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우리는 날짜를 상대적으로 가리킬 때에는 ‘오늘, 내일, 모레, 글피, 그글피, 어제, 그제/그저께, 그끄제/그끄저께, …’와 같이 순우리말을 지켜서 쓰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절대적 가리킴말에서는 순우리말들이 차츰 힘을 잃어 가고 한자말들이 거의 굳어져 가고 있다. 지난날에는 ‘초하룻날, 초이튿날, 열하룻날, 열이튿날’처럼 말했었지만, 요즘엔 흔히 ‘일일, 이일, 십일일, 십이일’처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일일’(1일)부터 ‘이십구일’(29일)까지는 순우리말로 ‘초하루, 초이틀, …, 열하루, 열이틀, …, 스무하루, 스무이틀, …, 스무아흐레’처럼 세고, ‘삼십일’(30일)은 ‘그믐날’이라 말한다. 또, 달을 셀 때에는 음력으로 한 해의 열한 번째 달을 ‘동짓달’이라 하고, 마지막 달을 ‘섣달’이라 한다. 그러므로 전통적인 우리말 날짜 세기로 ‘섣달 그믐날’이라고 하면, 음력 12월 30일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니까 섣달 그믐날의 바로 다음날이 정월 초하루이고, 이 날이 음력 설날이다.
설날의 전날인 섣달 그믐날을 ‘까치설’이라 하고, “까치 까치 설날은” 하는 동요를 즐겨 불렀다. ‘까치’ 하면 흔히 새를 연상케 되지만, 사실은 ‘아치’의 소리가 변해 만들어진 말이라 한다. ‘아치’는 작다는 뜻으로 쓰이는 순우리말로서, ‘작은설’이란 말을 ‘아치설’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아치’가 ‘까치’와 발음이 비슷하고, 또 까치가 울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속설까지 더해져서, 언제부터인가 ‘까치설’로 굳어져 내려오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아치’가 ‘까치’로 변한 낱말에는 ‘까치설’ 말고도 ‘까치고개, 까치밭, 까치산’ 등과 같은 지명도 있다. 그렇다면 이들도 새와는 관계없이 ‘까치고개’는 작은 고개이고, ‘까치산’도 산이 작고 낮아서 붙여진 지명이라 할 수 있다.
출처: https://www.urimal.org/814?category=411632 [한글문화연대 누리집]
[아, 그 말이 그렇구나-123] 성기지 운영위원 2016.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