닙니다 내가 닫기 전에는 문이 아닙니다 오늘도 문을 찾아다니는 나의 여행길 누군가 종을 쳐주세요 문에 꼭 맞는 열쇠를 주세요 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2019.07.16
우정일기 4 네가 내 곁에 있어 좋다는 말 아무리 감탄을 해도 끝이 없네 나를 위한 너의 따듯한 마음씨에 고맙다는 말 아무리 많이 해도 끝이 없네 네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마음 아무리 숨기려 해도 끝이 없네 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2019.07.15
우정일기 3 친구야 네가 나를 바라볼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이 되는 것 같다 네가 내 손을 잡아줄 때 나의 모든 슬픔과 아픔들이 다 녹아버리는 것 같다 네가 나를 좋아한다고 마침내 말해줄 때 나는 바보처럼 할 말을 잃고 하늘만 본다 눈물만 글썽인다 친구야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 우리.. 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2019.07.12
카드로 지은 집 내 어린 시절 수녀원에 간 언니가 보내준 천사 카드에 넋을 잃고 반했어요 아름다운 카드만 보면 늘 가슴이 뛰었어요 어른이 되면 세상에서 제일 멋진 카드회사를 차리리라 마음먹었지요 종류별로 카드를 만들어 파는 아름다운 가게 주인이 되고 싶었어요 그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언니 .. 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2019.07.11
응시 임종을 앞둔 이들은 왜 한 곳을 한 사람을 그리 오래 응시하는 것일까 오래도록 한 곳을 바라보는 그 순간 일생이 지나간다고 한다 순식간에 사랑의 심판을 받는다고도 한다 내가 마지막 간병을 갔던 자리에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어느 수녀님의 눈길이 오랜 세월 지나도 잊혀지질 .. 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2019.07.10
어떤 걱정 울고 싶은데 큰 소리로 울지 못하는 것 웃고 싶은데 큰 소리로 웃지 못하는 것 이것이 병이 될까 걱정이에요 사람에 대해 날카로운 시선을 거두고 이해심도 둥글게 많아져서 좋지만 오히려 사랑은 적어지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삶에 대한 메마름과 둔감함을 거룩한 이탈과 초연함으로 착.. 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2019.07.09
어색한 사이 다 식어버린 차처럼 미소가 빠진 우리 사이 참 싱겁고 어색하지? 양념에 덜 버무려진 김치처럼 사랑이 빠진 우리 사이 참 맛이 없고 어색하지? 어떻게 하면 되겠니? 우리 함께 노력하자 조금만 더 노력하자 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2019.07.08
침묵이 되어 오랜 세월 사람을 사랑할수록 할 말은 적어지고 오랜 세월 시를 쓸수록 쓸 말은 적어지고 많은 말 남긴 것을 부끄러워하다가 마침내는 가장 단순한 침묵이 되어 이 세상을 떠나는가 보다 긴 기다림 끝의 자유를 얻게 되나 보다 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2019.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