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쉼표,마침표(국립국어원 온라인소식지)

단일어, 합성어, 파생어

튼씩이 2020. 9. 19. 14:53

앞선 글들에서 우리는 형태소, 단어, 어근, 접사의 개념들을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이들 개념을 바탕으로 하여 단어의 구조를 파악해 보고, 단어의 구조에 따라 분류된 단어의 종류를 가리키는 문법 용어를 알아보도록 한다.

 

 

 

 

우선 하나의 형태소가 바로 단어가 되는 경우가 있다. ‘봄, 나라, 살며시’ 등이 그러한 예이다. 이처럼 단순한 구조의 단어를 ‘단일어 (單一語)’라 한다. 이에 반해 둘 이상의 형태소가 결합된 단어를 ‘복합어(複合語)’라 하는데, 복합어는 다시 둘로 나뉜다. 먼저 어근과 어근이 결합하는 것을 ‘합성’이라 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단어를 ‘합성어(合成語)’라 한다. 그리고 어근과 접사가 결합하는 것을 ‘파생’이라 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단어를 ‘파생어(派生語)’라 한다.

 

 

 

 

(1)은 모두 합성어이다. 예를 들어, ‘쌀’은 두 개의 어근 ‘쌀’과 ‘밥’이 합쳐진 합성어이다. 나머지 말들도 모두 ‘충+전’, ‘법+전’, ‘보슬+비’와 같은 구조로 두 개의 어근이 결합한 합성어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어근에 두 가지 종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쌀, 밥, 법, 비’와 같이 그 자체로 단어로 쓰이는 말이 있는가 하면, ‘충, 전(電), 전(典), 보슬’과 같이 단어의 일부분으로만 쓰이는 말이 있다. 이처럼 어근은 단어 단위와 크기가 같은 경우가 있고 단어 단위보다 크기가 작은 경우가 있다. 앞엣것을 자립적 어근, 뒤엣것을 비자립적 어근이라고 부른다.

 

 

 

 

(2)는 모두 파생어이다. 예를 들어, ‘덧저고리’는 접사 ‘덧-’과 어근 ‘저고리’로 이루어진 파생어이다. 이와 같이 분석하면 나머지 말들도 모두 ‘새-+빨갛(다)’, ‘빗+-질’, ‘지우-+-개’와 같은 구조로 된 파생어임을 알 수 있다. ‘덧-, 새-, -질, -개’는 모두 단어에서 보조적인 의미를 더하고 있으므로 접사인데, 특히 ‘-개’는 ‘지우(다)’라는 동사를 명사로 바꾸고 있으므로 문법적인 의미를 더하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서 접사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덧-, 새-’와 같이 어근의 앞에 붙는 말이 있는가 하면, ‘-질, -개’와 같이 어근의 뒤에 붙는 말이 있다. 앞엣것은 ‘머리 두(頭)’를 써서 ‘접두사(接頭辭)’라 하고, 뒤엣것은 ‘꼬리 미(尾)’를 써서 ‘접미사(接尾辭)’라 한다.

 

 

 

 

셋 이상의 형태소로 이루어진 단어가 합성어인지 파생어인지 판별할 때에는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단어를 둘로 쪼개어 그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령 ‘코웃음’에 들어 있는 형태소는 ‘코, 웃-, -음’ 3개이다. 그런데 단어 구조에 따라 단어의 종류를 파악할 때에는 단어를 둘로만 쪼개야 한다. 그럼 ‘코웃-+-음’으로 쪼개야 할까, ‘코+웃음’으로 쪼개야 할까? 우리말 모어 화자라면 누구나 ‘코+웃음’으로 쪼갤 것이다. ‘코웃(다)’이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코+웃음’이라면 ‘코’라는 명사 어근과 ‘웃음’이라는 명사 어근이 결합한 합성어가 된다. 비록 ‘코웃음’에 ‘-음’이라는 접미사가 들어 있다 해도 그것은 단어를 둘로 쪼개었을 때의 구성 요소가 아니므로 단어의 종류를 판별할 때 기준이 되지 않는다.

 

 

이번 글은 하나의 글에 3개 이하의 용어만 설명하려고 했던 원칙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었는데, 다소 많은 용어를 제시한 만큼 글을 요약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단어는 구조에 따라 단일어와 복합어로 나뉜다. 복합어는 어근과 어근이 결합한 합성어와 어근과 접사가 결합한 파생어로 나뉜다. 어근은 자립적 어근과 비자립적 어근으로 나뉘고 접사는 접두사와 접미사로 나뉜다. 단어의 구조에 따른 단어의 종류는 단어를 둘로 쪼갠 것에 근거하여 파악해야 한다.

 

 

글: 이선웅 (경희대학교 외국어대학 한국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