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는 ‘문장’과 함께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일상어로 사용해 온 말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이질적 특성이 섞여 있어 학문적으로도 설명의 목적에 따라 여러 방식으로 정의되곤 한다. 따라서 전문적으로 언어학을 연구하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단어’와 ‘문장’은 그냥 일상적으로 쓰는 대로 이해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단어의 개념을 아주 간략하게만 살펴보기로 한다.
학문적으로 ‘단어’는 흔히 ‘최소의 자립 형식’으로 정의된다. 따로따로 떼어진 말로 쓰일 수 있는 최소 단위라는 뜻이다. 가령, ‘겨울’이 단어가 되고 ‘동(冬)’이 단어가 되지 않는 이유는 “겨울이 춥다.”는 말이 되지만 “동이 춥다.”는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즉 ‘동’은 ‘동계(冬季), 입동(立冬)’ 등의 단어 속에서만 쓰일 뿐이지 따로 떼어진 말로는 쓸 수 없는 말이다. 이와는 다른 예를 들어 보자.
(1)에서는 ‘먹-’과 ‘-었다’가 서로 강하게 끌어당겨 도저히 떼어 낼 수가 없다. 따라서 ‘먹었다’ 전체가 한 단어가 된다. 그러나 (2)는 명사 ‘책’이 자립성이 강하므로 그에 따라 조사 ‘을’도 분리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그래서 조사는 그 자체로는 자립성이 약하지만, 학교 문법에서는 단어로 처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 언중이 이러한 이론에 따라 어떤 말이 단어인지 아닌지 일일이 판별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믿을 만한 국어사전을 찾아보는 것이 단어의 실체를 확인하는 가장 빠르고 실용적인 방법이다. 사람들의 직관적 믿음대로 국어사전은 대체로 단어 단위를 주표제어로 올린다. 그러나 단어가 아닌 말들이 등재되기도 하는데, 그 종류로 네 가지가 있다. 네 가지 중에서 이 글의 설명 대상인 어근(語根)과 접사(接辭)만을 살펴보기로 한다. 어근과 접사 개념은 단어의 구조에 따라 단어 분류를 하는 데 기초 지식이 된다.
(3)과 (4)는 위에서 본 ‘동(冬)’과 같이 단어보다 작은 단위여서 자립적으로 쓰일 수 없는 말이다. 예를 들어 (3)의 ‘전’은 ‘전기, 충전’과 같은 단어 속에서만 쓰일 수 있고, (4)의 ‘헛-’은 ‘헛기침, 헛디디다’와 같은 단어 속에서만 쓰일 수 있다. 즉 이들은 단어보다 작은 단위의 형태소이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쌀밥’에서는 ‘쌀’과 ‘밥’이 둘 다 실질적이고 핵심적인 의미를 지닌 채 결합되어 있다. ‘충전(充電)’에서도 채운다는 뜻의 ‘충’과 전기라는 뜻의 ‘전’이 둘 다 실질적이고 핵심적인 의미를 지닌 채 결합되어 있다. ‘헛기침’에서는 ‘기침’이 실질적이고 핵심적인 의미를 나타내고 있고, ‘헛-’은 ‘기침’의 특징을 나타내는 보조적인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멋스럽다’에서는 ‘멋’이 핵심적이고 실질적인 의미를 나타내고 ‘-스럽다’가 ‘멋’이라는 명사를 형용사로 바꾸어 주는 문법적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위 설명을 바탕으로 (5)와 (6)에서 사용된 모든 형태소를 둘로 분류해 보자.
단어를 구성하는 말들을 (7)과 (8)로 나눌 때, (7)을 어근이라고 하고, (8)을 접사라고 한다. ‘어근’은 ‘근(根)’이 뿌리라는 뜻이므로 단어에서 핵심적인 말임을 드러낸 것이고 ‘접사’는 ‘접(接)’이 덧붙는다는 뜻이므로 단어에서 보조적인 말임을 드러낸 것이다.
글: 이선웅 (경희대학교 외국어대학 한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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