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보와 도리(들보와 도리를 아울러 이르는 ‘보도리’라는 낱말도 있다)는 서까래를 받치기 위해 기둥 위에 건너지르는 나무라는 점에서는 똑같지만 방향이 다르다. 무슨 말인가. 등성이를 이루는 지붕이나 산의 꼭대기를 마루라고 하는데, 지붕의 마루는 특별히 지붕마루나 용마루라고 한다. 쉽게 말하자면 용마루는 지붕 꼭대기가 그리고 있는 선(線)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도리는 용마루와 수평으로 놓이고, 들보는 수직으로 놓여 용마루와 함께 십자 모양을 이룬다. 둥글게 만든 도리는 굴도리, 모가 나게 만든 도리는 납도리라고 하는데, 도리 가운데 가장 크고 중요한 것은 용마루 밑에 들어가는 도리로, 마룻대나 마룻도리, 또는 마루 종(宗) 자를 써서 종도리라고 부른다. 도리는 처마를 구분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지붕이 도리 밖으로 내민 부분을 가리켜 처마라고 하는 것이다.
도리족(族)의 임금이 마룻대라면 들보족의 왕은 그 이름도 유명한 대들보다. 집이 집의 형태를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대들보라서 그런 것인지 대들보는 한 나라나 집안의 운명을 지고 나갈 만큼 중요한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자주 쓰인다. 들보를 간단하게는 보라고도 하는데, 보에서 비롯된 ‘보아지’라는 말은 무슨 뜻인지 유추해 보자. 강아지는 개, 송아지는 소, 망아지는 말의 새끼다. 그렇다면 보아지는 보의 새끼? 맞다. 판잣집 같은 작은 집에서 들보 구실을 하는 나무를 가리켜 보아지라고 하는 것이다.
서까래는 마룻대에서 도리나 들보에 걸쳐 지른 나무를 뜻한다. 서까래 위에 산자(橵子)를 얹고 그 위에 흙을 깔아 기와를 이는 것이다. ‘기와를 인다’는 말이 낯설지도 모르겠다. 기와나 볏짚, 이엉 같은 것으로 지붕 위를 덮는 것을 ‘인다’고 말한다. 초가집의 지붕이나 담을 이기 위하여 짚이나 새 따위로 엮은 물건을 이엉이라고 하는데, 이엉은 아마도 ‘이은 것’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엉을 엮어서 말아 놓은 단은 마름이라고 한다. 마름은 척 보면 알 수 있듯 ‘말아 놓은 것’이라는 뜻의 ‘말음’이 바뀐 말이다.
용마루 (명) 지붕 가운데 부분에 있는 가장 높은 수평 마루.
쓰임의 예 – 황폐한 고가, 돌담 위의 용마루 기와는 부서지고….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서)
- 지구의 용마루에 올라선다고 생각하니 점점 약해지던 마음이 어느새 기쁨으로 충만해져 왔다. (부산일보에 실린 <산악인 이상배의 초모랑마 등정기>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보아지 – 판잣집 같은 작은 집에서 들보 구실을 하는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