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책을 읽자 419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 - 유홍준

답사기 제2권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는 지리산 동남쪽의 농월정에서 부석사 무량수전, 평창ㆍ정선 일대 토함산 석굴암, 청도 운문사와 부안 변산 일대 등을 다룬다. 부석사 입구에서 만나는 사과밭의 회화적 아름다움이나 무량수전에서 바라본 소백산맥 줄기의 장대함,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의 미, 청도 운문사의 여성적 아름다움 등은 답사의 기쁨이 정녕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전체 답사기 중에서 특히 제2권은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해석의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강조하는데 그에 따라 당대의 대안목들이 보여준 높고, 깊고, 넓은 해석을 다양한 각도로 소개하고 있어 한국미술사에 관한 내용을 가장 풍성하게 담고 있다.  석굴암 부분을 읽으면서 문화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이 문화에 관심을 가지면 어떻게 문화재가 망가지는..

일본의 죄, 어디까지 아니? - 박찬아 글/김언경 그림

'독립유공자 후손이 쓴 일본이 우리에게 사과해야 하는 100가지 이유'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독립유공자 후손인 작가가 쓴 것이다. 인터넷 책소개에서 보고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어른용이 아닌 아동용이어서 잠시 당황(?)스러웠다. 일본이 지금까지 53차례나 우리에게 사과했다고 하는데 그 중에서 얼만큼의 진심이 담긴 사과가 있었는지 의심스럽기도 하고, 사과 후에도 역사 왜곡은 계속되고, 독도에 대한 도발과 역사 제대로 가르치지 않기,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그 시절 일본 제국주의의 지배하에 있었던 동남아 국가들을 계속해서 자극하는 행위들로 인해 그들의 사과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책에서 주장하는 100가지 이유 중에서 수긍하기 힘든 이유도 몇 가지 있기는 했지..

미생 19~21 - 윤태호

〈미생〉 완결, 12년 연재를 마치다저마다의 사연으로아름답게 피어나는 미완의 삶(未生)윤태호 작가는 2009년 〈미생〉 연재 계약을 맺고, 2012년 웹툰 연재를 시작했다. 그 12년간의 여정이 마침내 끝났다. 대기업인 원 인터에서 시작해 중소기업인 온길로 이어지는 직장인 서사는 21권으로 막을 내린다. 장그래가 처음 인턴으로 입사할 즈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독자들도 어느덧 10년 차 이상의 중견 직장인이 되었다. 그동안 〈미생〉은 대한민국 직장인과 울고 웃으며, 우리네 미완의 삶을 변함없이 응원하고 격려해왔다.미생(未生)의 끝을 맞이하면서 이런 질문을 던져볼 법하다. 그렇다면 완생(完生)이란 무엇인가? 마지막 권인 21권에 수록한 인터뷰에서 유창혁 사범은 이렇게 답했다. “완생은 있을 수가 없죠. 사람..

무빙(5권) - 강풀

아기 때부터 공중에 뜰 수 있었던 봉석은 하늘을 나는 슈퍼맨이 되고 싶었지만 엄마의 걱정 때문에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살아간다. 살면서 한 번도 아파본 적 없는 희수는 학교 일진들과의 싸움에 휘말리며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아빠의 보호 아래 평범한 여고생으로 살아간다. 신체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강훈이지만 그의 아빠는 매일 저녁 골목에서 아들을 기다린다. 초반 15화까지 초능력을 지닌 아이들의 풋풋한 학원물을 선보였던 『무빙』은 2부 격인 중반부부터 부모들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다루며 액션만화의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현재로 돌아온 3부에서는 예상치 못한 적들로부터 아이들을 지켜내는 부모들의 사투를 그린다.주먹질과 총탄이 난무하는데도 『무빙』이 매 순간 감동적인 이유가..

뽀짜툰 9 - 채유리

뽀짜툰의 원년 멤버였던 뽀또, 짜구, 쪼꼬는 이제 곁에 없지만, 또 다른 매력의 세 마리 가족 포비, 봉구, 꽁지가 치명적인 귀여움을 내뿜으며 유쾌한 일상을 이어간다. 이전 권들보다 분량이 늘어나 총 23화로 구성된 이번 9권에서는 ‘포봉꽁’의 서열부터 털뿜의 제왕 포비, 예민한 ‘보리까끄라기’ 봉구, 귀여운 막내 꽁지의 우당탕 에피소드가 가득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18년간 매일 매시간 고양이와 살고 있는 작가의 고양이들 약 먹이는 노하우, 지금껏 구입했던 고양이용품 중에서 추천할 만한 소소한 아이템을 소개하는 이야기 등 재미와 실용적 정보를 동시에 꾹꾹 눌러 담았다.  - 책소개에서 -

타이밍(3권) - 강풀

강풀 만화가의 대표작이자 『무빙』과 『브릿지』의 출발점이 된 책이다. 미래의 한 장면을 볼 수 있는 예지몽을 꾸는 박자기는 어느 날, 자신이 교사로 근무하는 고등학교 옥상에서 사람들이 떨어지려고 하는 꿈을 꾼다. 그리고 며칠 후, 한 여학생이 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시신으로 발견되는데 기괴하게도 웃음을 띤 얼굴이고… 이를 수상히 여긴 양성식 형사는 학교를 수사하기 시작한다. 한편 박자기는 자신의 꿈속에 등장했던 사람들을 한 명씩 찾아 나서고 시간을 멈출 수 있는 타임스토퍼 김영탁, 10분 후의 미래를 볼 수 있는 예지안 장세윤, 10초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타임와인더 강민혁을 차례로 만난다. 그러나 네 명의 시간 능력자들이 힘을 모아도 원인불명의 살인사건은 계속 일어나는데…. 박자기, 김영탁, 장세윤,..

브릿지(5권) - 강풀

‘웹툰’이라는 새로운 문화의 창시자이자 해마다 장편만화를 발표하며 자신이 구축한 세계를 끊임없이 확장해가는 강풀의 열세 번째 장편만화 『브릿지』(전 5권)가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2005년에 발표한 『타이밍』과 2015년에 발표한 『무빙』의 세계관을 연결하는 작품인 『브릿지』는 『타이밍』의 주인공인 시간 능력자 김영탁, 박자기, 강민혁과 『무빙』의 주역인 육체 능력자 김봉석, 장주원, 장희수, 이강훈이 만나 더욱 새롭고 강력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타이밍』 이후, 꿈속에서 미래에 벌어질 참사를 보는 능력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던 박자기는 온 국민을 슬픔과 절망에 빠뜨렸던 2014년 4월 16일을 겪으며 ‘타임 스토퍼’ 김영탁, ‘타임 리와인더’ 강민혁과 함께 사람들을 구하는 일에 전념한다. 이들의..

댓글부대 - 장강명

소설은 인터넷 여론조작업체 팀-알렙의 멤버 찻탓캇이 진보 성향 일간지 K신문 기자에게 자신들이 해온 조작 사실들을 폭로하는 인터뷰 형식과, 팀-알렙이 실제로 현실에서 벌이는 일들이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팀-알렙의 멤버들 삼궁, 01査10, 찻탓캇 세 명은 이십 대 청년들로 모두 일베 ‘죽돌이’들이며 여자라면 일단 ‘김치녀’로 싸잡고, 여론조작으로 번 돈으로 안마방이나 유흥업소에서만 여자를 만나는 일그러진 청춘들이다. 처음에 기업 상품평과 유학 후기 등을 지어내며 쏠쏠히 용돈을 벌던 이들은 W전자 생산라인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죽은 노동자를 다룬 영화가 개봉하자 회사 측에서 고용한 홍보대행업체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노동실태를 고발한 그 영화에 대해 안 좋은 입소문을 내달라는 의뢰다. 팀-알렙의 지략꾼 삼궁..

일본의 근대사 왜곡은 언제 시작되는가 - 박경민

조선은 일본으로부터 강제 개항 당할 수밖에 없었을 정도로 정말 무력하고 무능했나? 청군 파병을 계기로 조선에 파병된 일본군이 경복궁을 점령한 사건은 그들 말대로 정말 우발적이었나? 조선의 개항과 일본군의 경복궁 점령 두 사건은 일본이 조선에 행사하는 영향력을 지대하게 만드는 사건이었다. 특히, 일본군이 경복궁을 점령하는 사건 직후에 벌어진 청일전쟁과 갑오개혁을 통해 일본은 조선 조정에 대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결국, 조선이 1910년에 일본의 식민지가 된다는 점에서 개항과 경복궁 점령 두 사건은 우리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맥점이자 분수령이라고 볼 수 있다. 1894년은 한국사와 동아시아사에 큰 변화를 가져온 굵직한 역사적 사건이 연이어 벌어진 해다. 한국사에서는 김옥균 암살 사건, 동학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