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쉼표,마침표(국립국어원 온라인소식지)

신 고사성어 - 식자우환, 얼마나 알면 다치는 걸까

튼씩이 2022. 8. 11. 12:56

‘알면 다친다’라는 광고 문구가 있었다. 꽤 오래전의 일이다. 식자우환과 통하는 말이다. 유식有識할 때 그 ‘식’이다. 무식할 때의 ‘식’이기도 한 것이다. 식자識者를 현대어로 풀자면, ‘학문 좀 한 자’ 정도 될 것이다. 여기에서 ‘좀’은 ‘조금’이라는 부사의 준말이 아니다. 곧이곧대로 단어의 뜻만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맥락이라는 것 때문에 그렇다. 공부라는 것은 아무리 많이 한다 하더라도 ‘많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배운다는 것은 얼마나 방대하고 또 막막한가. 그것을 느껴 보지 못한 자만이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식자일수록 ‘조금’밖에 못했다고 말한다. 정말 그렇다.

 

‘식자우환’의 출전은 《삼국지》다. 서서徐庶의 어머니 위부인魏夫人이 조조에게 속고 나서 한 말에서 유래했다. 유비가 삼고초려를 해서 제갈량을 얻기 전에는 서서가 유비의 두뇌였다. 그러니 조조가 유비를 이기기 위해서는 서서의 지혜를 어떻게든 막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서서는 효자였다. 조조는 위부인의 환심을 사서 서서를 불러들이려 한다. 그러나 위부인은 아들만큼이나 현명했다. 조조의 달콤한 말에 흔들리지 않았다. 희대의 간웅, 조조는 위부인의 필체를 입수한다. 그리고 그것을 모사해 서서에게 어머니의 편지인 것처럼 꾸며 편지를 보낸다. 서서는 집으로 돌아온다. 위부인은 이렇게 말한다. 여자식자우환女子識字憂患.

 

‘식자우환’이라는 말은 본디 ‘여자’를 동반했던 것이다. 여자가 배우면 화가 되는 시대가 있었다. 왜? 여자는 집 안에만 머물러야 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도 이런 이유에서 나왔을 것이다. 이제는 두 말 다 시대착오적이다.

 

소동파는 이런 글을 적었다. 인생식자우환시人生識字憂患始. 인생은 글자를 알 때부터 우환이 시작된다. 그런 것도 같다. 글자를 알기 시작할 때 우리는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시작하니까. 글자는 아직 겪지 못한 바깥의 세상에 대해 알려주니까. ‘우물 안의 개구리’는 그렇게 세상의 풍랑과 대면할 준비를 한다. 위부인이 글자를 몰랐다면 조조는 어떻게든 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글자를 모른다면? 이 이야기를 몰랐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우리에게 우환이란 없었을까?

 

 

식자우환識字憂患
識: 알 字: 글자 憂: 근심 患: 근심 뜻풀이: 아는 것이 근심의 시작이다. 비슷한 우리 속담: 아는 것이 병이고 모르는 것이 약이다.