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좋은 말’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란 쉽지 않다. 칭찬하는 말도 공감의 말도 다 좋은 말이지만, 사실 듣기에 좋은 말이란 듣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꾸어 보자. ‘듣기에 안 좋은 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 물음에는 답이 조금 떠오른다. 비난하는 말, 모략하는 말, 핑계와 불평의 말 등은 적어도 아름답지 않은 말들이다. ‘비교하는 말’도 단연 그중 하나이다.
비교가 없는 세상이 어디 있으랴. 대부분의 언어에 남과 비교하는 속담이 있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이다. 우선 우리말에는 ‘남의 떡이 더 크다’가 있다. 같은 말을 일본어와 영어에서는 ‘옆집의 잔디가 더 푸르다’라고 한다. 중국어와 베트남어에서는 ‘이 산에서 보는 저 산’으로, 키르기어에서는 ‘남의 그릇, 남의 밥’으로 비유해 말한다. 러시아어에는 ‘남의 밭의 열매가 더 달다’는 말이 있고, 문화권을 막론하고 이웃집 남편과 아내가 더 친절해 보인다는 여러 표현들이 있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 비교 속담이 있는 까닭은 비교하는 말을 경계하라는 교훈을 선조들이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속담이란 단지 오래된 것이라 가치로운 것이 아니다. 속담에는 우리들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면서 얻은 경험과 지혜가 담겨 있다. 실제로 비교를 하다가 가진 것조차 잃는 일이 적지 않다. 어느 우화에서는 고깃덩이 하나를 더 얻기 위해 물속에 비친 자신을 보고 짖던 개를 그렸다. 그 이야기의 결론은 물고 있던 고기마저 잃는 것이다. 어떤 동화에서는 행복을 얻기 위해 파랑새를 찾아 떠나는 소년을 등장시켰다. 그 이야기에서 강조하려는 바도 행복은 밖에서 찾을 일이 아니라 집 안부터 살피라는 것이다. 비교하는 것을 조심하라는 교훈은 곳곳에 있다.
속담만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도 비교의 예시가 많다. 대표적으로 유행어 ‘엄친아’는 현대판 ‘남의 떡’이다. ‘엄친아’란 엄마 친구의 아들을 줄인 유행어이다.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된 후까지 엄마는 친구의 아이를 종종 인용한다. ‘엄마 친구 아들 있잖아, 걔가 이번에도 100점을 받았대.’, ‘그 집 애는 방 청소도 스스로 잘한다더라.’, ‘이번에 대기업에 취직했다네.’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아이는 행복했을까? 사람은 감각만이 아니라 지각으로도 세상을 인지한다. 지각이란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 분별하는 능력’이다. ‘크다, 희다, 무겁다, 차갑다’와 같은 상태를 아는 힘은 보고, 듣고, 만지는 오감에서 나오지만, 실제로 오감으로 다 아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금방 태어난 아기의 몸무게가 4kg이라고 하면 보통 ‘어머, 아기가 참 크네요.’라고 한다. 60kg도 넘는 어른이 겨우 4kg인 아기를 보고 크다고 하는 데는 경험에서 알게 된 사실이 해석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행복이나 삶에 대한 만족도도 오감으로만 아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행복이나 만족도를 타인의 기준으로 평가받으면 듣는 이로서 불쾌할 수밖에 없다.
비교를 잘할 수는 없을까? 우선은 비교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가장 좋겠다. 가족, 친구, 사랑, 보람, 성취감 등 천금을 주더라도 안 바꿀 것을 비교해서 무엇을 할까? 그래도 비교의 마음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면, 한 대상자 안에서 비교해 보자. 예를 들면, 작년보다 나아진 점을 새해에 하나씩 찾아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왕이면 대상자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봐 주자. 남의 큰 떡이 부러우면 내 떡을 키우면 된다. 우리는 과장 광고, 허위 광고, 비방 광고를 구별하고 거부할 줄 안다. 광고를 보는 눈도 그럴진대 하물며 사람에게라면 더 그래야 한다.
자동차에는 옆과 뒤를 보는 후사경이 여럿 있다. 그 거울을 두루 살필 여유가 없는 운전자를 우리는 초보 운전자라고 한다. 앞만 보고 운전하면 위험한 것과 같이, ‘잘 말하고 잘 쓰는 것’도 자신의 소통을 돌아보는 습관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듣기 좋은 말, 읽기 좋은 글’로 꼬박 일 년을 고민해 보았다. 소통에 정답은 없다. 다만 말 한마디 전에 더 나은 소통법이 있는지, 후사경을 살피듯 잠시 멈추어 돌아보는 단계가 필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현재보다는 더 나은 미래에 서 있게 될 것이라고 감히 미리 비교해 본다.
글: 이미향(영남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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