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손님을 맞이할 때, 애써서 갖은 반찬들을 한 상 가득 준비하고도 “차린 건 없지만 많이 잡수세요.”라고 겸손해 하는 것이 우리네 문화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경우로, 칠순 잔치 등에 청첩장을 보내면서 “조촐한 자리지만 꼭 참석해 주세요.”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여기에서는 ‘조촐하다’란 말을 ‘변변치 못하다’란 겸양의 표현으로 쓰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 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다.
‘조촐하다’란 말은 본디 “아주 아담하고 깨끗하다”란 뜻을 가진 낱말이다. 그러므로 이 말은 자리를 마련한 쪽에서 쓸 말이 아니라, 초대받은 손님이 주인에게 “조촐한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무척 즐거웠습니다.” 하고 칭찬할 때 쓰는 것이 알맞다. “아주 아담하고 깨끗한 자리”에 만족했다는 인사로 건네는 표현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의 모습이나 행동이 깔끔하고 얌전한 것을 나타낼 때에도 ‘조촐하다’고 할 수 있다. 가령,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날에, 어머니가 낮잠에 빠진 아기 머리맡에 단정하게 앉아서, 부채로 더위를 쫓아주고 있는 모습을 한마디로 표현해 보라고 한다면, 그게 바로 ‘조촐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https://www.urimal.org/648?category=411632 [한글문화연대 누리집]
[아, 그 말이 그렇구나-94] 성기지 운영위원 2015.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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