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쉼표,마침표(국립국어원 온라인소식지)

사전 두 배로 즐기기 - 우리 언어생활 속 국어사전의 역할

튼씩이 2021. 7. 27. 13:09

국립국어원에서 국어사전 운영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보니 거의 매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나 누리소통망 등에서 ‘국어사전’, ‘표준국어대사전’, ‘우리말샘’을 검색해본다. 사람들이 어떨 때 ‘국어사전’이란 것에 관심을 갖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보통 단어의 표기나 뜻풀이가 궁금할 때 사전을 찾아본다. 이렇게 사전에서 직접 단어를 검색하는 것 말고, 우리는 생활 속에서 어떨 때 ‘사전’을 언급하게 될까? ‘국어사전’, ‘표준국어대사전’, ‘우리말샘’과 같은 말을 검색했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유형은, 사전 내용을 자신이 하려는 말의 근거로 삼는 경우이다. ‘사전에 따르면 이러한 내용이 실려 있으니, 이러저러하게 판단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많다.

 

 

 

 

국어사전을 인용한 결과를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언론 기사이다. 위 그림에서처럼 포털 사이트에서 ‘표준국어 대사전에 따르면’, ‘우리말샘에 따르면’과 같은 구절을 검색해보면 검색 결과가 꽤 많이 나온다. 각각의 내용을 살펴보면 사전 내 뜻풀이를 인용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표기, 발음, 품사, 방언 여부, 사전에 실린 표제어의 개수 등등 사전에서 인용하는 정보는 매우 다양하다. 지식 정보화 시대가 되면서 새로운 정보를 접할 기회는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그럴수록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선별하는 부담은 늘어났다. 국어사전은 셀 수 없이 많은 정보 안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언어 정보를 선별하여 담아 놓은 집합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어사전을 어떠한 내용을 판단하는 근거이자 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위와 같은 검색 결과를 통해 국어사전이 일상 언어생활뿐만 아니라 언론과 같은 공적 언어 영역에서도 기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말과 글에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사전의 내용을 근거로 든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언어생활 속에서 국어사전이 믿을 만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국어사전이 우리 언어생활의 기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한 것이 사전에 실려 있지 않다면 그 단어나 뜻도 사전에 올리자는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 언어생활 속에서 국어사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알 수 있는 또 한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최근 국어사전의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는 뉴스가 나온 적이 있다. 2021년 상반기의 국어사전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의 무려 140%에 달할 만큼 늘어났다고 한다. 특히 초등학생용 국어사전 판매량이 늘었는데, 분석에 따르면 최근 한글 맞춤법을 지키지 않아 문제가 된 여러 사례가 널리 소개된 동시에, 코로나19 상태로 비대면 수업이 늘면서 학생들의 언어 능력이 저하될 것을 우려한 학부모 층의 국어사전 구매가 늘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비슷한 내용은 위 그림에서도 알 수 있다. 2020년 실시된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에서 ‘국어사전을 사용하는 주된 목적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국민의 53.4%는 ‘표준어, 맞춤법을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했으며, 그 뒤를 이은 것이 ‘단어의 의미 파악(45.9%)’, ‘단어의 원어(한자, 외래어)를 확인하기 위해서(29.7%)’와 같은 답변들이었다. 국어사전의 주된 역할이 올바른 언어생활을 위한 어문 규범을 확인하는 대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문 규범은 우리 언어생활에서 가장 필수적이고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규정이다. 그러나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의 모든 내용을 다 외우고 그것을 개별 단어나 표현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일을 대신해 주는 것이 국어사전이다. 국어사전을 통해 실제 언어생활에서 쓰이는 단어와 표현을 직접 찾아보고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용 국어사전을 사는 어른들은 어릴 적 자신이 직접 종이사전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단어를 찾아봤던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의 아이들 역시 그런 경험을 하며 바른 우리말과 글을 쓰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전을 샀을 것이다.

요즘엔 사전이 대부분 온라인 사전의 형태가 되면서, 올바른 표기나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역할 이상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선별하여 개별 정보 각각을 연결해 나가면서 정보의 양과 범위가 확장되고, 그에 따라 언어생활 속에서 사전이 할 수 있는 역할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사전의 사용 양상과 이용자의 수요를 면밀히 조사하여 국어사전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해 갈 것이다.

 

 

 

글: 이유원(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