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화장품 가게들에 밀려나 거의 자취를 감추었지만, 옛날에는 이 마을 저 마을 다니며 화장품을 파는 여인네들이 많았다. 그녀들은 화장품만 파는 게 아니라, 집밖으로 나가기 힘든 마을 아낙들의 얼굴을 가꾸어 주는 ‘출장 분장사’ 노릇까지 떠맡았었다. 바로 이들을 대신하여 생겨난 직업이 오늘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이다.
얼굴 못지않게 여자의 겉모습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머리 모양새이다. 마을 아낙들의 머리를 손질해 주고 온갖 수다까지도 다 받아 주던 직업이 미용사였다. 그런데, 미용실이 차츰 내부 장식이 화려해지며 ‘헤어 살롱’으로 바뀌더니, 미용사는 이제 <헤어 디자이너>로 불린다.
옷이 날개라는 말처럼, 옷은 입기에 따라 사람의 겉모습을 초라하게도, 근사하게도 만든다. 하지만 옷맵시를 낸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남의 옷맵시를 살려 주고 가꾸어 주는 직업이 생겨났는데, 바로 <코디네이터>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헤어 디자이너와 코디네이터. 사람의 겉모습을 아름답게 꾸며 멋쟁이를 만들어 준다는 공통성이 있는 직업들이다. 그리고 직업 이름이 모두 영어로 표현되었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영어로 표현하면 더욱 세련되게 느껴지는 걸까? 사람의 겉모습은 영어식 이름을 가진 전문가가 꾸며야 더욱 빛나는 것일까? 이는 두말할 것 없이 영어에 비해 우리말을 낮추어 보는 언어의 천민 의식에 다름 아니다.
우리말에는 직업을 나타내는 접미사가 여럿 있다. 중세 시대에는 중국 말글 우월 사상에 빠져 우리말을 천시하였기 때문에, 주로 서민들의 생계를 위한 직업에 이러한 우리말 접미사가 붙어 쓰였다. 대표적인 것들이 ‘-꾼’, ‘-바치’, ‘-장이’ 들이다. 이들 가운데 ‘-장이’에 주목해 보자.
표준말 규정을 보면, ‘-장이’는 기술자의 의미를 나타내는 형태에 붙이고, 그 외에는 ‘-쟁이’를 붙이기로 밝히어 있다. 이에 따라, 쇠를 달구어 연장을 만드는 기술자를 ‘대장장이’라고 하고 벽에 흙 바르는 기술자를 ‘미장이’라고 한다. 기술자에 속하지 않는 예로는 ‘욕심쟁이, 깍쟁이, 말썽쟁이’ 따위가 있다. 그러므로 ‘멋을 부리는 사람’은 ‘멋쟁이’가 맞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직업이 세분화하고 전문화한 요즘에는 ‘멋을 내는 기술자’를 뜻하는 <멋장이>란 말도 쓰일 수 있다. 앞에서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헤어 디자이너, 코디네이터를 모두 우리말 <멋장이>라 부르면 어떨까? 멋쟁이를 만드는 사람, 멋장이!
출처: https://www.urimal.org/243?category=411632 [한글문화연대 누리집]
[아, 그 말이 그렇구나-34] 성기지 운영위원 2014. 4.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