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언어에서든 막대한 수의 단어가 있지만, 그 모든 단어들의 속성이 다 제각각이지는 않다. 따라서 우리는 일정한 공통적 속성을 바탕으로 하여 단어들을 몇몇의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그 유형들의 이름을 ‘품사(品詞)’라 한다. 품사 분류에 사용되는 속성은 단어의 모양, 역할, 의미이다. 즉 품사는 단어를 형태, 기능, 의미의 속성에 따라 분류한 갈래이다. 우리말의 품사는 대개 아홉 가지로 나뉜다.
(1)의 품사 이름을 보면 모두 ‘-사(詞)’ 자가 붙어 있다. 품사 이름에는 ‘-사’ 자를 붙인다는 점을 기억해 두자. 품사는 문장에서 어떤 모양으로 쓰이더라도 바뀌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예컨대 ‘작다’라는 형용사는 ‘작고, 작지, 작았다’ 등과 같이 형태가 계속 바뀌어도 형용사가 아닌 다른 품사가 되지 않는다.
한편 ‘문장 성분(文章成分)’은 어떤 말이 문장 속에서 하는 기능에 따라 분류한 갈래이다. 그런데 어떤 말의 품사는 바뀌지 않지만, 그 말이 어떤 문장 성분인지는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다. 간단한 문장을 가지고 살펴보기로 한다.
(2)에서 ‘영호’는 ‘오다’라는 행위의 주체이므로 주어로 분류된다. 그런데 (3)에서의 ‘영호’는 ‘좋아하다’라는 행위의 목적 대상이므로 목적어로 분류된다. ‘영호’는 사람 이름을 나타내므로 품사로는 항상 명사이지만, (2)에서 ‘영호’가 하는 기능과 (3)에서 ‘영호’가 하는 기능이 다르므로 문장 성분의 이름은 달라지는 것이다. 이것은 문장 성분이 품사와는 달리 그때그때 결정되는 가변적인 것임을 보여 준다. 우리말의 문장 성분은 대개 일곱 가지로 나뉜다.
(4)의 문장 성분의 명칭을 보면 모두 ‘-어(語)’ 자가 붙어 있다. 위에서 품사 이름에 ‘-사’ 자를 붙인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국어사전에 실리는 단어에 품사 이름이 표시될지 문장 성분 이름이 표시될지 생각해 보자.
국어사전에서는 ‘책’과 ‘웃다’에 각각 (명) (명사)과 (동)(동사)이라는 표시가 있다. 이렇게 품사를 표시해 줄 수 있는 것은, 품사가 단어의 본질적 속성에 따라 분류된 것이므로 문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쓰이든 고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장 성분 이름은 표시할 수가 없다. 문장 성분은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좀 더 심화된 예를 보자.
(6)에서 ‘옛’은 명사 ‘사진’을 꾸며 주는데, 이처럼 명사를 꾸며 주는 속성을 가진 품사를 관형사라 한다. 이 문장 속에서는 명사를 꾸며 주는 역할을 하므로 문장 성분은 관형어이다. (7)의 ‘오래되었다’는 사물의 상태나 성질을 나타내는데 그러한 속성을 가진 품사를 형용사라 한다. 이 문장 속에서는 사진의 상태를 서술하므로 문장 성분은 서술어이다. (8)의 ‘오래된’은 ‘오래되다’가 형태만 바꾼 것이므로 품사로는 (7)과 같은 형용사가 된다. 그런데 이 문장 속에서는 ‘사진’을 꾸며 주는 기능을 하고 있으므로 문장 성분은 관형어가 된다. ‘오래되다’는 형용사이지만, 문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7)에서처럼 서술어가 되기도 하고, (8)에서처럼 관형어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글: 이선웅 (경희대학교 외국어대학 한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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