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한글문화연대

‘승모근’이 아니라 ‘등세모근’이에요.

튼씩이 2022. 4. 13. 07:58

며칠 전 병원에서 피지선 모반 진단을 받았다. 질환의 이름이 좀처럼 이해되지 않아 ? 그게 뭐죠?” 되물어보니 의사는 쉽게 말하면 점이에요.”라고 했다. 이처럼 병원에서 진료받을 때 어려운 의학용어를 듣고 되물어본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왜 의학용어는 이렇게 생소하고 어려울까. 용어를 듣고 바로 이해하기 어려우니 괜한 불안감이 생기기도 한다.

 

어려운 의학용어의 유래

의학용어는 라틴어권에서 생겨나서 독일어권 및 영어권으로 파생됐다. 따라서 각 나라에서는 이를 각국 언어로 해석해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일본을 통해 유입된 한자어를 바탕으로 의학용어의 기초가 구축됐다. 따라서 한 번 듣고 이해하기 어려운 의학용어가 난무한다. 이에 우리말화하자는 주장이 계속되면서 여러 번 개정되었다. 대한의사협회는 어려운 한자식 의학용어를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 용어로 개정하는 노력을 40년 전부터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구순염(->입술염), 좌상(타박상), 하지(다리), 고관절(엉덩관절) 등이 있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의학용어

 

 

-승모근(->등세모근)

승모근은 등세모근의 전 용어로 승()려의 모()자 모양 근육이라는 뜻이다. 서양의 수도복에 달린 후드 모자를 뒤로 젖힌 모양새와 닮은 모습에서 따온 말이다. 일본의 에도시대 의학서인 해체신서에서 소우보우킨(そうぼうきん)’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했다. 해당 한자어를 베껴다 한국식으로 읽고 쓴 게 바로 승모근이다. 모양을 보고 명칭을 정한다면 등에 있는 세모 모양의 근육, 등세모근이 더 이해하기 쉽다.

 

-간질(->뇌전증)

간질은 지랄병으로 불리며 부당한 처우가 심한 질환이다. 간질 자체가 잘못된 용어는 아니지만 간질이라는 용어가 주는 사회적 낙인이 심하다. 따라서 질환의 정확한 이유를 밝혀줄 수 있는 단어 뇌전증으로 변경되었다. 뇌전증은 뇌에 전기가 통한다는 뜻으로 특별한 이유 없이 뇌에 발작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을 뜻한다. 이때 발작은 뇌의 피질에서 발생한 전기현상으로 인해 생기는 모든 증상을 말한다. 간질은 이름만 들어서는 어떤 질환인지 알 수 없기에 뇌에 전기가 통한다는 뜻의 뇌전증이 더 알맞은 표현이다.

 

한글화된 의학용어의 필요성

 

의대에 재학 중인 박 모(25) 씨는 의료 현장에서는 아직도 영어와 한글화되지 않은 구 용어를 사용한다. 한글화된 신 용어는 주로 학생과 교수만 사용한다.”라면서 구 용어보다 좀 더 직관적인 신 용어가 훨씬 이해하고 공부하기 쉽다. 이는 일반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라고 신 용어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한글 의학용어는 전문가가 아닌 비전문가를 위해 더욱 필요하다. 한글화한 새 용어는 환자와의 소통이 원활하게 돕는다. 이해하기 쉬운 의학용어를 사용하면 소통뿐 아니라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무리하게 우리말로 변경하면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순수 우리말이라도 국민이 처음 듣는 단어라면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한글 용어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오랜 기간 사용해온 단어를 한순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기존의 용어를 새롭게 배우고 교체하는 과정에서 기존 세대는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하루빨리 한글화된 용어로 교체하고, 통일된 새 용어로 교육받은 인원이 점차 늘어나야 쉬운 한글 의학용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올 것이다.

 



출처: https://www.urimal.org/3803?category=453361 [한글문화연대 누리집]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8기 김미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