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 모가디슈 > 공식 포스터
영화 <모가디슈>가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며 극장가에 바람을 일으켰다. 소말리아 내전 속에서 남북 대사관이 생존을 위해 의기투합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신파적인 소재 없이 사실적이고 절제된 연출로 깊은 여운을 안긴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더불어 북한말이 자막으로 처리되어 화제가 되었다. 이에 감독은 “전작에서 북한 대사가 잘 안 들린다는 지적을 받았다.”라며 “통일의 대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표현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자막은 보통 외국어에 단다. 따라서 북한말에 자막을 다는 것은 북한말이 우리말이 아니라고 선을 그어 북한이 우리와 엄연히 다른 존재임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왜 북한어에 자막을 달게 되었을까? 자막이 필요할 정도로 외국어처럼 느껴지는 북한어는 남한어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남북한은 분단 이후 오랫동안 냉전체제를 유지하며 서로 적대시하였다. 따라서 교류는 거의 불가능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벌써 7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에 남한과 북한은 서로 다른 정치이념과 분단 상황으로 정치·경제·문화·생활에 차이가 생겼고 이는 언어에도 반영되었다. 우선 국가의 표준이 되는 언어인 표준어를 북한에서는 문화어라고 지칭한다.
▲ 남북한의 언어 차이를 간단히 정리한 표
두음법칙
남한에서는 한자어를 현지발음대로 적는 ‘표음주의’를 취해 두음법칙에 따른다. 두음법칙은 첫음절이 한자이고 초성 소리가 ㄹ과 ㄴ일 때 이를 원래 ㅇ로 적고 발음하는 것이 원칙이다. 북한은 한자어를 같은 형태로 적는 ‘형태주의’를 취해 두음법칙을 취하지 않는다. 우리가 두음법칙을 적용해 여자, 연세, 양심, 노동으로 표기하는 단어를 북한은 녀쟈, 년세, 량심, 로동으로 표기한다. 더불어 북한은 이름의 성씨에서도 두음 법칙을 인정하지 않는데 영화 <모가디슈> 속 북한 대사의 이름 ‘림용수’를 보면 알 수 있다. 남한은 원래 성씨에도 두음법칙을 적용했다. 하지만 2009년부터 한글맞춤법에서 ‘성씨도 두음법칙을 따라야 한다.’라는 해설서 부분을 삭제해 ‘유’, ‘이’, ‘임’, ‘양’, ‘아’씨 등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류’, ‘리’, ‘림’, ‘량’, ‘라’씨로 쓸 수 있다.
합성어와 사잇소리
남한의 현행 한글 맞춤법에서는 고유어와 고유어, 고유어와 한자어 그리고 일부 제한된 한자어의 결합에 대해서만 사이시옷을 표기한다. 이와 달리 북한에서는 사이시옷을 대부분 표기하지 않는다. 모가디슈에서 남북한이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소재인 ‘깻잎’은 북한에서 ‘깨잎’이라고 표기한다. 남북한이 동일하게 사이시옷을 쓰지 않는 단어도 있는데 내과, 대가, 호수, 감사장 등이 이에 속한다.
한자어와 외래어 순화
북한에서는 우리말의 주체적 발전을 도모한다는 이유로 한자어나 외래어를 고유어로 순화하여 사용한다. 이 중에는 남한에서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생소한 단어가 많다. 남한에서 사용하는 계란(달걀), 수화, 젤리, 파마 단어는 북한에서 닭알, 손가락말, 단묵, 볶음머리로 사용한다. 남북한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순화어로는 혼잣말(독백), 자동계단(에스컬레이터), 승강기(엘리베이터), 알림판(게시판) 등이 있다.
이념을 강조하기 위한 북한의 한자어
북한은 말 다듬기 운동으로 많은 한자어를 고유어로 바꾸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념을 강조하기 위해 남한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한자어를 교육하기도 한다. 특각(特閣), 강철의 령장(鋼鐵의 靈長) , 백두광명성(白頭光明星) 등이 그 예시이다.
뜻이 다른 단어
남북한에서 공통으로 사용하지만 의미가 조금씩 다른 단어도 있다. 이는 남북한 사람 사이에 의사소통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서로 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신사’는 남한에서 ‘사람됨이나 몸가짐이 점잖고 교양이 있으며 예의 바른 남자’를 주로 이야기하는데 북한에서는 ‘말쑥한 차림을 하고 거드름을 피우는 남자’를 의미한다. 또 다른 단어로 ‘몹시 바쁘게 뛰어다니다.’를 뜻하는 ‘분주하다’는 북한에서 ‘떠들썩하고 소란스럽다’의 뜻이다.
지금까지 남북한의 언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간단히 살펴보았다. 친밀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지는 북한어. 낯선 곳에서 들으면 분명히 반가운 우리말이지만 많은 차이점 때문에 낯선 감정이 드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남북한은 수십 년간 대중적인 교류가 거의 없었고 이로 인해 많은 문화 차이가 생겼다. 당장 남북한의 통일이나 평화적인 공존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영화 속 북한말 대사의 자막 처리도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하지만 너무 멀어지지도 말아야 한다. 같은 역사를 공유하지 않은 세대들이 주역인 지금 무조건 같은 민족이니 통일해야 한다고 외칠 수는 없겠지만, 북한과 남한은 같은 언어와 문화, 역사를 공유한 한민족이기 때문이다. 영화 <모가디슈>는 남북한의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되새기게 한다.
출처: https://www.urimal.org/3525 [한글문화연대 누리집]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8기 김미르
'우리말을 배우자 > 한글문화연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 만화 수상작 - 으뜸상 <사랑의 재시작> (0) | 2021.10.15 |
---|---|
발코니와 베란다와 테라스 (0) | 2021.10.15 |
기라성과 비까번쩍 (0) | 2021.10.14 |
도로 분야 순화어 교육자료 - 한국도로공사 <우리길 우리말> (0) | 2021.10.13 |
피로연은 피로를 풀어주는 잔치? (0) | 2021.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