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추운 겨울에 잘 어울리던 노래 가운데,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겨울바람 때문에”란 소절이 생각난다. 그때는 설을 앞두면 귀마개를 하고 밖에서 놀았었는데, 요즘에는 손은 시려도 귀가 시릴 만큼 춥지는 않은 것 같다. 이 노래에서 “손이 시려워”라고 말하거나, 일상생활에서 “귀가 시려울 만큼”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두 우리말을 잘못 쓰고 있는 것이다.
찬 것에 닿아서 느낌이 몹시 저린 듯이 괴로울 때 흔히 “시렵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에는 “시리다”가 올바른 말이다. 우리말에 ‘시렵다’는 없다. “시려워”는 “시리어”나 “시려”로 고쳐서 말해야 하고, “시려울 만큼”도 “시릴 만큼”으로 바로잡아 써야 한다. “발 시려운 사람”이 아니라, “발 시린 사람”이 맞다.
방송에서 보면, ‘메어지다’란 말을 자주 쓰고 있다. “가슴이 메어지다”, “목이 메어지게 불렀다”는 말들이 그러한 예들이다. 그러나 이때 ‘메어지다’는 ‘메다’를 잘못 쓰고 있는 말이다. 자동사인 ‘메다’에는 피동형을 만들어주는 ‘-어지다’와 같은 어미를 붙일 수 없다. 어떤 감정이 북받칠 때 “가슴이 메어졌다”가 아니라 “가슴이 메었다”로 말해야 하고, “목이 메어지게”도 “목이 메게”로 써야 올바른 표현이 된다.
이와 비슷한 용례로 ‘깨우치다’는 말을 자주 쓰고 있는데, ‘깨우치다’는 ‘깨닫게 하다’는 뜻을 가진 사동 표현이다. “잘못을 깨우치도록 잘 타이르다”처럼 쓰는 말이다. 그런데, ‘깨치다’라고 써야 할 자리에 이 ‘깨우치다’를 남용하는 경우가 있다. 스스로 깨달아 알게 될 때에는 “글을 깨치다”처럼 ‘깨치다’로 써야 한다. 이 경우에 “글을 깨우치다”라고 하면 잘못이다.
반면에, ‘담배를 피우다’나 ‘바람을 피우다’에서는 ‘피게 하다’는 사동 형태를 나타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피우다’로 써야 맞다. 일부에서는 “담배를 피다”, “담배 피는 사람”, “바람을 폈다”처럼 말하고 있는데, 이것이 잘못된 말이다. 이때에는 “담배를 피우다”, “담배 피우는 사람”, “바람을 피웠다”로 고쳐서 말해야 한다.
출처: https://www.urimal.org/181?category=411632 [한글문화연대 누리집]
[아, 그 말이 그렇구나-20] 성기지 운영위원 2013.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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