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부패한 양반과 파계승을 풍자한 무용극 한량무

튼씩이 2015. 10. 30. 14:35

진주(晋州) 지방에 전해 내려오고 있는 교방 계통의 무용극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3호 한량무(閑良舞)를 보셨나요? “한량”이란 양반 출신으로 무과(武科)에 급제하지 못한 사람, 또는 노상 놀고먹는 사람을 이르는데 한량무는 한량과 승려가 한 여인을 유혹하는 내용을 춤으로 표현한 무언무용극(無言舞踊劇, 노래나 대사가 없이 춤으로만 표현하는 연극)입니다. 원래 이 춤은 조선 중기 이후 남사당패(南寺黨牌) 가운데 무동들에 의해 놀았던 것인데 그 뒤 조선말까지 계속해서 연행되었으나 남사당패가 흩어지면서 1910년 이후 이 춤은 어른의 무용으로 기방에서 주로 추게 됩니다.

각 지역마다 이 한량무와 비슷한 춤들을 추었으나 이제는 거의 없어지고 진주에서만 1979년도에 재연되어 지방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고종(高宗) 때 정현석(鄭顯奭)의 《교방가요(敎方歌謠)》, 《진주의암별제지(晋州義岩別祭志)》 따위에 보면 진주는 예부터 진주 감영 교방에서 많이 추었다는 기록이 있지요. 이 춤은 부패한 양반과 파계승을 풍자한 무용극으로 한량을 비롯해서 승려·상좌(上座)·별감(別監)·색시(또는 기생)·주모·마당쇠가 나와 얘기를 엮어갑니다.

특히 주인공 한량이 한 기생을 데리고 즐겁게 놀고 있을 때 승려가 나타나 이 광경을 보고 기생에게 반하여 멋진 춤으로 기생의 환심을 끌자 기생은 한량을 배신하고 승려에게 가는 남녀의 애정관계를 그린 춤입니다. 각 배역마다 춤사위는 개성미가 뛰어나고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으며 해학적 요소와 무언극적인 요소가 더해진 시대상을 풍자한 춤으로 토속미가 넘치는 점이 돋보이지요. 이 춤의 특징은 궁중무용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순수한 민속춤도 아닌 교방계통의 무용극이라는데 의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