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각 지방의 사림(士林)이 세운 사설 교육기관이자 성리학 사상의 본거지가 되었던 서원(書院)이 ‘한국의 서원’이라는 이름으로 2019년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16세기 중반에서 17세기 사이에 건립된 각 지역의 대표적인 사원 9곳이 포함되었고, 우정사업본부는 이 중 4개의 서원을 소재로 “한국의 옛 건축(서원)” 기념우표를 발행합니다.
서애 류성룡의 업적을 기리고자 세운 ‘병산서원’은 경북 안동에서 서남쪽으로 낙동강 상류가 굽이치는 곳에 화산(花山)을 등지며 자리하고 있습니다. 류성룡은 도학·글씨·문장·덕행 등에서 명성을 얻었고, 임진왜란 때 국난 극복에 공로가 큰 인물로 평가됩니다. 병산서원은 교육기관뿐만 아니라 만인소 등 공론장으로도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서원의 앞에 놓인 만대루는 길이 7칸, 폭 2칸의 긴 개방형 건물로, 강 건너에 있는 병산(屛山)의 풍경을 담는 아름다운 건축물이며 최근 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전남 장성군에 위치한 ‘필암서원’은 조선 전기의 문인 하서 김인후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서원입니다. 1579년 정유재란 때 소실되었으나 1624년(인조 24)에 복원되었고, 1662년(현종 3)에 임금이 직접 ‘필암서원’이라고 쓴 현판을 내려보내 오늘날까지 그 이름을 지키고 있습니다. 1871년에는 흥선대원군이 서원 철폐령을 내리면서 특히 호남 지역의 많은 서원들이 철거되었고, 필암서원은 호남 지역에 남은 유일한 서원입니다. 전면에 있는 확연루는 평지에 세운 2층 누각으로, 서원 누각에서 보기 드물게 실내 단청이 화려하게 채색되어 있습니다.
‘도동서원’은 1568년에 비슬산 산기슭에 세워져 ‘쌍계서원’으로 불렸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1605년(선조 38) 대구 달성군에 재건되었습니다. 한훤당 김굉필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이 서원은 1610년에 도동서원으로 사액을 받아 오늘날에 이르고 있습니다. 경사지에 축조된 서원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고 있는 도동서원은 건축물별로 여러 단을 조성하여 외부 자연경관을 시각적으로 잘 수용하고, 건물 간 위계가 분명한 것이 특징입니다. 학문을 닦고 배우던 강학 공간의 진입 문은 작고 낮게 만들어, 드나드는 사람이 자세를 낮추며 자연스레 공경을 나타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도동서원의 중정당 · 사당 · 담장 또한 보물 제350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각 단을 이루는 석축과 강당의 기단, 그리고 계단을 이루는 돌을 다듬은 솜씨도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도동서원의 자랑거리입니다.
‘돈암서원’은 17세기 조선의 예학 연구를 선도한 사계 김장생 선생의 덕을 기리기 위해 1634년(인조 12)에 건립한 서원입니다. 원래는 김장생의 아버지 김계휘가 경회당을 세워 학문을 연구하고 김장생이 양성당을 세워 후진 양성에 힘썼던 근거지입니다. 이후 김장생의 제자들이 경회당과 양성당을 중심으로 서원을 세웠고, 현종 원년(1660)에 왕이 돈암이라는 현판을 내려주어 사액서원이 되었습니다. 특히 서원 좌측에 따로 세운 ‘응도당(보물 제1569호)’은 길이 5칸, 폭 3칸의 강당 건물로, 넓은 마루와 뒤쪽의 방의 구성, 그리고 측면에 작은 눈썹지붕을 붙인 오래된 강당 형식을 잘 갖추고 있어 역사적으로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한국의 옛 건축(서원)” 우표는 전지와 시트 두 종류로 발행되었습니다. 우표 변지에는 도산서원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중 시트에는 사대부 화가였던 겸재 정선이 퇴계 이황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부채에 그린 '도산서원’ 그림입니다. 이번에 발행된 기념우표를 감상하며 교육 공간이자 유교 500년의 문화유산인 한국의 서원을 직접 찾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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